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졸업을 해야 한다. 학교 생활에 충실하지 못했다. 내 학교를 자랑스레 말하기에는, 나는 내 학교의 자랑이 되지 못했다. 나는 내 부모의 자랑이 되지 못했다. 내 집안의 유일한 자랑이었던, 학업에 충실했던 나의 과거들이 생각난다. 나는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내 손가락은 펜 때문에 울퉁불퉁 굳은살이 박혔다. 하지만 이 굳은살이 가장 선명했을 때 떠올려보자니 그 때는 학업에 열중하느라, 공책 위에 온갖 공식들을 끄적이느라, 그러느라 부어올랐던 굳은 살이 아니다. 가장 열정적으로 펜을 놀리며 꾹꾹 눌려온 내 굳은살들은 공책 여백 위에 그림이 그려질 때 진짜 존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