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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프레임 전쟁으로 치부하시는데요, 20대 남성의 피해의식은 “진짜”입니다. 그게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요. 민주당의 “정치적 올바름”의 오만이 어떻게 트럼프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는지,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Listen Liberal)”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30대 중반 이후의 분들은 지금 사태를 보면서, 남자가 뭐 그러냐 반문하실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여성의 사회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서 그러는거냐 할수도 있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제가 04학번인데, 저때만해도 여자들은 왜 군대 안가 라는 말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해군 2년 2개월 다녀왔구요, 사병 복지 늘리는데 아무런~ 반감이 없습니다) 왜냐구요? 군대를 다녀오면 취업은 늦어져도, 취업 진입이 더 용이하고, 여자들은 다 경력단절되서 집으로 가고, 올라가면서 사라지니깐요. 다시 말해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고시 붙어서 졸업하는 친구들에게 부러움은 느꼈지만, 경쟁 상대라고 느끼진 않은 겁니다. 3 개 국어 하는 제 아내 무역회사 들어가서 절절히 느낀게, 남자들이 자기를 경쟁상대로 보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다양한 제도적, 비제도적 수단을 통해서 여성은 경쟁상대에서 지워집니다. 실제로 제 아내도 그렇게 경력 단절이 되었구요.
문제는 소위 말하는 가부장적 구조 안에서 알게 모르게 수혜를 보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시혜를 베풀듯 여성들에게 할당제 주던 때와는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겁니다. 여성들은 경쟁상대인 동시에 근본이익(사회경제적 이익 + 성적 자유) 을 가져가는 존재들입니다. 요즘 언론에서 백래쉬 백래쉬 하죠? 백래쉬라는 말이 어떻게 나옵니까? 기존의 체제가 이전의 체제의 의해서 실질적으로 위협을 받을때, 이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다고 페미니스트들도 그렇게 말하는 것 아닙니까? 객관적으로 정말 그러한지는 보다 세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만, 20대 남성이 느끼는 위기감은 진짜라는데서 출발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만약 페미문제가 중요한게 아니라면, 왜 그렇게 페미니즘 정부라고 홍보를 하고 다니겠습니까? 거시적으로도 정치학, 철학, 사회학에서 민족, 계급, 인종, (그리고 한국은 지역) 에 의한 차별 및 갈등이 지나가고 나면 가장 소외받았던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가 나오는 것이 맞습니다. (이 다음은 동물권이구요, 실제로 서구 학계에서 bio ethics 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이고, 이미 서구에서는 한 세대 전 부터 지금까지 전쟁인 사안입니다. 지금 20대들, 그리고 30대 초반 생들은 향후 10-20년에 걸쳐서 근본이익을 두고 싸우는 문제입니다. 만약 이에 대해서, 20대가 멍청해서 그래 라고 한다면, 전혀 맥락을 잘못 짚는 것입니다.
3. 피해의식이 어디서 오냐구요? 여러가지 루트가 있겠죠. 가장 본질적인 것은 권리와 의무의 불균형입니다.
2030 남성들에게 문제는 가부장제가 아니라 더 이상 가장으로서 역할을 할수도 없고, 하기도 싫은데 자꾸 가부장제의 원흉이라고 패는데에 있는 겁니다.3-1) 페미들에 대한 반감: 페미니스트들이요? 말은 기득권 없는 남성들도 피해자다라고 하면서, 온갖 힘없는 남성들 조리 돌리고, 패고, 근본이익 가져가는데 온 힘을 씁니다. 이번 시립대 사건에서 볼수 있듯이, 가해 여성들은 피해 남성을 두고 “가난한 새끼가 뭘 할수 있겠냐”는 식으로 비아냥 거렸지요. 실제로 피해 남성분이 소득 1분위라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구요.
만약에 여성인사들 중 한명이라도 저 사건에 대해서 이건 여성들이 잘못한것이다 – 라고만 했어도 – 이 지경이 되지 않겠죠. 근데 다들 뭐라고 하죠? 응 남성혐오 아니야 – 돌아가라고 하죠. 그러면서 젠더 감수성이요? 솔직한 말로 정말 웃기기만 할뿐입니다. (저 역시 “구조적인” 수준의 남성혐오는 불가하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말로는 “기득권이 없는 남성들”은 가부장제의 피해자다라고 하면서, 실제 린치는 그 남성들에게 집중이 되죠. 오히려 그렇게도 비판하는 남성문화 중 하나인 강약약강처럼, 비혼이라 말하면서 기득권 남성들에게는 결혼의 가능성을, 힘없는 남성들에게는 멸시를 보낸게 요 몇년 사이의 풍조 아닌가요? 미러링이라구요? 에이 미러링 아닌거 여성들조차도 다 아는데 무슨 철 지난 이야기를 합니까. 그리고 미러링이라고 한다면 – 정말 한남들에게 해야 정정당당한거 아닌가요?
3-2) 일반 여성들에 의한 의문: 가부장제요? 분명 문제가 맞죠. 여성들 입장에서는, 이부진으로 태어나도 “여성”이라서 당하는 것들이 있을테고 왕이 될수가없으니깐요. 그런데 그럼 두가지를 반문이 생기는 겁니다.
1) 정말로 소위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들이 담당했던"의무"들 가져갈 자신이 있는 겁니까? 온갖 물리적 폭력 속에서 살아남아서, 군대 다녀오고, 조직문화에서 살아남아서, 매달 월급 척척 갖다줄 자신 있는겁니까?
글쎄요, 아무도 나눠가져야 하는 의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아 남성들이 만든 문화니까 당해도 싸다구요? 남성들을 일반화 하는 것 자체가 이미 틀린 전제입니다. 만약 남성들이 만든 문화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면, 남성들이 만든 문화에서 얻는 이익도 정당화 됩니다. 더군다나, 그 혜택을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받았다면 정당성이 약해지지요. 애초에 어떤 사회의 권리와 의무를 성별로 무 자르듯이 나눌수가 없습니다.
(저는 “성폭력”과 “출산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 은 남성들이 절대적으로 혹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본다고 보기에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보는 편입니다. 당연히 두 문제 해결 없이 그냥 여성들에게 의무를 덤탱이 씌울수가 없지요. 하지만 어젠다 자체에서 배제할수가 없다는 겁니다)
2) 정말로 가부장제 시스템이 무너져서 가모장제가 되면 여성들에게 좋은 겁니까? 위 질문에서 이미 느끼셨겠지만 사회구조에 대한 고민 없이 남성과 여성의 역할만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여성에게 오히려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수의 능력있는, 돈있는, 힘있는 여성만이 자리를 가져갈 뿐 온갖 의무는 다 같이 가져가야 할테니깐요. 그래서 온갖 할당제들이 좋은 자리에만 몰려있는 것이구요. (그리고 당연히 소수의 능력있는 여성들이 혜택을 더 많이 보게되겠죠)
유리천장이 뚫리면 모든 여성이 이부진이 되나요? 유리천장이 없는 남성 사회에서, 누가 이재용이 되고 누가 기득권이 되죠? 진짜 문제는 “여성의 사회진출 혹은 자율성을 가로막는 가부장제” + “가부장이든 가모장이든 보통 사람이 살아갈수 없는 사회구조”입니다. “기득권이 없는 남성”은 가부장제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부장제의 혜택과 권위를 여전히 누리고 싶은데 양극화된 경제 구조속에서 몰락해가는 사람들입니다. 반대로 여성들은 “아니 이제 가장의 역할도 못하는데 방구석 여포짓 그만해” 하면서도 가부장제 구조 속에서 받았던 수혜는 다 받으면서 위로 올라갈려는 것이구요.
진짜 제대로 된 가부/모장제가 돌아가고 사회, 제도적으로 전업주부의 권리, 재산권, 폭력으로부터의 자유가 보장이 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가부장이든 가모장이든 선택합니다. 저만 해도 제 아내가 한달에 500 이상 벌어오고, 재산분할 및 제 권리 충족되면 정말로 전업주부합니다.
30대만 되도 다 아는 겁니다. 소위 명문대 나와도 어느 순간에는 취집이나 할까하고 술자리서 농담 삼아 퉁칩니다. 그럼 남자들도 뭐 여튼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이랑 하는게 좋지 않겠냐 해줍니다. 서로 다 압니다.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는 어느정도 용인된다는 것을요. 근데 문제는 이게 지탱이 안된다는 겁니다.
아, 먹고 살기 겁나 힘든데 – 남자가 구조적으로 더 버니까 쟤네한테 짐 지우자 – 남자들은 아 이제 이게 아닌데, 나 진짜 여자보다 못 버는데 – 그만하고 싶은데 하는 지점에서 심대한 갈등이 생기는 거겠죠. 그리고 이 지점에서 더 이상 왕자가 될수도 없고, 되기도 싫은 남성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무하다는 겁니다. 이미 연애시장에서 밀려나고, 결혼시장에서는 무시받는 남성들 중에서, 방구석 여포짓 안하고 착실하게 살아갈게요 – 하는 남성 계층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에도 그저 한남으로 버무려서 어떻게든 “구조적으로” 털어갈려고 하는게 너무나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3-3) 여가부 및 여성 정치인들에게: 백번 양보해서, 한남들 밟고 올라가는 것도 좋다고 칩시다. 방구석 여포들이 너무 많아서, 다 밟고 올라가야 될 것 같다고 칩시다. 그리고 이때까지 당한게 너무 억울해서 한번 다 뭐 돼봐 라고 쏴지르고 싶다고 칩시다. 근데 그럼 적어도 올라갈때, “여자가 행복해야 남자도 행복해집니다” 식의 위선은 떨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시행되는 젠더정책 중에서 파이 크기 자체를 넓히는게 하나라도 있는겁니까? 전부 “남성에 의해서” 피해를 받던 것들을 되돌리고 복수하는 것들일 뿐, 정말로 파이 크기 자체를 넓혀서 일반 남성들이 혜택 받는게 있다고 보시는건가요? 하나도 없어요. 정말로 하나도 없어요.
가부장제가 무너지면 남자에게 혜택이 돌아온다구요? 1) 당연히 남성이 가진 기득권을 가져가는데 혜택이 돌아올리 없죠 2) 그리고 이미 가장이 될수도 없는 계층이 쌓여가고 있어요. 3) 게다가 시스템에 대한 고민 없이는 그저 지배계층에 여성이 늘어날 뿐, 그게 어떠한 유의미한 결과를 낳지 못합니다. 남성들, 특히 사회의 진입 장벽에서 막힌 20대 남성들 입장에서는 페미니즘은 어떠한 이익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들이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이라도 했던 것과는 달리, 우리 한남들은 그렇게 이쁨을 받지 못해요. 통계들 보시면 이미 결혼은 동질혼의 성격이 확연합니다. 가부장이 무너진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남성과 여성 기득권 계급이지, 무슨 남성해방 같은게 아니에요.
4. 왜 20대 남성이 젠더 문제에 있어서 문재인 대통령 및 민주당에 실망하냐구요? 모든 세대가 그 시대에 맞는 과제와 의무를 집니다. 운이 좋은 경우 좀 더 편할수도 있죠, 반대인 경우도 있구요. 지금 기성세대들 피 땀으로 민주주의/ 경제발전 가져온 것 압니다. 근데 우리 젠더 문제 있어서는 솔직하게 말합시다. “가부장제” 구조 안에서, 시혜 베풀듯이 여성들 부둥부둥해주면서 자기들은 좋은 이미지 다 가져가고, 2030남성들한테 니네는 멍청해! 일베 같은 놈들! 하고 있는 형국인 겁니다.
더 중요한게 있다? 지금 젠더 문제로 사회적 낙오자가 될 판인데 그런 말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아 그 정도로 사회적 낙오자가 될 바엔 그냥 낙오자가 되라? 그래서 진짜 낙오자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못 버틴다는 겁니다. 대범하고 싶어도 대범할수 없는 계층들이 실제로 쌓여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젠더 문제에서 직접적으로는 오는게 아니란걸 알아도 그렇게 느낀다는 겁니다)
5. 트럼프가 어떻게 등장했습니까? 경제/이민자/페미니즘 이슈를 물고 등장했습니다. 난민문제는 한국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포비아 수준이기 때문에 조금만 건드려도 거덜납니다. 경제와 페미니즘 문제는 점점 바닥 민심을 형성해가고 있지요.
얼마전 yes 24 에서 어쩌면 그렇게 한남스럽니? 라고 광고메일을 떡하니 보냈습니다. 이 현상 너머로 중요한 것은 그 책 “한국남자” 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 (저자는 비판적이지만) 20대의 피해의식은 “진짜”라는 겁니다. 예전 가부장 세대가 여성들에게 시혜 베풀다가 기분이 좀 나빠져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본인들의 근본이익들과 결부시켜서 생각한다는 겁니다. 정말로 위협이라고 느끼고 반응한다는 겁니다. 그 앞에서, 실실 쪼개면서 한남이라고 치부하고 일베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바닥 민심이 조금씩 쌓이고 있는 겁니다.
6. 어느 정부든 코어 지지층이 있을 터이고, 그게 2030 남성은 아니라는 건 너무나도 자명해 보입니다. 뭐 그럴수 있어요. 근데 만약 의도가 이게 아니라면, 적어도 남성들과 관련된 이슈가 청와대 청원에 올라갔을때 그렇게 무성의하게 대답하고 비아냥 거리면 안되는 거겠죠. 예능에 민주당 최고위원이라는 분이 나와서 (물론 그 당시는 아니었지만요) 여성징병제에 대해서, 정말로 한심한 남자들의 주장이라고 말하면 안되는 거겠죠. (박주민 의원 말하는 겁니다)
물론 20대 지지율 빠진다고 해서, 민주당 타격 별로 없을 겁니다. 왜냐구요. 코어 지지층도 아니었을 뿐더러, 자한당으로 갈일도 없어요. 20대 남성들이 아예 오른 쪽 빼고는 “여성이 설거지하는 것은 하늘이 정해준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 뽑을 일 없습니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이미 알고 있겠죠. 여성 표 가져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것이 정당하든 정당하지 않든 지금의 여성운동이라는 것이 오랜 기간 동안 여성들이 말 그대로 피와 땀으로 쌓아온 것이기에 그 내공이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사 돌고 돌아 결국 한만큼 돌아온다는 것을 아실겁니다. 작금의 사태는 남성 중심 사회가 치루는 비용일 것이구요, 또 지금10-30 대 남성들에게서 쌓이고 있는 불만들이 언젠가 청구서로 돌아오겠죠. 그리고 그제서야 진짜 한남들이 얼마나 꽁하고 치사한지 그때 새삼 깨닫게 될겁니다. 정말로 말 한마디와 태도, 그리고 약간의 속도 조절만 해도 젠더 이슈로 빠지는 건 대부분 방어가 가능한데 세상 물정 모른다느니, 일베라느니,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역갈등, 계급갈등, 세대 갈등이 성별 갈등으로 옮겨졌다는 것은, 20대가 멍청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선이 다르게 형성되었다라는 걸 의미하고 다르게 대응해야 된다는 걸 의미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