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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류의 창시자, 조훈현
게시물ID : lol_6427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마1은중천0
추천 : 3
조회수 : 171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1/21 07:17:00
1989년 제1회 응씨배 결승전은 한·중 양국의 관심이 집중된 대승부였다. 특히 중국은 녜웨이핑의 실력이 천하제일이어서 바둑 종주국의 자부심을 크게 떨칠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녜웨이핑의 인기 또한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그 같은 기대와 인기가 결정적인 순간에 녜웨이핑의 패착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으니 승부란 참으로 오묘한 것이다. 기적적으로 역전승한 조훈현은 이후에도 세계적 강자로 오래 살아 남은 반면 패자 녜웨이핑은 승부 무대에서 영영 사라졌다. 

녜웨이핑 어이없는 패착 … 조훈현, 145수 만에 고지 점령

8집 덤에 옥죄던 조훈현 앞에 희망의 빛이 … 

1회 응씨배의 승자 조훈현 9단은 50세까지 세계대회서 11번 우승하며 불세출의 제자 이창호 9단과 더불어 한국바둑의 세계제패를 완벽하게 일궈낸다. 시상대에선 조 9단과 주최자인 잉창치 씨. [한국기원 제공]

몇 달이 훌쩍 지나갔다. 조훈현은 그 봄과 여름 날, 녜웨이핑의 바둑을 보고 또 봤다. 그의 행마가 지닌 질식할 듯한 ‘두터움’의 잔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해결책은 특별히 떠오르지 않았다. 1989년 9월 2일 오전 10시, 싱가포르 웨스틴 스탠퍼드호텔에 마련된 특별대국장에서 결승 4국이 시작됐다. 3국까지 1대2로 밀린 조훈현 9단에겐 이 판이 막판이었다. 흑을 쥔 그는 포진에서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 대신 두터움을 선택했다. 백을 쥔 녜웨이핑 9단은 자연 ‘실리’로 돌아 불과 50수 만에 네 귀를 모두 차지하게 됐다. 조훈현은 허허벌판인 중앙을 에워쌌다. 생전 처음 보는 조훈현의 ‘우주류’가 화려하게 펼쳐졌다. 백의 실리를 따라잡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8집의 큰 덤(한국식으로는 7집 반)이 끈덕지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덤이 문제야”라고 검토하던 우칭위안(吳淸源) 9단은 말했다. 그 한마디가 사형선고처럼 무겁게 울려퍼졌다. 중반을 지나 종반으로 갈수록 윤곽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악몽 같은 덤이 조훈현의 앞을 철벽처럼 가로막고 있었다. 한데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기이한 사건이 발생했다. 조훈현이 옥쇄를 각오하고 눈감고 승부수를 던질 때에도 얼음처럼 냉정하게 받아주던 녜웨이핑이 이상한 자리에서 돌연 손을 빼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그 바람에 우두둑 백 두 점이 떨어져 나갔다. 승부란 참으로 오묘하고도 오묘한 것. 인간 심리의 저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냥 받아주면 이긴 바둑인데 녜웨이핑은 왜 손을 빼고 변화를 일으키는 것일까. 조금 전엔 100% 성공이 보장된 변화마저 피하던 녜웨이핑이 왜 이처럼 불확실한 곳에서 변화를 자청한 것일까.

이긴 바둑을 순탄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은 ‘사과 따기’와 같다. 눈앞에 있는 사과를 무심히 손을 뻗어 따면 된다. 곁에서 볼 때는 얼마나 쉬운가. 하나 판 앞에 앉으면 손을 뻗는 일이 쉽지 않다. 어느 순간 ‘의심’이 싹튼다. “정말 이겼나?” 이 의심 한 조각이 암귀처럼 속삭인다. “손을 뻗으면 위험하다.”

녜웨이핑-조훈현 승부 인생 가른 ‘운명의 1집’ 

1989년 9월 6일자 중앙일보. 1면에 조훈현 승리를 보도했다.
녜웨이핑은 당대 최강의 승부사였음에도 그는 감히 손을 뻗어 사과를 따지 못했다. 대신 아주 복잡한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 보장된 승리는 날아가고 짙은 안개가 몰려왔다. 절망 속에서 빛을 본 조훈현은 신들린 듯 호착을 연발하며 국면을 박빙의 승부로 몰고 갔다. 무려 318수에 이르는 대 접전 끝에 조훈현의 ‘1집 승’이 확정됐다(한국 계산으로는 반집이다). 이로써 4국까지 승부는 2대2. 조훈현 9단은 천신만고 끝에 승부를 최종국으로 몰고 갔다.

[출처: 중앙일보] [뉴스 클립] 바둑이야기-1989년 제1회 응씨배 결승전 ⑤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7256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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