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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보다가 울었어요. (베테랑, 내부자들 스포O)
게시물ID : movie_505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모카프레소
추천 : 4
조회수 : 123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1/22 14:25:45


그냥.. 한국이 너무 슬프더라구요.
영화적 과장이 아닌 그냥 이게 대한민국 현실 같아서.

가진 자들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고 
학연, 지연, 혈연 아니고 족보도 없는 빽 없는 사람은.. 숨을 죽일 수밖에.

발버둥조차 간단한 외압으로도 죽이고..
정의라고 하면 비웃는게 
정의가 깃털보다도 가벼워진 사회가 
현실인 거 같아서 가슴 아파서 
나중에 조승우가 무릎꿇고 빌 때 눈물이 나더라구요.

베테랑 볼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어요.

둘 다 ...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었지만,
현실은 해피엔딩 직전인 거 같아서. 
가슴이 아팠던 영화들이었어요.



보면서,
김수영의 시 하나가 생각나더라구요.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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