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8뉴스 ‘끝까지판다’ 팀 보도에 대해 ‘체크포인트’ 도출하는 글을 두 편 썼습니다. 오늘도 하나 쓸까 하다가 그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글을 쓸 때까지는 SBS가 손혜원 의원이 차명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1%의 가능성이라도 보고 탐사보도를 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보도 내용이 이상한 것은 처음부터 손 의원이 부정한 행위를 했을 것이라는 확증편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끝까지판다’ 팀의 확증편향은 손 의원 사안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본인들은 틀리지 않는다는 나르시시즘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SBS 메인뉴스가 물먹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인 것이죠.
애초 ‘끝까지판다’ 팀의 문제의식은 손 의원이 투기를 위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했고 그 가치를 급상승시키기 위해 문화재청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문광위 위원인 손 의원이 내부정보를 투기에 활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내놓았죠. 그런데 오늘 보도에서 ‘끝까지판다’ 팀이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부동산 차명 투기에서 ‘문화재 관리 능력 부족’,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 논란으로 옮겨간 것이죠. 대들보를 생으로 뽑아다 바꿔 끼운 것입니다. 때문에 ‘끝까지판다’의 탐사보도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17일 SBS 메인뉴스 구성입니다. 대단한 강박이 느껴집니다. 메인뉴스가 굽히는 모양새를 취할 수 없으니 끝까지 밀고 나가려나 봅니다. 끝까지 판다 보도 외에 KBS, MBC, JTBC 와 다른 점이 느껴지시나요. '북한 김영철 워싱턴 직행' 소식은 다른 방송사에서 주요뉴스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SBS에서는 뒤로 쳐져 있죠. 김영철 방미 소식 뒤에 수소경제 한 꼭지, 그 뒤에 자사 기자가 상 받았다는 홍보 한 꼭지 그 뒤로는 스포츠 소식 네 꼭지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날씨 예보를 전했습니다. 이 구성을 보고 ‘SBS는 부동산 전문 방송입니까’라고 말하면 이것이야 말로 ‘끝까지 판다’ 식 오도겠죠.
중요한 것은 자사 메인뉴스의 권위를 지키고자 하는 일이 본질적인 언론의 기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입니다. SBS가 망할까 걱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의 생산물이 사회구성원들에게 미칠 악영향이 두려운 것이죠. SBS 내부 구성원들은 지금이라도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심각하게 논의해봐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