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아닌 개인이나 집단의 물리력 사용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우선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를 포함한 ‘정당행위’다. 그리고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긴급 피난’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의 ‘물리력 사용’ 역시 과하게 사용돼 피해를 야기할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국가나 개인 모두 정당한 목적을 위해, 법이 허용하는 수단과 방법 및 절차에 따라 다른 평화적인 수단을 먼저 고려하고,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물리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같다.
그런데 지난 주말 도심 집회에는 두 가지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예견 가능한 충돌을 야기하고 방치한 근원적 책임이다.
이번 시위를 촉발한 핵심적 갈등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다. 정부가 역사학계와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인 국정화는 주권자의 권리를 침해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저항권’을 도발했다.
대화와 토론, 소통이라는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을 사용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물리적 충돌을 정부가 야기·조장한 것이다.
둘째, 시위문화 개선과 평화적 관리를 위한 노력이다.
경찰은 국가의 조직된 물리력 사용집단으로서 조직원 한 명 한 명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에 국가가 법적·정치적·행정적 책임을 진다. 반면 집회 시위는 국민 개개인이 모여 헌법상 자유와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이기에 그 행위의 결과는 행위자 개인이 진다. 만약 특정 단체가 조직적으로 불법 폭력을 계획·자행했다면 그 증거를 찾아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경찰력의 임무다.
지난 주말 도심 집회 상황은 경찰의 전문성과 법과 절차 준수, 시위 참가자들의 노력으로 폭력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고, 사후에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해야 할 문제다. 헌법상 권리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킬 명분도, 국가사회의 틀을 지키는 경찰의 역할 자체를 무력화할 이유도 되지 못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국가권력의 정당성이다. 민주공화국에서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통로와 방법에 대한 근본적 고찰이다.
선거 때는 국민 통합, 복지 확대 등 온갖 약속을 다 하고 권력을 쥔 후에는 법 위에 군림하며 편파적이고 부당하고 무리하게 권력을 사용하는 정부와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야당, 결국 참지 못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과 경찰의 충돌이 무한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헌법을 준수하고, 주권자인 국민과 소통하며 그 뜻을 받들어 국가를 운영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봉합해 국민통합을 이끌어내야 할 근본 책무는 다 하지 못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는 국민을 타박하고 오직 경찰력에 의존해 힘으로 억누르는 공권력은 정당성이 없다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표창원 | 범죄과학연구소 대표>
출처 | http://media.daum.net/mainnews/newsview?newsId=20151118204615091#page=1&type=med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