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 대한 간절함이 별로 없긴 했어요 평상시에. 아직까지도 하고 싶고 사고 싶은것도 많고 해외도 다녀야하고 등등; 남이 들으면 철없다고 웃을 일이었겠지만 생기면 생기는거고 말면 말지... 라는 마인드로 살다가 임테기 두줄 보고 천국과 지옥을 맛봤네요 ㅋ 6주가 다되어가는 시점에서도 아기집은 보이지 않고 생리할때 양 까진 아니더라도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갈색 혈, 붉은 혈 수시로 보고 아랫배 아픈것도 없어서 자궁외 임신이나 계류 유산은 아닐거다라고 신랑이랑 둘이서 엄청 서로 위로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했었는데...
결국 오른쪽 나팔관 착상으로 인한 자궁외 임신으로 판정, 복강경 수술로 3박 4일 병원 입원했네요. 이미 전 왼쪽 나팔관이 막혀버린 상태라 더이상의 자연 임신은 불가능하다라는 담당 교수의의 한마디에 눈물이 터져 나오고 신랑은 당신 탓 아니다, 울지마라 달래주기 급급하고. 그렇게 눈물 쏟아내는 동안 담당의는 차라리 이렇게 길이 확실한게 낫다고 나름의 의학적인 소견으로 위로 해주시더라구요. 답은 시험관 밖에 없지만 요즘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예전처럼 시험관 시술이 그렇게까지 힘들지도 않을 뿐더러 아직 젊으시니 충분히 가능성 많다고.
그렇게 눈물 몇번 쏟아내고 응급 수술 끝나고 나오니 딱 드는 느낌은 그냥 허하더라구요. 마취 덜깨서 비몽사몽에 아랫배 안쪽에서 부터 뭉근한 고통이 전해져오고 있는 와중에 담당의 왈, 아랫배쪽에 구멍 세개를 뚫어서 수술 했데요. 최대 4개 5개까지도 뚫을수 있다고 수술전에 이야기 했었는데 3개만으로도 끝난게 다행이다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병실로 실려 가는 와중에 남편 얼굴 보면서 또 한번 눈물 터지고 ㅋ
그렇게 3일간 병원에서 환자노릇 하다가 곧 제 생일이 다가오는 시점이라 친동생이 제 신랑에게 이야기를 해서 연휴 3일이 생겼는데 언니 생일이라서 일본에서 같이 보내고 싶다고 했는데 신랑이 오사카 행 티켓 + 5성 호텔 예약해주더라구요 푹 쉬고 힐링하고 오라고. 같이 가고 싶지만 바빠서 그럴 여력이 없다고 처제가 대신 언니좀 챙겨주라고 ㅠㅠ 그리고 수술 일주일 전이었던가 백화점 지인에게 잠시 놀러 갔다가 구찌 매장에서 본 신발을 보고 이쁘다고 지나가듯이 말한적 있는데 그걸 또 생일 선물로 챙겨주네요. 그렇게 2주 정도? 를 실컷 놀다가 오늘부터 가게로 복귀했네요.
뭐랄까... 좀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긴 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인건지 원래보다 훨씬 더 애틋해졌어요, 저랑 신랑이랑은. 그리고 12월에 제가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이틑날 정도에 병원 내원하라시던데 그때부터 아마 시험관 시술 준비 들어가겠죠. 전 예전에 시험관까지 할 단계면 차라리 그냥 애 없이 살겠다 라고 남편에게 큰소리 친 적이 있었는데 막상 이래되니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뭐든 하게 되네요 ㅋ 이왕 이래된거 될수있으면 빨리 빨리 낳자 라고 생각을 고쳐먹기도 하고 이번 일로 인해서 여러모로 생각을 달리 하게 되네요.
임산부님들, 임신 초기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다면 병원 수시로 꼭 가보세요. 자궁외 임신하게 되면 아랫배가 미친듯이 아프다는 소리가 보편적이었는데 저는 거의 아프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담당의는 제가 조금이라도 더 늦게 내원 했었으면 나팔관 착상으로 인해 나팔관이 부풀어 올라 터져서 쇼크, 과다출혈 까지 갈수도 있었다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뭐 의사들이야 최악의 경우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암튼 정말 예상외의 경험을 하고 온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임... 일주일에 몇번이라도 불안하면 초음파비, 검사비 아까워하지 말고 무조건 가시라고. 임신 초기에 약간의 혈이 비쳐서 한달 주말 제외하고 병원서 내내 초음파 봐온 사람도 주위에 있었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