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역전패에 日 '당황'
日언론·정부 심야 발표... 외무성 "진정으로 유감"
일본이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福島) 주변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막판 ‘역전패’를 당하면서 발칵 뒤집혔다.
일본 언론과 정부는 WTO 상소기구가 예상과 달리 한국의 수산물 수입금지가 타당하다고 판정하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자국 농산물의 안전성을 국내외에 강조하며 후쿠시마의 ‘부흥’을 노리던 일본 정부는 스스로 제기한 WTO 제소가 오히려 농산물 수출에 타격을 주는 결과로 끝난 것에 대해 당황한 기세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일본산 식품의 수입을 규제하는 국가와 지역은 한때 54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23개로 줄었다. 일본 정부는 WTO에서 유리한 판정을 받으면 이를 계기로 다른 나라의 규제 해제를 끌어낼 계획이었다.
일본 방송과 통신들은 관련 소식을 심야임에도 속보로 내보냈고 신문들은 조간신문 1면 기사로 다뤘다. 교도통신은 “WTO 분쟁에서 일본이 역전 패소를 했다”며“후쿠시마 주변 지역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해온 일본 정부가 타격을 입게 됐다”고 보도했다. NHK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실상 패소했다”며 “WTO의 분쟁 처리 절차가 2심제여서 이번 결정이 최종적인 판단”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관련 소식을 전하며 “일본이 패소하면서 다른 나라와 지역에도 수입 규제의 완화를 요구할 예정이던 일본 정부의 전략이 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아사히는 “WTO의 상소기구가 1심의 판단을 뒤집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일본 정부는 승소한 뒤 다른 나라와 규제 철폐를 위한 협상을 가속한다는 그림을 그렸었다”고 설명했다.
외무성은 한밤중에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며 신속히 유감을 표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WTO의 결정이 나온 지 약 1시간이 지난 이 날 새벽 1시16분에 유감을 표명하는 담화를 발표하고 이번 결정이 자국 내 여론에 미칠 영향을 경계했다. 고노 외무상은 “진정으로 유감이다. 한국에 대해서 조치의 철폐를 요구해 가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상소기구가 한국이 수입제한 조치를 강화했을 때의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 ‘먹거리 안정성’을 이유로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이를 두고 일본은 2015년 5월 WTO에 한국을 제소했다. 1심에 해당하는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지난해 2월 한국의 수입 규제 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에 불합치된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줬지만, 한국 정부는 지난해 제기한 4월 상소에서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가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부당한 무역 제한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본이 (한국에) 역전 패소했다”(마이니치신문) “한국의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국제 재판에서)용인됐다”(아사히신문)
일본 후쿠시마 및 주변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금지조치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분쟁에서 한국이 승소하자 일본 언론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입니다. 일본은 1심 승소로 최종심인 2심에서의 승리도 낙관했던 만큼 충격이 더욱 큰 듯합니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유력 언론들도 1면 톱기사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출 분쟁 패소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습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중국, 대만 등 23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에만 소송을 걸었던 일본은 이번 패소판결로 ‘WTO 제소 판결을 계기로 다른 나라로 규제 철폐협상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아사히신문은 “WTO에서 무역 분쟁을 처리하는 상급위원회에서 이례적으로 1심 판결이 뒤집혔다”며 “한국 측에 시정을 권고한 첫 재판 내용이 대폭 수정돼 수입금지 조치를 용인해 사실상 일본이 패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상급위원회가 1심의 판단을 바꾼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도 “2심제인 WTO 무역 분쟁 재판에서 일본이 최종 패소했다”며 낙담한 모습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 중 한국만 골라 제소를 했던 전략이 좌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승소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와 지역으로 규제 철폐를 위한 협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일본 정부의 구상이 근본적으로 틀어졌다는 설명입니다.
고노 다로 외상은 12일 새벽 발표한 담화에서 “계속해서 한국 측에 금수 해제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힘이 빠진 모습입니다. 고노 외상은 담화에서 “WTO 상소기구가 한국의 조처를 WTO 협정에 완벽하게 부합하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수출 규제를 해제하라는) 일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정말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한국에 대해 규제조치 전체를 철폐하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한국과 협의를 통해 조치 철회를 요구해 나가겠다”고 강변했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일시적으로 54개국이 일본산 식품에 대해 수입을 규제했고 현재도 23개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부터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현에서 나오는 28개 어종의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해왔습니다.
올해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8년을 맞이한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의 수출이 재개되면 지진피해에서 완전히 복구된 것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지역 농수산물의 경우, 일본 내에서 유통은 되고 있지만 타지역산 농수산물에 비해 가격도 크게 싸더라도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는 없는 상황입니다. 후쿠시마와 거리가 먼 간사이 지역, 시코쿠 등에서 나온 농수산물이 도쿄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끄는 상황입니다. 일본 정부는 ‘과학적’으로 후쿠시마와 주변지역 농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꺼림칙해하는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돌리지는 못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본 측이 자국민도 꺼리는 상품을 외국에 수출하려고 압박하는 모습은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원전사고의 피해를 필요이상 비과학적으로 부풀리는 것도 문제지만 자국민도 달가워하지 않는 농수산물을 외국에게 사라고 강요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지진 피해지역에서 복구와 재기에 노력을 다하는 지역민들에 대한 응원·격려와 그 지역 수산물 등의 해외 수출 재개 여부는 별개 사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WTO 판결을 계기로 일본도 차분하게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