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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해변에서 만난 소리의 장인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21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꾸꾸다뜨
추천 : 6
조회수 : 101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18 18: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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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브라질의 아름다운 해안도시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나는 저 멀리까지 굽어져 나가는 백사장을 빌딩들이 마주하여 서있는 아주 멋진 장관을 이루는 해변을 따라 맨발로 걷고 있었다.

 

해변 가장자리에는 사람들이 목욕할 수 있는 간이 시설과 공중화장실, 아이들 놀이터, 공원, 자전거도로, 간단한 식사와 술 한잔 할 수 있는 조그만 가게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해변에 오기 전 해변을 바라보며 까이삐링야 (브라질 전통주로 만드는 칵테일를 마시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꼭 그 상상을 실현하겠노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막상 가게에서 주문을 하려고 하니 포르투갈어라고는 감사합니다한마디 밖에 할 줄 모르는 내가

 

안줏거리와 칵테일을 주문하기란 그리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30분여정도를 해변을 거닐면서 쭈뼛거리고 있노라니 점점 지쳐오기 시작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가게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나를 주시하던 한 종업원이 내 마음을 읽었는지

 

나를 자신의 가게로 오라며 손짓하더니 이내 나에게 접근하여 가게로 이끌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종업원에게 영어를 할 줄 아느냐 물어보았더니


리틀!!”


하기에 나는


베리 굳!!”


하고 자리에 앉았다.

 

 

 


 

가게는 전망은 아주 멋졌다.

 

뒤쪽으로는 시가지와 공원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도시의 풍경을 하고 있었고

 

앞으로는 어마어마하게 길다란 해변이 파도를 너울거리고 있었다.

 

내 뒷자리엔 내 또래의 여자 2명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앞으로는 남녀 10여명 정도가 왁자지껄 하고 떠들고 있었는데 부부모임인 것으로 보였다.

 

나는 영어를 잘한다던 종업원에게 이 상황에 만족하며 주문하였다.

 

그런데 종업원이 자신 있게 대답한 것과는 달리 영어를 아예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한참을 종업원과 서로 일방적인 의사소통을 하던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앞자리에 있는 부부모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영어 할 줄 알면 조금 도와주겠습니까?

 

하고 속으로 말하며 낑낑 했다.

 

부부모임은 나를 바라보며 자기들 끼리 뭔가 숙덕숙덕 하였는데

 

도와주고는 싶은데 영어를 못하는 눈치였다.

 

 

 

 

그 때 내 뒷자리에 맥주를 마시던 여자 한명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나 영어 할 줄 알아

 

하고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그 여자가 ‘I CAN SPEAK ENGLISH’ 란 말을 하자마자

 

나와 종업원과 부부모임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 “!!!!!” 하며 휘파람을 불고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쳤다.

 

 

 

그 여자는 알고 보니 미국에서 여행 온 토종 네이티브 스피커였다

 

내가 유치원수준의 영어로 메뉴를 고르며 주문을 요구하자 갑자기 영어 강습을 시작하였다.

 

감자튀김을 프라이드 포테이토라고 하자 빙글빙글 웃으며

 

그건 프라이드 포테이토라고 하는게 아니고 프렌치 프라이 라고 하는거야, 자 따라해봐. 프렌치~ 프라이~”

 

해서 굴욕스러웠지만 따라했다.

 

그렇게 감자튀김을 시키고 과자종류가 먹고 싶어서 스낵을 부탁하기로 했다.

 

스낵을 좀 먹을수 있을까?”

 

스낵?? 스낵이 뭐야??”

 

스낵. 스낵 몰라??”

 

스낵?? 스네이크 말하는거야??”

 

미국여자가 나를 순식간에 뱀 먹는 동양인으로 만들었다.

 

노오오오!! S! N! A! C! K! 스낵!! 스네이크 말고 스낵!!”

~ 슨내애애앸! 말하는거지? 스낵 이 아니고 슨내애애애앸 이라고 하는거야. 자 따라해봐. 슨내애애애앸!!“

 

입을 뱀마냥 커다랗게 벌리면서 슨내애애애앸을 외치는 그녀의 강습에

 

나는 굴욕을 느끼며 또 다시 따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굴욕적인 영어강습이 끝나고 서로 즐거운 여행이 되라며 각자 위치로 돌아갔다.

 

까이삐링야를 마시면서 바라보는 오후의 해변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선선한 바람, 시원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이국적인 음악, 따사로운 햇빛 이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한 가지 거슬리는 게 있다면 나를 그 곳으로 이끈 종업원이었는데, 내가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고 있을라치면

 

몇 분에 한 번씩 음악에 맞춰 고개를 까딱까딱 하고 삼바같은 춤을 추면서 내 앞에서 윙크를 꿈뻑꿈뻑 하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 몇 번은 같이 고개를 까딱까딱 하고 씩 웃어주었는데 자꾸만 앞에서 윙크를 하고 춤을 추고

 

한 번씩은 궁극의 경지에 이른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무형의 기타를 손에 쥐고 연주를 하기까지 했다.

 

슬슬 심기가 불편해 지다가 문득

 

눈이 불편한 것은 아닐까?’

 

아니 머리가 긴 동양남자는 처음 본 것일까?’

 

어쩌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동하여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 들면서 엉골이 오싹해져왔다.

 

 

 

나는 점점 깊어만 가는 오해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서둘러 감자튀김과 칵테일을 삼키면서 계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계산을 하러 계산대에 서자 이 종업원은 옆으로 찰싹 달라붙어 이제는 경련의 수준으로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맙소사. 난 아니라고. 난 아니야 이친구야. 머리가 길긴 하지만 니가 생각하는 그런 취향은 가지고 있지 않아. 제발 오해하지 말고 그 눈꺼풀 좀 가만히 놔둬!”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입은 꼼짝 하지 않고

 

저한테 왜 이러세요...뭘 원하는 거에요...’

 

하는 눈빛만이 아롱아롱 하였다.

 

 

 

그러자 종업원은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살짝 말아쥔 주먹을 올리고는

 

엄지와 검지를 방금 전 눈꺼풀 만큼이나 빠르게 사사삭 하고 비비었다.

 

그것은 마치 가을 밤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풀벌레들이

 

귀뚜르르 귀뚜르르” “찌르르르 찌르르르

 

하는 울음소리를 낼 때 자신의 다리를 몸통에 비비는 그것과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다만 그의 손가락에서는 티이이입 티이이입하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그 때 내가 들었던 소리는 칵테일에 오른 취기가 만들어낸 환청이었을까

 

아니면 종업원의 피나는 연습과 오랜 경륜이 만들어낸 장인 수준의 연주였을까.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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