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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길을 잃은 여자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1225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mVjY
추천 : 2
조회수 : 721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06/15 19:03:49
몇 달을 자기 혐오로 끙끙 앓다가 예전에 애용하던 오유를 다시 찾아 고민 글을 남깁니다.

오랫동안 준비하던 길을 포기하고 어영부영 취업한지 1년이 되어가요.

항상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가 컸고 욕심이 많았던지라 평범한 직장인이 된 내 자신이 참 어색하고..미래가 아직도 불투명하게 느껴지고 그럽니다.

하필 전사에서 소문이 날대로 난 빡센 팀에 배치를 받아서 매일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 세네 시간도 못자고 다시 출근하는 전쟁같은 일상을

살고 있어요.

그리고 나의 사수... 정말 또라이 중에 상또라이를 만나서 온갖 음해와 뒷이야기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요.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내가 한 이야기들을 이만큼 부풀려서 소문을 내고... 진짜 하루에도 몇 번씩 죽빵을 갈기고 싶은 심정을 꾹꾹 누르면서

억지 웃음을 짓습니다. 

사무실 내 자리에 앉아있을 때면....정말 토가 나옵니다. 견딜 수 없는 압박감에 내 어깨는 점점 움츠러들고.... 우리 부모님이 나 이런 꼴 당하는거

볼려고 열심히 키우신게 아닐텐데...하며 죄송한 생각도 들어요.



그래요. 여기까진 정말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누구나 안고 가는 정도의 짐일거에요.

직장생활, 모두에게 힘든거잖아요..



하지만 여기서 제 진짜 큰 문제는.....술입니다.

술을 원래부터 좋아했어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술을 마셨을 때의 멍-해지는 느낌이 좋아서. 술을 좋아해요.

또 마음이 힘드니까 더 술을 찾게 되더라구요.


다만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체력이 바닥이 날대로 바닥이 난 뒤로....

술을 마신 제 자신을 저는 더 이상 콘트롤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술만 마시면... 어김없이.. 집이 아닌 곳에서 깨어나곤 합니다.

물론 전날의 기억은 거의 나지 않는 상태에요.

밤을 같이 보낸 남자는...아침에 얼굴도 안보고 먼저 나가라고 합니다.


올해 들어 이런 일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요.

아...정말 전 미친걸까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의 저는 지극히 정상이에요.

아니 심각한 철벽녀에요. 1년 전 헤어진 남친을 못잊고 있어서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해요.

누가 다가오는 것도 싫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싶은 의지도 없어요.



그런데 왜 술만 마시면 미친 짓을 자꾸 하는걸까요....

이런 글을 올리면,

너같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라. 꼭 너랑 똑같은 쓰레기 만나라.

이런 댓글 달릴 거 알아요...

욕하세요. 많이 많이 해주세요. 나도 이런 내가 너무 혐오스러우니까.




술을 안마시면 되요. 맞아요.

애시당초 술을 안마시면 될 일이니까요.

그런데 사회인이 되니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술자리 10번 중 8번은 꼭... 유혹의 손길이 들어옵니다.

내가 쉬워보이나봐요.




정말, 전 남친도 깨끗이 잊고 건강한 생활, 건설적인 사회 생활을 하며 멋지게 살고 싶은데

나는 아직도 나락에 빠져 있어요.


저 심리치료라도 받을까요?

저랑 비슷한 분들 계시면....염치 불구하고 조언 좀 해주시길 바래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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