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시절, 군부대의 신 식화를 위해 주둔지를 부수고 새로 짓는 일이 많았습니다. 저희 소초 역시 그랬는데, 신식 건물이 들어서고 이층 침대가 들어오니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해안에 있는 소초라 바람이 불고 태풍이 몰아치면 신식 건물이라도 으스스 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신식 건물로 와서 전 침대에서 이층을 썼었고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선임이 일층을 썼습니다. 계급이 계급인지라 매일 밤마다 텔레비전을 봤는데,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을 겁니다.
그 날 역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래서 선임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어! 어어! 이년아 저리가! 저리 가란 말이야!"
선임은 벌떡 일어나서 숨을 헉헉 몰아쉬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침대 앞에 서서 자기 다리를 자꾸 끌어당겼다고 합니다. 얼굴은 제가 있는 이층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날부터 밤마다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다리를 끌어당겼다고 합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저는 기가 센 편이라 그런 선임이 안쓰러워서 바꿔서 자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바꾼 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