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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우리 이쁜 언니에게
언니한테 편지쓰는 거 처음인 것 같아.
왠지 미안하다.
언니한테 한장도 안써주고
지금 단원고 쉬는 시간인가봐
밖에서 웃는 소리가 왜이리 밉게 들릴까
언니 학교에 두 번 밖에 안와봐서
교실 찾는 것도 선생님께 여쭤봤어
나 밉지 못됐지
나랑 약속한 초콜릿 안사줘도 돼
그런거 내가 많이 사줄 수 있어
언니 책상에 엄마가 글 많이 남겼더라고
나 이제 고작 세번 왔는데 진짜 나쁘지
너무 미안하고 미워하지말고
가끔 언니 생각 무지 많이 나서
혼자 울곤 해
엄마 울 때 내가 힘이 되어주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어
오히려 엄마 힘들게 하고
언니 몫까지 내가 잘해야 되는데
가끔씩 언니가 아니라 나였으면 해
언니가 나보다 착하고 듬직한데
왜 더 나쁘고 더 많이 놀아본 내가 아니라
언니야?
하늘이 잘못 알고 있나봐 그지?
언니가 더 똑똑한데
언니도 더 놀아보고 더 많은 친구 사겨보고 해야 하는데
언니가 엄마 옆에서 더 힘이 되어줄 것 같은데
내가 많이 미안해
언니 대신 가고 싶고 그래
내가 나중에 언니 옆에 가면
쭈글쭈글 해져서 못알아볼까봐
아니지?
내가 미워할거야. 농담.
이 편지 언니가 봤으면 좋겠다.
난 언니가 내 언니여서 너무 좋고
다음에도 언니가 내 언니 했으면 좋겠어
편지지 예쁘지? 하트 가득하지?
앞으로 자주 들릴게
오늘은 분향소에 꽃도 놓고 왔어
진짜 언니가 쉬고 있는 곳은
교통편이 안좋아서 너무 힘들어
성인이 되서 차 사면 매주 갈게. 약속
언니 좋아하는 치킨 사서 갈게
많이 보고 싶다. 많이 많이 사랑해
이상하게 엄마랑 있을 때
눈물 잘 안나는데
혼자 있으면 눈물 많아지더라
다음에 또 올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