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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다단계 유령회사로 ‘검은 거래’…투자 가장 ‘자금 빼돌리기’ 의혹
게시물ID : sisa_11281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kh
추천 : 8
조회수 : 90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9/03/13 16:58:38
<단독>
다단계 유령회사로 ‘검은 거래’…투자 가장 ‘자금 빼돌리기’ 의혹

‘깡통 회사’에 수천억 페이퍼컴퍼니 인수 방식 석연찮아
트리삭티 → 렌졸룩 → 바트라 거쳐 조세도피처 코룬 유입
업무상 배임 해당…전 임원 “정권 차원 묵인 없인 불가능”
KT&G가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590억원이 조세도피처에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상한 뭉칫돈의 흐름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당시 트리삭티는 만성적인 적자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KT&G가 직접 취득한 게 아니라 트리삭티 주식을 보유한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한 것도 석연찮다. KT&G의 주식거래가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진행됐을 것으로 의심받는 이유다.

12일 경향신문이 단독 입수한 트리삭티 주식거래 관련 자료를 보면 2011년 KT&G가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의 경영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모두 3개의 페이퍼컴퍼니가 등장한다. 먼저 2009년 4월 싱가포르에 자본금 1달러에 페이퍼컴퍼니 렌졸룩이 설립된다. 이어 같은 해 10월 같은 건물 주소지에 자본금 1달러짜리 페이퍼컴퍼니 바트라가 만들어진다. 정확한 설립연도를 알 수 없지만 코룬이라는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도 등장한다. 코룬은 조세도피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주소를 뒀다. 서로 다른 시기에 세워진 3개 회사는 2010년 11월 바트라가 렌졸룩을, 같은 해 12월 코룬이 바트라 주식을 취득하면서 코룬-바트라-렌졸룩으로 이어지는 지배종속관계가 만들어진다. 이어 2011년 렌졸룩이 트리삭티 주식 51%를 180억원에 취득하면서 지배종속관계는 코룬-바트라-렌졸룩-트리삭티로 발전한다. 트리삭티 주식을 보유한 렌졸룩을 매각하면 그 수익이 페이퍼컴퍼니인 바트라를 경유해 최종적으로 조세도피처에 있는 코룬으로 흘러들어가도록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트리삭티 주식거래 자료를 검토한 한 회계전문가는 “트리삭티 주식의 최종 소유자는 조세도피처에 주소를 둔 코룬인데 주식거래에서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꺼려 중간에 2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끼워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주식 51%를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페이퍼컴퍼니 렌졸룩의 2011년 감사보고서. 2011년 10월6일자로 렌졸룩의 주식이 조세도피처에 주소를 두고 있는 KOWLOONFAT에서 KT&G로 넘어간 것으로 나와 있다. 이미지 크게 보기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주식 51%를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페이퍼컴퍼니 렌졸룩의 2011년 감사보고서. 2011년 10월6일자로 렌졸룩의 주식이 조세도피처에 주소를 두고 있는 KOWLOONFAT에서 KT&G로 넘어간 것으로 나와 있다.
3개의 페이퍼컴퍼니가 정체를 드러낸 것은 2011년 6~10월 사이다. 렌졸룩이 180억원에 트리삭티 주식 51%를 취득한 후 KT&G가 취득원가의 5배 가까운 897억원을 주고 바트라로부터 렌졸룩 주식 100%를 인수한 것이다. 바트라 입장에서는 렌졸룩 매각을 통해 180억원을 주고 산 트리삭티 주식을 수개월 만에 897억원에 팔아치워 5배 가까운 수익을 올린 반면 KT&G는 동일한 액수만큼 밑지는 거래를 한 셈이다. KT&G를 통해 대박을 터트린 바트라는 곧바로 배당을 실시했고 그 결과 2011년 한 해에만 매각차익 700억원 중 590억원이 조세도피처에 있는 모회사 코룬으로 넘어갔다. 누군가 2009년부터 치밀한 사전 준비를 거쳐 조세도피처로 비자금을 이동하려는 검은 거래에 KT&G가 끼어들었다고 볼 여지가 큰 셈이다.

강병국 변호사는 “KT&G가 불과 수개월 전에 180억원에 살 수 있던 주식을 897억원을 주고 샀다면 명백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거래라면 KT&G가 트리삭티 주식 51%를 보유한 렌졸룩을 인수하면서 과거 회계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해보고 기업가치를 평가했을 것”이라며 “어떤 이유로든 정상적인 투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실제로 KT&G의 투자가 비정상적인 거래임을 보여주는 흔적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먼저 2011년 KT&G가 트리삭티 주식 51%를 보유한 렌졸룩을 인수할 당시 트리삭티는 기업의 존폐가 의심될 만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KT&G는 렌졸룩을 인수하자마자 2011년에만 렌졸룩을 통해 트리삭티에 인도네시아 화폐로 5000억루피아(약 630억원)를 빌려줬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안돼 2013년 말 렌졸룩이 보유한 트리삭티 주식은 전량 손실 처리됐다. 2014년 작성된 렌졸룩의 재무제표 주석에는 “트리삭티에 들어간 투자금은 회수가 불가능해 보인다”며 전년도까지 4430억루피아(약 500억원)로 표시된 트리삭티 투자주식을 전액 감액 처리했다.

KT&G는 2년 후 휴지조각이 될 주식을 취득원가의 5배가량 되는 돈을 주고 산 데 이어 630억원까지 빌려줬다가 투자금 전액을 떼일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KT&G는 트리삭티 투자에서 발을 빼기는커녕 2017년에도 763억원을 주고 잔여지분 40%를 취득했다. KT&G가 트리삭티 주식 100%를 취득하고 운영자금조로 투입한 금액을 합하면 2500억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KT&G의 트리삭티 인수는 정상적인 투자라기보다 해외투자를 가장해 KT&G 자금을 조세도피처 등으로 빼돌리기 위한 작전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김흥렬 KT&G 수석부사장은 “2011년 트리삭티 주식 51%를 취득할 당시 그 위에 바트라나 코룬이라는 회사가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코룬이 조세도피처와 관계가 있다는 얘기도 몰랐다”고 했다.

KT&G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전직 임원은 “트리삭티 같은 부실회사에 2500억원을 밀어넣은 것은 사장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당시 정권 차원의 지시나 묵인이 없었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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