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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후회
게시물ID : humorbest_11232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24
조회수 : 5480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9/20 23:12:19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9/20 02:02:16
*퍼가지 마세용..
 
 
 
 
 
 
 
차창을 세차게 때리는 빗소리에 조수석에 있는 어린 소녀는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아빠는 차창에 연한 자국이 남을 정도로 바싹 붙어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 작은 속삭임이 울렸다.
 
'돌대가리 새끼..'
 
경찰서를 지나면서 소녀는 군것질이 먹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아빠는 모텔에 가면 밥이 있으니 안된다고 했다.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월급 갖고 구질구질한 싸구려 모텔 말곤..'
 
"응? 아빠~ 응? 응?"
 
'고딴 년이랑 결혼을 왜 했을까. 한 달만 사귀고 깨질 걸.
아니면 식당에서 만났던 다른 여자애를 꼬셨어야 했는데.'
 
소녀가 입을 삐쭉 내밀었지만 아빠는 지난 날을 생각하느라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법대를 갈 걸 그랬어. 지질학을 배워서 어따 써먹어.
패거리들이랑 같이 다닌 답시고 그런 쓰레기 학교를 가느니 대학도 좋은 데로 갔어야 했는데.'
 
소녀는 빗방울에 흥미를 잃고 대시보드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싸구려 플라스틱에서 텅텅 소리가 났다.
 
'나란 새끼는 진짜.. 걸레같은 년이 나랑 자려고 꼬시는데 홀랑 넘어가서는.
학비 대줘, 옷 사줘, 생일 챙겨줘. 이딴 똥차나 몰고 다니는 꼴이라니.
직장도 후지고. 썅년 땜에 내가 발전이 없잖아 발전이. 나쁜 년.'
 
부아가 치밀어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지.'
 
이번 목소리는 조금 차갑고 어딘가 낯설었다.
그런데 맞는 말이다. 방법이 있다.
옆에 앉아있는 딸을 깜빡 잊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직 멀었어?"
 
딸내미가 옆에서 쫑알거리자 그만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
핸들을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 도로 옆 울타리로 돌진했다.
마지막 순간에 차에 전처가 타고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면 됐어.'
 

 
경찰관 두 명이 소방관이 찌그러친 차량을 간신히 수색했다.
작은 시신 하나를 구급차에 싣는 중이지만 딱히 서두르지는 않았다.
운전자는 아직 꺼내지 못한 상태이지만 어차피 사망한 상태였다.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흔하디 흔한 교통사고지 뭐.
아무도 모르게 시체의 귀에서 어떤 그림자가 울컥하고 빠져나와 차량 밖으로 스믈스믈 기어나왔다.
포장도로를 따라 구비구비 미끄러지듯 물웅덩이와 맨홀을 지나 지켜보던 경찰관의 다리에 닿았다.
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순간 마침 바람이 불어서 경찰관은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척추까지 휘감고 나서야 약간 몸이 떨렸다.
귀 속까지 파고 들었을 때 동료 경찰관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는데,
봤다 하더라도 본인의 동료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뿐 눈치는 못했을 것이다.
 
'교통사고 처리나 하고 앉았고. 경찰은 뭐하러 됐나 몰라.'
 
 
 
 
 
 
출처 Regrets
https://redd.it/3l2y96 by acing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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