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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는 놈하고 술 먹다 한판 하고 헤어져서 오는 길입니다.
게시물ID : soju_50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심하늬
추천 : 5
조회수 : 61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18 22:58:44
오늘 아는 사람과 술한잔 했습니다.
평소 그냥 적당히 알고 지내는 사람이었는데.. 비도 오니깐 막걸리를 먹어야겠다고 해서
급하게 약속 잡고 마셨죠.

한참 무르익는 분위기에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폭력 시위 때문에 의경들 다치고 버스 부서진거 봤어?"

그래서 "시위하시다가 한분 위독하시잖아. 시위 하신 분들도 많이 다쳤어"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냥 평화적으로 하면 되잖아. 왜 쇠파이프로 의경 공격하고 그러는지 잘 모르겠어"

....

울컥해서 한바탕 했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박정희가 새마을 운동 안했으면 지금처럼 살 수 있었을 것 같냐"
"경부 고속도로 누가 만들어줬냐"
"그땐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같은 시대는 안왔다"
"모든 대통령은 미움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죽기 전까지 얼마나 국민에게 미움 받았냐"
"노무현 죽고 나니 오히려 추켜세워주는 사람들이 더 이상하다"
"언론이 짜고 치는 걸 안다. 그래도 요즘 사람들은 똑똑해서 그걸 구분한다."
"농민분이 사경을 헤매는 건 안타깝지만 그게 당장 니 주변 이야기는 아니잖아"
"세월호 문제 이준석 선장이 총대 메고(정확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책임지잖아. 그걸 왜 대통령한테 뭐라 그러냐"
"어차피 박근혜 임기 얼마 안남았다. 뭘 그렇게 짜증내냐"
"박근혜 바뀐다고 뭐가 해결 될 것 같냐.. 근데 왜 박근혜한테 뭐라 그러냐"
"난 그런걸로 나한테 짜증내고 화내는 니가 이해 안된다"

"니가 그 농민분은 아냐, 다친 의경을 아냐"
"아님 너 정치할꺼냐? 그것도 아닌데 왜 흥분하고 그러냐"


술 먹다 잔 내려놓고 조금 더 이야기 듣다 일어나자고 했습니다.
어디가서 그런 이야기 하지마라구. 너 그러면 욕 먹는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니.
자긴 외국계 회사 다녀서 다 들 이렇게 이야기 한답니다.

"오늘 이후로 난 다시는 널 안볼거다. 굳이 생각 바꾸지마라. 그냥 그렇게 살아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자리 일어나서 지하철로 향했네요.
우울하고 어떻게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나 싶은 생각도 들고..
뭐가 잘못됐는지 곱씹어보게 되더라구요.

그 농민이 다쳤을 때 병문안이라도 가봤냐고 핏대 올리면서 말하는데..
성질 나서 심장이 다 두근거리더라구요.

그래서 만화 본 것이 생각나서 말했습니다.

"교실에 학생은 30명인데 의자는 20개야. 어떻게 할래?"
"논의를 하거나 학생을 다른데로 옮기면 되지"

"그게 우리나라라면 어떻게 할래?"
"논의하고 타협하면 되지"

"결국 의자에 못 앉는 10명은?"
"그건 어쩔 수 없지"

"난 의자가 10개 부족한 이유 부터 알고 싶은데?"
"그렇게 문제를 내면 안되지. 그런게 니가 말한 선동이야"

"왜 의자가 10개 없는 걸 알고 싶은게 선동이야?"
"일부로 의자 10개 없는게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 했잖아"

"그 의자를 누가 빼앗았다면? 그것도 선동이야?"
"그럼 그 의자를 되찾으면 되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

"난 그 어떻게가 알고 싶다고.. 세월호도 그렇고 지금 우리나라의 모든 상황들에 대해.. "
"또 선동하네.. 그러니깐 대통령이 바뀌면 뭐가 해결되냐고.."

"대통령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찾아 고치고 바로잡아서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거지"
"니가 정치할 것도 아닌데 그런 부분에서 니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뭐가 바뀌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지금 우리가 이래.."
"어이가 없네.."

그리고 일어났습니다. 버스 타고 간다고 보내고 지하철 타고 집까지 열심히 걸어왔습니다.
억울하고 슬프고, 분하더군요. 벽에 이야기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자기 부모가 박정희가 옳다고 이야기하고 들은게 뭔 죄냐..
내가 정치인 사촌이라서 그러는게 아니다.
(시위하는) 그런 사람들 챙길 시간에 주변이나 신경 써라..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자체에서 오는 한심함과 억울함에 분하고 슬펐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러니.. 나중에는 제 자신이 한심해지더군요.
그래서 혼자 들어와서 한잔 하는 중입니다. 그냥 맥주나 한잔 먹고 자려구요.

어쨌든 더 이상 보지 말자고 이야기까지 하고 오니 그건 속 시원하네요.
제가 그렇게 잘나고 대단한 건 아니지만.. 세월호 부모님들의 애타는 마음을 공감할 수 있고
새누리당의 막말이나 경찰청자의 강경진압에 분통 터뜨릴 줄 압니다.

다친 의경에 대해 안타까움도 느낍니다.

정치에 당장 신경 쓴다고 바뀌는 것은 없겠지만.. 지금의 선택들이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늦어지만 지금이라도 더 신경 쓰고 노력해야겠죠.

최소한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술먹고 하다보니.. 참 길어졌네요.


오늘도 한잔들 하셨나요? 언제나 힘내시고, 잊지맙시다. 우리의 현실, 아이들의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겁니다.
오늘 푹 주무시고, 내일도 같이 힘내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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