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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군 복무 이야기 2
게시물ID : military_598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숨탱이
추천 : 5
조회수 : 99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11/11 17: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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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주차마다 교육이 정해져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두려움의 대상은 단연 화생방이다.
훈련소 화장실에 보면 낙서가 적혀 있는데 거기에는 화생방에 대한 온갖 회상과 겁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지옥을 보게 될것이며 화생방을 한번 더 하느니 유격을 한번 더 하겠다는 둥...
똥누면서 심심했나 보다....
 
공군은 기수가 있는데 나는 576기였고, 우리기수는 강한공군 정예육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모든 훈련이 강도가 더 세져 있었다. 화생방도 강도가 있는데 알약(?) 같이 생긴걸 몇개 터뜨려서
연기를 만드느냐에 따라 강도가 정해진다. 후에 조교한테 들은 기억으로는 우리 기수부터는 특별히 더 많이 터뜨렸다고 한다...망할...
내가 조교였더라도 더더 많이 터뜨려줄 수 있는데...남의 고통은 나의 기쁜일지니......음....
 
때가 7월 쯤인지라 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애들은 들어갔다가 하나둘씩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서 나오는데
밖에서 대기하는 애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모프로그램에서 중간에 뛰쳐 나오던데...뛰쳐 나오긴 어딜 뛰쳐나와....죽어도 안에서 죽어야지...
거기선 몇개 떠뜨렸을지 궁금하긴하다.
 
내 차례가 되어서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대기 할 때는 그냥 따가워서 눈물 콧물 좀 쏟으면 되려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 갔다.
안에 들어갔을 때는 방독면을 쓰고 들어가는데 일렬로 쭉 들어가면 앞에서 조교가 큰소리로 떠들고 있고
조교의 지시가 내려진다.
"방독면 벗는다 실시! 빨리 빨리 벗어"
와...이게 아닌데...정화통만 뺏다가 끼면 되는거 아니였어?? 잠시만 숨 참으면 되는거자나...이러지마 나한테...
 
다 벗고 숨 참는 것도 잠시 옆에서 콜록콜록 거리기 시작하는데 나도 한모금 살짝 마셨다. 와....ㅁ;ㅇ너ㅗㄹ마ㅗㅇㄹ;ㅗ
숨이 안 쉬어지는 거다. 숨이 안 쉬어지는 기쁨을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숨이 안 쉬어 질줄은 몰랐다고....숨이...그냥 눈물 콧물만 나는거 아니였어....??
숨이 안 쉬어지니까 앞에서 조교가 떠드는데 머라고 하는지도 안 들리고 난 그자리에서
계속 펄쩍펄쩍 뛰었다. 조교가 볼 땐 기쁨의 댄스를 추는 것처럼 보였을려나??
 
조교는 우리는 보면서
"정신차리고 똑바로 서! 군가를 제창한다 반동은 좌에서 우로 하나둘셋넷 군가는 멋진 사나이 군가시작!!"
와...군가라니..군가라니!!!
좁은 방안에서 훈련병의 가무가 시작된거다. 아주 그냥 신난다. 어찌나 좋은지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군가 한곡을 다 끝내고 나니 조교가 우리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한 곡 더 하라고 한다. 아이 좋아..
군가가 2곡이 끝나고 나서야 우리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화생방이 끝나고 유격이 시작되었다.
 
유격의 꽃은 유격체조!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든다.
어쩜 그렇게 안 쓰는 근육들만 콕콕 집어서 쓰도록 체조를 만들어 놨는지....
 
공군은 유격 때 독수리라고 한다. 1번 독수리 유격 준비 끝!
하지만 사람이란게 희안하게 어렸을 때 부터 들어서 주입된 내용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머리속에서 유격은 독수리가 아니라 올빼미였다...1번 올빼미 유격 준비 끝!
(올빼미는 아마 육군이 쓰는 거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쓰는지는 모르겠다...그 당시에도 썼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독수리라자나 독수리라고 하라는데 시키는 데로 해야지.
 
앞에서 부터 쭉 소리가 이어진다.
1번 독수리 유격 준비 끝. 2번 독수리 유격 준비 끝. 3번.....5번 올빼미 유격 준비 끝. 6번 독수리 유격 준비 끝
조교: 올빼미?? 누구야 올빼미. 열외!
 
열외하면 따로 열심히 굴려 주신다.
엎드려! 니가 올빼미야! 앉아! 일어서!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그렇게 올빼미는 독수리로 변신 하고 있었다.
 
유격의 마지막은 노래로 끝이 났다... 바로 어버이 은혜...
유격이 끝날 무렵 하필이면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동기들은 유격에 모두 지쳐 있었고 몸이 힘들면 마음도 힘든 상태. 
이 때 만큼은 정말 부모님의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내리 사랑이 얼마나 감사한지 뼈저리게 느껴지는 때이다...
그러면 그 마음을 아는지 꼭 어버이 은혜를 부르라고 시킨다.
 
동기들은 엉엉 울며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순간 유격장은 말 못할 어색함이 감돌았다....중간에 스승이 나왔을 때 끊었어야 하는데. 그럴수도 없고..
이미 노래가 너무 멀리 왔단 말이지...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게 참 묘하게 이어진다.
우리는 얼어 있었지만 조교들은 첨 겪는 일이 아닌지 그냥 마무리가 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유격을 마칠 수 있었다.
출처 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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