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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를 가까이서 맞아본 적이 있는데...
게시물ID : sisa_6255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amper
추천 : 13
조회수 : 407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5/11/16 0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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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광우병 시위때였죠.
당시 폭력시위를 부각시켜 시위의 본질을 흐리려는 것을 우려해 예비역들이 군복입고 나와 시위 맨 앞선에서 시위대 방패막이가 되어주던 때가 있었죠.
(그전에 이미 시위에 많이 참여했던 적이 있었던 저는 그게 오히려 시위대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좋은 의도로 시민들이 참여하던 것이었으니 뭐...)


어쨌거나 시민들은 경복궁 앞쪽길에서 경찰청 쪽으로 막아선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있던 쪽은 주로 여자들이 많았고 예비역들이 맨 앞에 섰었죠.
경찰들은 계속 경고방송하면서 점점 우리가 있는 곳으로 밀고 들어왔고 예비역들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시위대들을 한발씩 한발씩 뒤로 물러나게 했습니다.


그런데 군대에서도 그렇지만 앞에서 한발 움직이면 인원이 많을때 뒤쪽은 엄청나게 움직여야 합니다.
계속해서 뒤로 한발씩, 좀 있다가 다시 한발씩 이렇게 물러서니깐 뒤쪽은 혼잡스러워지기 시작하고 점점 아예 한참 뒤로 물러나 서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경찰들이 치고 들어오면 시위대가 앞과 뒤쪽이 분리되어 있는 상황이라 앞쪽은 뒤로 급하게 빠지다가 다치게 되고 결국 고립되어 연행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예비역들에게 자꾸 이렇게 물러서면 결국 다치는 사람 생긴다고 아예 선 그어놓고 남자들이 맨 앞에서 그 선은 경찰들이 밀고오든 말든 어떻게든 지키는 것으로 가야된다고 얘기했지만 시위경험이 거의 없으니 예비역들은 어찌해야 할지 판단을 잘 못내리시더군요. 저처럼 시위경험 많으신 분들은 다들 엄청 답답해하고 결국 예비역들에게 화를 내는 사람도 많이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고 놀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뒤로 빠질때 경찰들이 위협적으로 밀고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은 놀라서 더 멀리 빠졌고 저는 경찰들과 시위대 사이에 새로 생긴 넓은 공간에 넘어져있던 사람들이 다 빠질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몇몇 사람들과 함께 경찰들 앞에 띄엄띄엄 막아섰었죠.


그때 물대포가 제 발목 부분을 강타했는데 그 위력이 어느 정도였냐면 제가 공중에 붕 떴다가 넘어졌습니다.
빙판길에서 넘어질때 심하게 넘어지면 공중에 떴다가 쿵 하고 떨어지는 경우 있잖아요. 딱 그런 경우였습니다.


넘어진 후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들은 모두 뒤로 도망가느라 정신없었고 경찰들은 방패를 들고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더군요.
저도 급히 일어나 주변에 넘어져있던 사람들을 일으켜주고 경찰들 옆으로 스쳐 지나가며 뛰어가고 있는데 저기 옆쪽에서 어떤 여학생이 쓰러져 있는데 그곳으로 경찰들이 달려들더군요. 순간 놀라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경찰들을 밀쳐내고 또 다른 사람 일으켜주려 갔었는데 그때 그 여학생의 피흘리는 사진이 당시 인터넷에서 많은 공분을 일으킨 사진이었습니다.


어쨌거나 그 당시 처음 물대포를 지격으로 맍은 소감은 '아, 이거 얼굴에 맞으면 진짜 위험하겠다.' 그리고 '이거 맞고 넘어질때 잘못 넘어지면 크게 다치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어제 그런 일이 발생하고 그 영상을 보면서 저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제가 물대포 맞은 거리가 그분이 넘어져서 쓰러져 있던 그 정도 거리였는데 그 앞에서 직격으로 맞으셨으니....

백남기씨의 쾌유를 빕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시위라는 것은 원래 평화적인 것이 아닙니다. 시위의 사전적 정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위의 목적은 시위자들이 그들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위력이나 기세를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물론 평화적이고 유쾌한 시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위력과 기세를 보이는 것이고요. 무력을 쓰는 것에 너무 결벽증 환자처럼 대응하진 맙시다. '절대' 무력시위는 안된다...라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선 무력시위도 선택지의 하나다'라는 입장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상황의 수위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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