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내외가 오븟하게 여행을 떠난 집에 저와 조카 단 둘만 3일동안 썰렁하게 집을 지켜야 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엄마 없는 동안 사고치지 말고 있어야 한다 알았지?]란 다짐과 함께 [규칙적인 생활을 잘 하고 있으면 엄마가 미니카 사주께]란 약속을 받은 조카는 그래도 내심 걱정이 되는 눈치였습니다. 조카: 삼촌 정말 밥 할줄 알아? 나: 그래. 밥은 걱정마 삼촌이 한 밥 한다니깐? 조카: 밤에 무서워서 어떡하지? 삼촌 나랑 같이 자야 돼? 나: 니가 말 잘들으믄 그렇게 하지... 형님 내외가 여행을 떠난 그 당일부터 전 그야말로 룰루랄라 쾌재를 불렀고 조카는 걱정이 앞서서 시무룩해 있었습니다. 조카의 기분 맞추는 법을 빠삭하게 꽤찬 난 [마! 삼촌하고 뿅뿅 하러 가자]고 하자 금새 조카는 입이 함지박처럼 찢어졌습니다. 휴... 막상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하려니 여자들의 고생이 감사하게 느껴지더군요. 낼 아침 조카의 도시락을 어케쌀까...? 반찬을 몰루 하까? 고민을 하던 끝에 드뎌 생각난 내 요리의 18번! [내일 점심은 영양가많고 양많은 3분 짜장이다] 내심 집안의 반찬이 걱정이 되었던 저는 찬거리를 사러 백화점으로... 조카:삼촌, 햄도 사고 피자도 사고 바나나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사자. 응? 나: 삼촌이 맛있는 반찬 맹글어주께. 에라 모르겠다. 조카에게 맛있는 고기나 구워주자며 정육점으로... 나: 로스구이 해 먹을 건데요. 쇠고기 한근만 주실래요? 조카:(많이 해 본 솜씨로) 아저씨 고기 맛있는 걸루 주세요. 정육점 아저씨: 하하~ 아드님이 참 귀엽네요? (충격... 목욕탕에 델구 가도 아빠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드만... 나처럼 젊은 아빠 몇이나 된다구...) 29살에 아빠 소리를 듣는 기분은 참 별로였습니다. 다음 날은 토요일. 조카를 깨워서 학교에 보내고 난 뒤 생활 리듬이 깨져버린 전 달디달게 잠을 자고 있었는데... 윙윙~~~~ 달그락 달그락... 조금 신경쓰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글쎄... 자기보다 훨씬 덩치가 큰 청소기를 서툴게 다루며 거실을 청소하고 있는 조카녀석. 나: (대견했지만 모른 척 하며) 삼촌이 청소하면 되는데 니가 왜 청소를 하니? 조카: 삼촌이 자고 있으니까 내가 하는 거지 뭐. 나: 이리줘 삼촌이 할 테니까. 조카: 아냐...엄마랑 약속했어 내가 할 수 있어. 주방으로 가보니 설거지까지 말끔하게 끝내 놓은 것 아닙니까? <>일요일 조카와 늦게까지 잠을 자고 작은 형님네 집에서 하루종일 있었음. 저녁무렵 집으로 돌아와 대충 [철권]이란 오락을 하고 낼 등교를 위해서 조카를 재웠습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조카를 깨워 도시락을 싸서 보내주면 내 임무는 끝! 저녁 때면 형님과 형수님이 돌아오시겠지... 휴... 이런 내 생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보니 어느새 시간은 8시를 넘었고 순간 내 눈앞이 깜깜해 졌습니다. [조카넘 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스프링을 단 듯 튕겨나가 조카녀석의 방에 가보니 조카는 보이지않고 침대의 이불까지 깨끗하게 정리가 되있 었습니다. 거실에 나가보니 항상 아침에 내가 보는 스포츠 신문이 탁자위에 올려져 있었고 식탁엔 제법 괜찮은 솜씨로 밥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순간, 녀석을 대견해 하다 못해서 감동까지 받아 버렸습니다. 식탁 위엔 엉망진창인 글씨로 쓴 녀석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편지. 삼촌! 나 학교가. 삼촌 자서 안깨운거니까 밥 먹구 집 어지르지마 참으로 간단한 편지였습니다. 하지만 삼촌을 생각해 준 조카의 조그마한 마음에서 우러난 그 정성에 [삼촌 보다 나은 조카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조카의 사랑스러운 재롱이 커 가면서 그 재롱만큼 철이 든 조카녀석... 가끔 어른스럽기까지 한 조카를 바라다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적어도 3일 동안은 조카가 저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웠습니다. 조카야... 너 만큼 어른스러워 지려면 삼촌이 몇 년을 더 살아야 하는 거니? 삼촌이 세상을 순수하게 보려면 얼만큼 널 더 닮아야 하는 거니? 어떨 땐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보다 훨씬 더 어릴 때도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계산하지 않고 남의 것을 빼앗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어른들 속의 어린아이들 세상이 부럽습니다. (www.dayog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