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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 짝찾은 이야기와 오빠란 현실적 존재에 대해
게시물ID : humorstory_4420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으헿헿헿
추천 : 1
조회수 : 73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11 21:36:27
 
 
어릴 적 내 꿈은 듬직한 친오빠가 있는것이었다. 골드카드라도 되는건지 카드 한장으로 다해먹던 체리의 오빠들이, 디지몬 친구들과 쎄쎄쎄하던 그 오빠들이 모두 내 상상 속의 오빠였다. 집에서 핑크색 내복입은 나와 달리 어디서든 멋있게 옷을 입고, 장난기 넘치지만 다정한 그런 오빠...
 
너무 간절하던 나머지 늦둥이 동생이 남자란걸 알았을때 오빠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밤마다 창문을 보며 빌던 순진한(멍청한) 때도 있었다. 아무튼 이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중학교에서 오빠란 존재를 가진 꿀렁이를 만났다. 꿀렁이는 기분 좋을때마다 얼마안남은 제 뱃살을 열심히 꿀렁거리는 재주아닌 재주를 선보여 갓 마음을 연 친구들에게 혐오감과 말 그대로 미친 존재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짚신도 짝이 있다고 나처럼 반쯤 미친듯한 그녀의 모습에 반해 적극적인 대시를 한 결과, 그녀의 절친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겉보기에 청소 열심히하고 공부도 열심히 할 것같이 생겼지만 사실 속은 뜨거운 열정이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유독 둘이 붙어있을 때면 나이답지 않은 조숙한 이야기들을 주제삼아 여성으로서의 미래의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살구색이 가득 찬 영화에 대해 그 누구보다 진지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제 막 생긴 열정을 아직 다룰줄 모르는 나에 비해 이미 한발 앞서나간 꿀렁이와 대화할때마다 감격에 젖으며 배우는 것도 참 많았다.
그리고 이제 막 한글을 아는 내 동생과 달리 모든 학생들의 애증의 대상인 정철 선생님의 깊은 뜻을 배우는 꿀렁이의 오빠는 우리 대화의 콩알만한 빈공간을 쉴틈없이 채워주는 존재였다. 그때마다 나는 아직 오빠에 대한 환상이 있었기에 매일 동생에게 욕만 먹는 오빠가 애잔했고 항상 그의 모습이 궁금했다.
 
그러다 하루는 내가 꿀렁이의 집을 큰맘먹고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날이 휴일이었는지 휴교였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모처럼 발목까지 온 하얀 눈에 미쳐서 근처에 사는 꿀렁이와 초딩 아가들을 제치고 눈사람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나는 땀과 녹은 눈에 완전 쩔어서 꽤 볼품없었던거같다. 그렇다고 평소에 볼품있었다는건 아니다. 아무튼 성냥팔이 소녀마냥 온기를 찾아대는 나에게 꿀렁이는 부모님이 안계시다며 큰소리를 치고 나를 집에 초대했다. 평소 친구집을 찾는게 민폐라 생각했기 때문에 꿀렁이의 초대를 거절할까했지만 친구가 된후 몇번이나 그녀의 초대를 거절해왔던게 미안했고 부모님도 안계시다는 말에 조금 안심했다. 그리고 사실 치즈 돈가스를 해주겠다는 말에 홀딱 넘어가버렸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쫄래쫄래 꿀렁이의 집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나는 신발도 벗지 못한채 나의 오랜 상상속 동물, 오빠를 보았다. 내가 처음 제대로 본 오빠란 존재는 찬란한 동양화가 그려진 아래것을 입고 우리 할아버지께서 즐겨 입으시던 런닝으로 위를 가리셨다. 그리고 어린왕자가 되고싶었던건지 두툼한 목도리를 하여 홈웨어패션을 완성시켰다. 당시에는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생생히 그의 자태가 떠오르는걸 보니 꽤나 인상깊었던거같다.
 
 잠시 원치않게 눈빛교환을 하던 우리는 오빠가 방으로 도망침으로써 끝낼수있었다. 옆에서 깔깔깔 웃던 친구는 잠시후 오빠방에 불려가 신명나게 두드려 맞은거같았다. 꿀렁이가 제법 두꺼운 옷을 입어선지 오빠의 사랑이 과한건지 조용히 거실에 앉아있던 내 귀에 북이 울리는 소리가 여러번 들려왔었다. 아무튼 런닝입은 어린왕자, 그는 나에게 현실의 오빠란 무엇인지 첫만남부터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빠란 존재에 대해 지칠만큼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어...그리고 그날 치즈 돈가스 맛있었다.
여러분, 곧 눈이 옵니다. 눈사람만들고나서 치돈드세요. 두번드세요.
 
출처 지금과 달리 훨씬 더 순수했던 과거의 나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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