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대 학부생 정치의식 조사
2017-04-02 강경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이에 따른 조기 대선 국면을 맞아, 『대학신문』은 서울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정치의식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조사는 1985년 이래로 열 번째 실시되는 것으로 정치의식 및 관심도, 정치 성향, 대선지지 후보, 정책 선호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달 10일부터 16일까지 오프라인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는 본부 학생처가 산정한 2017년도 1학기 등록생을 모집단으로 하고, 1,166명의 최종 표본을 얻었다. 설문을 위해 서울대 통계연구소의 도움을 받았으며, 설문조사는 95% 신뢰구간에 표본오차는 ±2.87%다.
1. 진보42% 중도49% 보수9%
.2. 49.6%의 무당파, 지지정당 없는 이유
한편 ‘지지정당이 없음’이라는 답변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6%에 달했다는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앞선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나타난 21%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정치에 ‘관심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41.5%, ‘관심 없다’고 답한 응답자의 74.1%가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지정당이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당에 대해 잘 몰라서’(42.5%) 다음으로 ‘정당이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33.4%)라는 응답이 많았다. 또 전체 응답자 가운데 92.1%는 ‘현재 우리나라 정당들은 유권자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정당 차원의 대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거국내각론과 즉각퇴진론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등 즉각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으며, 여당의 경우 수사가 진행될수록 계파 간 분열이 더욱 심화돼 집권 여당으로서 전혀 뒷수습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서울대생이 진단하는 가장 시급한 정치적 과제는 무엇일까. 이는 ‘정경유착 근절’(2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경유착 근절’을 선택한 비율은 보수층(11.1%)보다 진보층(30.1%)에서 두드러졌으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근본적 원인으로도 ‘정치권 일반의 무능과 부패’(44.8%)에 이어 ‘정경유착’(19.5%)은 두 번째로 많이 지목됐다. 이는 박영수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정경유착을 지목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편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실현 정도에 점수를 매기라는 문항에 응답자들이 매긴 평긴 점수는 10점 만점에 6.21점에 불과했다. 정근식 교수는 “6.21점은 최소한의 민주주의적 장치는 마련됐다고 인식함을 보여주는 점수”라며 “이보다 높은 점수가 안 나오는 이유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스로를 ‘보수적’ ‘중도적’ ‘진보적’이라고 규정한 응답자들은 각각 7.01점, 6.24점, 6.01점을 줘, 진보적 성향이 뚜렷할수록 현재 정치권에서의 민주주의 실현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치효능감 높아져=내적 정치효능감이란 ‘한 사회 내의 정치과정에서 발휘될 수 있는 자신의 영향력에 대한 개인의 신념’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의 정치참여를 추동하는 중요한 심리 요인이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대 학생들의 내적 정치효능감은 매우 높게 나타났는데, 전체 응답자의 92%가 ‘개인의 정치 참여가 정치를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또 해당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의 23.1%,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의 39.2%,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의 58.8%,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의 66.1%가 촛불집회에 1번 이상 참가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내적 정치효능감이 높을수록 촛불집회 참가 경험의 비율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