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1996~2001년 : 월스트리트의 애인.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6년 연속 선정
B - 1999~2001년 중반 : 엔론 임원진들, 17백만주 가량의 주식을 팔아 막대한 이익 현실화
C - 2001년 4월 17일 : 1/4 분기 순이익으로 5억 3천 6백만 달러 공시
D - 2001년 8월 14일 : CEO 제프리 스킬링 사임. 케네스 레이 취임.
E - 2001년 8월 20일 : 케네스 레이, 자사주를 팔아 2백만 달러 취득. 내부 연락망으로 직원들에게 주가가 상승할테니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권고
F - 2001년 9월 26일 : 케네스 레이, 직원들과의 온라인 대화에서 자사주 구입을 권유 “장부처리는 모두 합법적으로 행해졌고 문제될 사안은 없다”
G - 2001년 10월 16일 : 엔론, 3/4 분기 6억1천8백만 달러 손실 공시
H - 2001년 10월 22일 : 증권거래위원회, 엔론의 장부 감리 착수
I - 2001년 12월 2일 : 엔론 파산
엔론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은 일대일로 딱 맞아떨어지는 분식회계의 예시는 아닐 겁니다. 엔론은 거의 모든 이득과 손실을 분식회계로 장부에서 만들고 지워버리고 했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런 경우는 아니니까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만 분식회계가 아니었다면 상장조차 불가능했을 거라는 점이 다르죠. 자신들의 분식회계를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다르고요(그러니 당연히 장부 개정도 안 합니다. 할 게 있어야 하지라는 논리라). 같은 점은 양쪽 모두 경영진의 탐욕이 문제였다는 점이겠네요. 이재용의 승계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어떻게 이용됐는가는 더 말할 것도 없죠. 아, 한쪽은 미래의 이익으로 직원들 보너스 줬고 한쪽은 미래의 성장가치로 상장했다고 하니 이것도 닮았네요.
그건 그렇다치고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보다도 시장의 움직임입니다. 엔론은 차트에서 나타나듯이 분식회계라고 드러나서, 증권위원회가 감리에 착수해서, 파산한 것이 아닙니다. 장부가 이상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시작한 건 훨씬 전엔 2001년 3월부터죠. 그 이후에도 계속 내부폭로와 금융계의 경고가 나왔고 불신이 쌓이며 엔론은 파산하고 만겁니다. 물론 막타는 증권거래위가 쳤지만요. 그렇게 잘 나가던 엔론인데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회계장부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은 주가를 바닥으로 내리꽂고 마는 거죠. 분식회계라는 결론이 나와도 주가가 오르는 대한민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죠.
당국의 대응도 다릅니다. 엔론은 한때 시총 700억 달러짜리 회사였습니다. 함께 날아간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까지 합치면 몇만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일자리을 잃었죠. 한국의 금융당국이었다면 이런 기업이 넘어가는 거 그냥 법대로 처리할 수 있었을까요? 금융혼란을 막아야한다며 개입하지 않았을 거라 확신하십니까? 미국에선 파산 이후에도 몇년을 조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해서 단죄했습니다. 법까지 만들었죠. 한국은 한번 심사하고 거래재개 시켜줬죠. 지금 이뤄지고 있은 검찰 수사는 좀 다를까요?
안 그래도 코리안 프리미엄은 북한이 아니라 부정확한 회계장부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국가가 응 맞아 사실이야라고 공인을 해줬습니다. 장부가 엉망인데 뭘 근거로 투자해야하냐고 물으니 몰라 그냥 각자도생해, 잘 모르겠으면 일단 삼성 주식 사던가라고 답을 한 거죠. 그러면 시장은 거기에 맞게 움직이는 거죠 당연히. 셀트리온은 오늘 다시 반등했네요? 공직자들 위장전입은 필수 아니냐고 비아냥 거리듯이 한국에서 분식회계는 디폴트값 아니냐고 비웃어도 할 말 없는 거죠. 너무 둔감합니다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