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이머가 찾은 바로 그 게임, 지뢰찾기
윈도우7과 함께한 왕의 귀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널리 알려져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이다. 이 문장이 나타내는 바 그대로, 인간은 역사 속에서 서로간의 상호 관계를 바탕으로 인간 자신과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며 비로소 현대의 물질적 영광이 넘치는 시대에 이르렀다. 더욱이 21세기에는 높은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빠른 속도의 정보화로 인해 모든 인간이 하나하나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활발하게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 밥먹고 고갤질하는 것만큼 당연해지는 세상이 열렸다. '링크'와 '커뮤니케이션', 이 두 단어는 그야말로 인간사의 흥망성쇠와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본 키워드라 말할 수 있다.
지뢰찾기는 바로 이 두 가지, 세상사의 필수 요소를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지뢰라는 대체물에 투영하여 완벽하게 구현한 게임이다. 당신은 허허벌판에 홀로 남겨진 채로 바닥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지뢰를 훑어낼 임무를 맡는다. 일말의 정보조차 주어지지 않은 상태로 임무에 투입되었기에 처음에는 당황할 수 있지만, 단 하나의 타일만 들춰보면 이내 바닥 전 지역이 주변부의 지뢰와 연결되어 그 배치 정보를 담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로부터 고구마 뿌리를 캐내듯 줄줄이 지뢰를 엮어낸다. 일면 굉장히 단순해보이는 룰이지만, 이 게임은 오히려 쓸모없는 기름기를 쫙 빼내고 그야말로 인간사의 정수(精髓)에만 집중하는 장인의 미학를 선택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게임'의 왕좌를 차지하고 수많은 게이머들을 지뢰찾기의 노예로 만든다.
▲ 모 인기 게임 판매 사이트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지뢰찾기 Game of the Year Edition
▲ 다양한 형태의 지뢰찾기
1968년 무렵 처음 그 컨셉이 나타난 이후 지뢰찾기의 무시무시한 중독성을 인지하고 개발에 뛰어든 자들이 크게 부흥하고, 그러지 못한 자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과정은 지뢰찾기가 보여준 인간세상에 대한 또 하나의 압축된 비유이다. 지뢰찾기를 통해 많은 부를 축적한 인물로는 역시 빌 게이츠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지뢰찾기 게임 구매자에게 자사가 개발한 OS인 Windows를 끼워 파는 전략을 통해 PC OS 시장을 잠식했고, 기어코 본인의 재산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교할 수 없는 1인자의 위치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한다. (이러한 끼워팔기 전략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곧잘 경쟁사로부터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명작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비난을 얻기도 한다.) 한편 지뢰찾기로부터 눈길을 거둬들였다 망해간 게임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멀리 갈 것 없이 국내로만 눈길을 돌려봐도, 한때나마 국산 게임계를 평정했다고 평가받았으나 지금은 생사조차 알기 힘든 손노리와 소프트맥스의 게임 개발 목록에는 눈씻고 찾아봐도 지뢰찾기와 유사한 게임조차 없다는 것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지뢰찾기 이상의 리얼리티를 구현한'다는 것은 과연 실현 가능한 명제인가? 지뢰찾기 이후의 게임은 이러한 단 한가지의 이상향을 향해 부나방처럼 스러져가는 모험자와도 같았다. 지뢰찾기가 후대의 게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굴지의 게임 개발사 베데스다 소프트웨어의 토드 하워드가 게임 전문지 The Doduries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인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때때로 저희 게임은 지뢰찾기와의 유사성 때문에 비난받곤 합니다. 물론 방대한 맵을 누비는 자유도의 모티브를 지뢰찾기로부터 얻었다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한 명의 개발자로서 시대를 대표하는 환상적인 명작 지뢰찾기의 거대한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는 마치 분말스프를 제거한 채 짜파게티를 만들라는 수준의 이야기로, 명백히 부당한 요구입니다.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그러나 지뢰찾기가 왕좌를 차지하기까지의 길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번 잡으면 도저히 손을 놓을 수가 없는 엄청난 리플레이 가치 때문에 학생들이 식음을 전폐하고 등교를 거부한 채 게임에 몰두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함에 따라, 미 여성부의 신디 김신을 필두로 한 세력들은 결국 오전 6시부터 밤 0시까지 지뢰찾기 플레이를 불허하는 셧다운제를 시행하게 된다. 물론 이 제도는 지뢰찾기를 한밤중에만 하게 만들어 수면권을 침해한다는 게이머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곧 철폐되었지만, 대신 개발사에 게임의 홍보를 막거나 수상을 방해하는 식의 압력을 가하는 형태로 변형돼 전해지게 된다.
▲ 2003년 이후 지뢰찾기의 수상이 배제된 올해의 게임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게임'의 자리는 언제나 지뢰찾기가 차지해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바 있듯 인간 세계의 리얼리티를 극한 수준까지 보여주는 독자적인 게임성 덕분이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들 또한 타자가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윈도우7을 끼워 주는 가장 최근 버전의 마소판 지뢰찾기의 경우, 눈을 의심케 하는 미려한 애니메이션이 적용되어 그야말로 게임이 현실인지 현실이 게임인지 분간이 어려울 지경으로 플레이어를 물아일체의 혼란속에 빠뜨린다. (일찍이 이 정도의 완벽한 그래픽적 완성도를 선보인 게임은 갈스패닉과 던전 크롤 정도가 유이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귓망울을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다독이는 사운드의 대향연에 진동이 적용되는 XBOX 360 전용 컨트롤러를 겸비하면 당신은 지뢰를 밟았을 때 실제 중딩이 전장에서 참나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는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게임' 지뢰찾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이 정도가 아니지만 부족한 필자의 능력으로 이 이상 이 게임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명작에 대한 크나큰 죄악이다. 당장 시작 버튼 -> 모든 프로그램 -> 게임 -> 지뢰찾기를 통해 직접 풍만한 지뢰의 바다를 만끽해 보길 바란다.
▲ 박력 넘치는 게임화면
명불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