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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에 갇힌 노래
게시물ID : panic_844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쭈니아범
추천 : 7
조회수 : 218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11 16: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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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때는 스물넷 혹은 스물다섯살 즈음입니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여러일을 하다가
친한 선배와 함께 벽화를 그리는 일을 할 때였습니다.
형편이 그닥 좋지 않아 변변한 사무실에서
함께 숙식을 해결했었는데 선배가 고향에 다니러 가기라도
하면 혼자 자곤 했었죠.

여름 더운 날이었는데 선배가 고향에 쌀 좀 가지러
다녀오겠다 하더군요. 그렇게 혼자 사무실에 남아
늦은 저녁식사에 반주를 하고는 사무실 바닥에
이부자리를 펴고 잠을 청했습니다.
역시 더위를 많이 타는지라 에어컨을 돌렸습니다.
참고로 에어컨은 그 옛날 유리창 쪽에 다는
조그만 놈으로 사무실 열 때 중고상에서
싸게 업어온 놈이었죠. 상표가 Goldstar였어요.

한창 시원함을 느끼면서 잠이 들려고 하던 찰라
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것도 작게...
상가 건물이라 지하에 노래방이 있긴 하지만
예의 특이한 노래방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평소에는 제법 크게 들려오곤 했었고 자세히 들어보니
합창단이 부르는 성악? 가곡? 같은 노래였습니다.
갑자기 오싹한 기분에 에어컨을 끄자
노래소리가 안들립니다. 착각이었나 보다 생각하고
다시 누웠는데 슬슬 더워져 다시 에어컨을 켰는데
그 때 또다시 노래 소리가 들려옵니다.
좀전의 그 노래 남녀 성악가가 한데 모여 부르는
웅장한....
이상하다는 생각에 에어컨을 끄자 멈추고
다시 켜면 소리가 들려오고... 몇번을 반복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쯤 되니 덜컥 무서워지더군요
누군가 타이밍을 맞춰서 조작하지 않고는
그럴리 없다는 생각에...
덕분에 에어컨을 끄고는 이불을 푹 덮어 쓴채
땀을 뻘뻘 흘리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고
눈을 뜨니 아침이더군요.

이후 며칠을 계속 그랬는데 선배는 아무 소리도
안들린다는 반응이었고 재차 얘기하니
어려운 상황이지만 흔쾌히 바꿔주겠다 하셔서
좀더 비싼 다른 놈으로 바꿔왔습니다.
그날 밤 마음을 졸이며 켰는데 다행히도
그 노래소리는 안들리더군요.
이후로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그 에어컨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아님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1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잠들기 전에 귀가 상당히
예민해지는 것도 그 이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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