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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봤고 그냥 넋두리ㅎㅅㅎ
게시물ID : gomin_15484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尹林
추천 : 11
조회수 : 754회
댓글수 : 82개
등록시간 : 2015/11/13 12:12:18
제가 어제 드디어 수능을 봤네요
오빠가 두번 고역을 하고 수능을 보는 걸 지켜보면서 무섭기도 하고 그랬는데 제가 언제 벌써 이렇게 컸다고 수능을 봤어요
몇 달 있으면 스무살이고... 술도 먹겠죠ㅋㅋㅋ
 
그 있잖아요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
2학년 땐 매번 3등급이었던 국어 올려보겠다고 여름방학 때 3학년 선배들이랑 같이 학교 야자실에서 밤까지 공부하고 진짜로
엄마가 항상 제 성적표 보시면 원래 그러신 분이 아니었는데도 오빠랑 비교했었거든요. 너네 오빤 공부 그렇게 안 하고도 매번 국어 다 맞던데..
국어 국어 국어 진짜 그 국어가 뭐라고 울면서 공부했었어요
국어시험은 무슨 한국인도 못 풀겠는데 하면서 국어의 기술 그 참고서 두권 다 너덜너덜해질정도로 기출문제집도..
결국 올해 모의고사들에선 한 번 빼고 다 1등급, 그 1등급들도 두번은 1개 틀리고 나머지는 다맞고. 누래진 참고서 보면서 얼마나 뿌듯했고 기뻤는지
11일날 그거 꼭 안고 국어 잘 볼거라고 열심히 나한테 말해줬는데
수능장에서는 또 달랐나보네요
가채점결과는 끔찍했어요 예상 등급컷 1등급은 무슨 3등급 하면 다행일정도로
채점할 때 가채점표에 틀린 거 체크 기계마냥 하는데도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바닥에 있던 그날 제가 머리 턴 수건 그거 얼굴에 대고 엉엉 울었어요 안 울 줄 알았는데 그냥 엉엉 울었어요 꺽꺽대면서
모르겠어요 얼마나 울었는지는 나중엔 오빠가 물 한컵 주면서 마시라 그러더라구요
 
수학 수학은요.. ㅋㅋ 원래 잘 못했어요.
중학교 떄도 고등학교 때도 심지어 초등학교때도.
국영수 셋중에 아픈 건 수학 하나였어요
근데 저 올해 열심히 올렸거든요 제가 가고 싶은 대학 학과 엄마 고생 안 하시게 장학금 받고 들어가려면 수학 1등급이어야 하니까 진짜로 열심히 했거든요
막판에 9월 10월 둘다 1등급 떴었어요 그땐 정말 플래너에 붙여 놓은 넌 전과목 1등급으로 부모님 고생 안 시켜드리고 전액 받고 대학 간다 그 포스트잇에 부끄럽지 않았어요 성적표 받고 코끝이 찡했었는데
여기서 무슨 말 할지 알 거 같죠 수학도 망했어요. 진짜 쉬운 4점짜리. 계산만 잘하면 푸는 4점짜리 두 개가 자꾸 제 발목을 잡고 안 놔주더라구요
당황해서 계산에서 자꾸 미끄러지고 그거에 40분을 걸었는데도 병신같이 안 풀려서 그냥 다 내던지고 나가고 싶었어요 그냥 그땐 제가 아니었던 것 같았어요 손도 머리도 다
30번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28번은 또 왜 안풀리는지.. 채점은 또 해봐야죠 근데 참... 뭐같더라구요 세상에 78점? 처음 맞아보는 점수를 그 수능에서 맞던데요? 잠깐 멍해져서 눈물도 안나오고 만약에 이 점수를 쌤이 보신다면 넌 시험 볼 때 혹시 잤니...라고 하실 것 같고 그냥 세상에 이게 뭔지....
수학 채점하고 가채점표 던졌어요ㅋ
 
영어영어영어 시벌탱 영어!!
ㅋㅋㅋㅋㅋㅋ저 있잖아요 영어요 1학년때 저 공부 그렇게 썩 잘하진 않았거든요 근데 유일하게 내신도 모의고사도 1등급 받던 게 영어였어요
2학년때도요. 항상 영어는 진짜 제가 자랑하고 싶은 과목이었어요
그래도 3학년 떄 미끄러지면 안되니까 방심은 못했어요 겨울방학때 진짜 좋은 인강 선생님 만나서 그 선생님의 주요 교재 인강 다 듣고 기출도 그때부터 다 풀고 영어는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거니까 더 신나게 했어요 영어 공부할 땐 유일하게 신났어요
올해 모의고사들 영어는 다 무난하게 나왔고 유ㅣ=일하게 7월 교육청 거지같았을 때도 점수 유지...9월 10월 아 그냥 다 부질없어지려 그래요
수능이요 수능은 또 달랐는지 어땠는지 ㅋㅋㅋ 처음으로 영어 풀 때 혼란이 왔어요 긴장을 ㅎ했는지 잡생각이 많았는지 어깨는 아프고 팔은 저리고 문제는 안 읽히고 재진술은 어디서 해야하는지 모르겠고 엄마 생각나고...
영어요 채점해보니까 제일 ㅁ많이 틀렸던데요 갯수는... 그냥 영어 채점하고 나서 처음으로 베란다 난간이 눈에 보였어요 아주 잠깐ㅋㅋㅋㅋ
 
그렇게 채점하고 울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요
제가 1년동안 공부해서 나온 성적들이 다 구라였나 이게 진짠건가 이게 진짜로 내 실력인건가
그럴거면 모의고사는 뭐하러 그렇게 잘 봤나 악마가 진짜 있어서 나 엿먹이려고 이런건가
평소에 틀리는 거에서 서너개면 몰라 5배... ㅋㅋ이게 뭔가 싶더라구요
 
나는 진짜 내가 1년동안 공부했던 시간들이 그 때 당시엔 힘들고 거지 같았어도 나한텐 참 진짜로 귀중한 시간들인데 내가 열심히 할 수 있구나 그거 알려준 시간들인데 그게 다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시험장 들어가기 직전까지 저랑 같이 있었던게 그것들이었는데 내가 그 시간들 다 망쳐버린 거 같아서 너무 나한테 미안하고 거실 바닥에 있는 너덜해진 책들한테도 미안하고 이것저것 붙어있고 내 1년 다 들어가 있는 플래너가 너무 불쌍해보이고..
 
 
 
에휴 많이도 썼네요 학교도 안 가고ㅋㅋㅋ 넋두리는 여기서 하고 가요
사탐은 그나마 잘 봤어요 적어도 제 사탐 책한테 미안하진 않을 정도로ㅋㅋ 그놈의 책들..
뭐 1년 더 하려구요 아직까지 제 생각은 그래요ㅋㅋ 오빠는 절 말리고 이모는 절 부추기고ㅋㅋㅋ
어제 그렇게 울고 오빠랑 얘기하고 엄마랑도 얘기하고 친구랑 통화하면서 신파극 하나 찍고 나니까 오늘은 낫네요
주말에 가족이랑 수목원도 다녀오고 친구랑 롯데월드도 갔다오려고 해요
어차피 끝난 거고! 수능 망친 거랑 별개로 제 1년은 정말 뿌듯하고 귀중해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수능이 제 1년을 테스트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마지막 단계?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뭐.. 그러려니 하네요
오오 넋두리라 그런지 이상하고 오글거려요 만약에 읽으셨다면 그건 감안해주세요ㅎㅅㅎ 좀 있다 삭제나 해버릴까 싶네영
같이 수능 본 고삼들 n수생님들 그냥 끝났으니 놉시다... 롯데월드랑 서울랜드는 15일까지만 수험표 할인 하더라구요 에버랜드는 30일까지!! 빨리빨리 놀아야 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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