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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장마 종로에서
게시물ID : sisa_6242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들이
추천 : 1
조회수 : 3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14 22: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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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https://youtu.be/S4xoOW4DVKE 
출처 https://youtu.be/S4xoOW4DV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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