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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폈던 여자친구 일화를 써봤네요 휴......(비속어 有)
게시물ID : gomin_1128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Ω
추천 : 0
조회수 : 1241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1/01/23 01:52:13
헤어졌다.
……………… …………………………………………
………………
…………
……………………

 
 
헤어진 지 이틀 후,
발신자번호표시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
 
그리곤 잠시간의 정적 후에 들려오는 통화종료음.
장난전화겠거니 라고 치부하기엔 역시나
약간의 기대를 갖게 되는 전화였다.
 
"화장실 갈 때 뒤도 안 닦나, 왜이렇게 칼같지 못한거야."
 
말은 이러면서도 속으론 바랐다.
지금 내 상황이 모순이라고 말하기에 가장 적합할 것이다.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다.
사진이 붙잡아놓은 과거에선 우리 둘은 마냥 행복해하고 있는데
정작 현실의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과거의 나도, 너도 그 속의 풍경도, 구름도 전부 사진에게
붙잡혀서 흐르지 않지만, 분명 현실 속 흐름은 흐른다.
누구에겐 영겁의 시간을, 누구에게는 1분같은 1시간을.
 
핸드폰을 들고 곧 번호를 눌렀다.
수신음 후에 받는 익숙한 목소리.
 
"나와, 술 한 번 마셔야지. 안그렇냐?"
 
친구 하나는 정말 잘 뒀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도, 지금에도.
 
"왠일이냐, 내가 무슨일 있을 줄 알고 술을 사냐."
"싫으면 말고. 끊는다."
"새끼… 무슨 말을 못해요. 고맙다. 우리집 앞 포장마차에서 보자."
"오냐. 기다리고있어라 여자 데리고 갈게."
"아냐 됐어. 이 해방감이 뭔지 넌 모를거다. 하하하하하…."
"궁상떨긴… 무튼 곧 갈테니 먼저 가서 기다려."
"그래."
 
익숙한 통화종료음.
잠시 이틀전, 아니 사흘전.
마지막으로 행복했을, 아니 그때조차도 불안에 떨고있었을
그 시간.
행복과 절망, 안도와 불안이 한데 뒤섞여 카오스를 자아냈던
그 시간.
……….
 
분명 3일전까지만 해도,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그녀였고,
또 내 생활패턴의 초침과 분침 역시 그녀를 가리키며 흘러갔다.
아니, 그 전부터, 훨씬 아주 오래 전부터
내 초침과 분침의 톱니바퀴는 조금씩 엇갈리면서
작은 소음을 만들어냈다.
 
바람.
대기의 이동.
시원한, 혹은 후덥지근하지만 때로는 칼날같은
바람.
사랑하는 사람 외의 또 다른 사랑하는 남자.
바람.
 
바람을 피우다.
…….
 
사람은 바람을 만들 순 없지만, 바람을 피울 수는 있다.
그녀 역시 사람이었기에 바람을 피웠다.
세 번, 무려 세 번이나 눈감아주고 정리하고 돌아오겠다고
할 때마다 난 그녀를 용서했다.
친구들은 잘난것 하나 없는 네 여자친구 그만 정리하라며
내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내겐 인자했으며 또 결혼상대로 부족함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과거의 나에겐 바람따윈 그리 중요치 않았다.
 
'조만간 정리할게.'
'정말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용서해줘. 사랑해.'
 
머저리같지만 저런말에도 넘어갔고, 또 사랑했다.
섹스도 그녀는 처음이 아니었지만, 난 처음이었다.
그녀가 4~5개월동안 내 집에 머무르면서 살다시피 하는 시간에도
난 행복했고, 이제 이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을 없을거라 자부했다.
………….
하지만 난 어릴 때부터 행복하지 않았기에
작은 행복에도 감사해했지만, 그녀는 달랐다.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행복 속에서 자랐기에,(사실 잘알진 못한다.)
그녀는 곧잘 내가 느끼는 행복을 바보스럽다고
치부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항상 내 대답은 일정했다.
 
'사랑하면 바보가 된대. 내가 딱 그 짝인가? 하하….'
 
생각해보면 난 정말 그녀 손에 놀아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집 선반에 올려놓은 돈이 사라지는가 하면,
동생 용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다 믿었다.
전부 믿었다.
동생에겐 내가 급하게 갖고간거라고 둘러댔고,
사라진 돈은 내 지갑에서 충당했다.
사랑했다.
 
짝사랑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순애보적인 사랑, 몰래 하는 사랑.
하지만 나같은 경우엔 조금 예외의 짝사랑이랄까,
그녀는 내 돈을 사랑했고, 하룻밤 섹스를 사랑했다.
하지만 난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의 모든것을 사랑했다.
그녀는 날 좋아했지만, 난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날 좋아했지만, 난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날 증오하겠지만, 난 그녀를 사랑했었다.
 
짝사랑의 말로는 대부분 비참하다.
홀로 그사람을 위한 슬로건을 만들고, 또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부분 몰라줄 때가 많다.
혹여나 알게 되더라도, 그 사람은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때가 많다.
 
하지만 속되게 부르는 '꽃뱀'들은 그 순애보적인 사랑마저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난 그녀가 꽃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녀들과 별반 다른 바
없는 짓을 한 셈이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그녀는 조금 멍청한 편이었다.
내가 하는 말들도 곧잘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어보는 편이었고,
내가 조금이라도 말을 돌려 말하면 제대로 찾아가지 못했다.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 만한 수준도 안되었고
대화를 할 만한 수준의 사람이 아니었다.
나이는 성인이되, 키와 정신연령은 혹 14살의 치기어린 나이랄까.
난 절대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녀가 하려는 말들을 모두 들어주었고, 
그 후에 대답하려 노력했다.
그녀가 잘못한 싸움에서도 내가 사과를 빌었다.
내가 죄인이자 신하였고, 그녀가 경찰이고 왕이었다.
 
내 행동이 그 비참한 말로를 불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역시도, 그녀역시도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할말이 많을 것이다.
……………………………
………………


………………………
………………………………
………………………………………


 
헤어지기 3시간 전.
 
"자기야. 나 이번 겨울에 자기랑 같이 놀러가려고 돈 많이 모았다!"
'아…정말? 우와 신난다.'
"에이 반응이 뭐가 그러냐, 시간이 없는거야?"
'나 빵공장에 취직할것 같아서….'
"…. 그…그래. 시간 되거나 휴일때 같이 가면 되지 뭐 하하…."
'잘 모르겠어.'
"…….너 요즘 계속 나랑 만남도 줄고 섹스도 회피하고 왜그래?"
'그냥 몸이 안좋네…….'
"그럼 지금 내가 너네집으로 찾아갈게. 기다려."
'아냐 오지마.'
"왜."
'아버지계셔.'
"아버지께서 내 얼굴 알잖아."
'나 지금 다른집이야.'
"찾아갈게."
 
그때, 듣지 말았어야했다.
아니 들어도 아는체 하지 말았어야 했다.
수화기 저편에서 아무리 남자목소리가 들려도
오빠나 동생쯤으로 치부해야 했다.
 
'김소라, 어디있어!'
"…? 누구목소리야. 당장 대답해."
'아…친구야 친구.'
"집에 아버지 계신다면서."
'….'
 
뚜…뚜…뚜…뚜…뚜…뚜
 
 
분노? 배신감?
그 전에 허탈했다.
이윽고 허탈감은 분노와 배신감을 좀먹더니
순식간에 증오로 범벅이 되어 날 잠식했다.
 
탕!!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담배 한 대를 물었다.
정확히 9개월 23일동안 끊었던 담배.
그녀가 피지 말라고 했던 담배.
오늘을 끝으로 모든걸 정리하러 올라갔다.
핸드폰을 다시 집어들고 터미널로 나오라고 전화를 했다.
아니 하려했다.
받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문자 하나를 남기고 강릉으로 올라갔다.
 
버스 안에서의 시간이 예전처럼 즐겁지 못했다.
구두를 신은 발에선 식은땀이 나고
핏발선 주먹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분출시키며
부르르 떨려왔다.
증오스러웠다. 그녀도, 그 남자도.
 
그 남자의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전화를 걸었다.
 
"이 개새끼야. 넌 오늘 가면 최소 반죽음이다."
'너가 올거 알고 있으니까 나 너한테 맞는거 각오하고 간다.'
 
때를 놓치지 않고 녹음을 했다.
녹음을 했다.
조소를 지으며 그 남자에게 다시 말을 했다.
 
"방금 네가 지껄인 그 말. 후회하게 해주마."
 
탁!
 
전화를 끊었다.
20분 후, 정류장에서 내리고 그녀와 그 남자를 찾았다.
내가 약속시간보다 조금 더 빨리 왔음에도 불구하고
잘못한 사람이 먼저 와서 기다리지 않는다는게
정말 화가 났다.
10분 후, 1시 30분.
그녀와 그가 보였다.
말할 겨를도 없이 그의 멱살을 부여잡고 끌고갔다.
최소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대하자며 나 자신을 추스르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언제부터 사귀었어."
"8월 13일."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는데?
그땐 분명 그녀와 난 한창 즐거웠을 때가 아닌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차마 내 얼굴을 보질 못한다.
아뿔싸
아뿔싸…
…………………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옛날 옛적에 관계를 청산했던 허무라는 놈이 다시금
머리를 비집고 내 속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마저 얼마 가지 못했다.
허무라는 놈이 낄 틈도 없이 이성을 잠식한건 분노였으니까.
 
퍽!
 
그 남자의 가슴팍을 부여잡았다.
사람들 시선이야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렇게 터미널 안에서의 남자로써의 1:1대결을 빙자한
나의 일방적인 폭행이 시작됐다.
주먹을 제대로 쥘 틈도 없었다.
이미 내 이성은 분노에게 잠식되었다.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에도 주먹이 떨렸다.
 
퍽!
 
그 남자의 눈에 멍을 선물했다.
그 남자의 가슴에 멍에를 선물했다.
 
팔꿈치로 그 남자의 가슴팍을 쳤다.
굉장히 괴로워하지만 상관할 바 아니었다.
난 정당방위니까.
구둣발로 가슴을 밀고 밟고 짓눌렀다.
무릎으로 찍고 찍고 또 찍었다.
주먹으로 치고 내지르고 또 죽지 않을 만큼 팼다.
무릎으로 배를 찍었을 때, 그 남자의 침이 튀었다.
더러웠다.
 
"야. 너 김소라랑 잤어 안잤어."
"잤다."
 
일말의 이성은 남아있질 않았다.
그저 합리화시켰다.
난 정당방위다. 이새낀 간통죄가 성립되는거고
그년은 불륜이다.
 
물론 다 억지다. 
결혼하지 않았기에 불륜과 간통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는 그때의 내게
아무리 설명해봤자 입만 아플 뿐이었다.
 
빡!
 
허벅지를 걷어찼다. 그 남자가 부여잡는다. 즐겁다.
즐겁다.
허무하다.
허무해서 더 화가 났다.
허무함을 잊기위해 더 죽어라 팼지만,
몰려오는 더 큰 허무함에 서서히 잠식되어갈 때쯤,
비구니 한 명이 왔다.
 
"아이고 이러시면 안돼! 사람을 때리는건 옳지못해!"
 
기가 찬다. 이 비구니가 속사정을 알까.
 
"제 여자를 뺏고 또 잤습니다."
 
그 비구니의 표정을 봐야 했다.
지옥에서 기어올라온 아수라의 표정이라면 믿을 정도로
그 남자를 무릎꿇리더니 나에게 빌라고 명령했다.
근데, 그 남자는 일말의 자존심도 없는지 꿇었다.
 
…………………….
 
머리를 걷어찼다. 넘어졌다.
배를 밟았다. 타액이 튀어나온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터져나올 때,
이젠 여러 사람들이 날 말린다.
하지만 난 외쳤다.
 
"이새끼가 제 여친과 바람이 나고 또 잤습니다."
 
순식간에 여론은 내게 동정표를 주고 그 남자에겐
눈빛이 칼이라면 당장 찔러죽일만큼 냉혹한 시선을 주었다.
내 폭력은 모두에게 정당화되었다.
 
그녀를 불러내었다.
담뱃불을 붙이고 그녀에게 물었다.
 
"너도 뒤져 씨발년아."
 
처음이었다.
어릴적부터 항상 여자는 때릴 수 없다고 배워온 나지만
이성이 없는 내겐 예외였다.
그녀의 뺨을 때렸다.
고개가 돌아간다.
그와 동시에 내 손도 다시 올라갔다.
그녀의 뺨을 때렸다.
그녀의 피어싱부분이 떨어지며 피가 떨어졌다.
미안하지 않다.
미안하지 않다.
미안하지 않아.
미안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그녀의 사진들을 다 찢어버리며
다시 그 남자를 잡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내가 만난건 그 남자의 친구들이었다.
그녀를 바라봤다.
손에 쥔 핸드폰은 쉴 줄을 몰랐다.
그랬다.
그녀가 불렀다.
 
대여섯 명 쯤 될까,
역겨웠다. 친구새끼 당했다고 앞 뒤 분간없이 달려온 쓰레기들.
쓰레기 친구이니 그들도 쓰레기가 맞겠지.
 
"니가 왜 내친구를 패죽여 씨발놈아."
"그럼 니가 나한테 뒤져볼래?"
"이런 씨발새끼가 몇살이야 개새끼야"
"서른 마흔 다섯 살이다."
"이런 개……!"
 
그래, 개새끼가 짖어대는건 무시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예 형. 지금 별 버러지같은 새끼들이 1:5로 다굴까려고 해요.
 형이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암만 저라도 5명은 좀…
 곧 오신다고요? 예. 알겠습니다. 아참, 형 이새끼들 주문진에
 있는 학교 다닌답니다. 형이 손좀 봐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담배를 물었다.
 
"씨발새끼야 후달리니까 쪽수를 불러?"
"니네 대가리 수를 봐라 개새끼들아."
"이런 씨발 니가 뒤지고싶어 환장했구나 보나마나 부른새끼도…."
"김영현이라고 알지?"
"아 그 찌질이 새끼?"
"와서도 그말 나오나 보자 개새끼들아. 주문진 깡패 씨발놈아."
"미…미안하다. 다시는 안 깝칠게."
 
역겹다. 자신들이 설설 기는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니 벌벌 떠는 새끼들 꼬라지를 보니 역겹다.
사실 전화도 안했다. 그 형 부르면 이새끼들 대학생활을
내가 작살내는거나 마찬가지니까.
나도 사람으로써의 존엄성은 지켜줄 줄 안다.
 
"빨리 꺼져 씹새끼들아 죽여버리기전에."
"감사합니다."
 
안 쓰던 존댓말까지 한다.
그렇게 그들이 사라졌다.
그녀도, 그 남자도, 그들도.
 
그렇게 집에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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