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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싫어 사랑도 버렸다
게시물ID : gomin_11296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
추천 : 8
조회수 : 5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21 23:26:31

가난이 싫어 사랑도 버렸다



구구절절 변명은 많지만 가난이 싫어 사랑을 버렸다

대학에서 만나 꽤 유명한 연인이었다

둘의 집은 형편없이 가난해서 그토록 서로가 애틋했나보다

많이 의지하고 많이 보탰으며 많이 시달렸다

그러나 그런 가난도 사랑에겐 해가 되지 않았다


대학졸업 후엔 더이상 주위에서 유명한 연인이 아니었다

곧장 취직해서 가난을 벗어나려 애썼다

힘들고 피곤한 나날 속에서 만남도 줄어들었다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지만 옆엔 그가 있질 않았다

그러나 그런 가난도 사랑에겐 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두번째 시험마저 낙방했다

나조차 가난한 와중에 힘껏 바라지를 해왔다

이젠 더이상 힘이 나질 않는다

둘 앞의 어떤 미래도 가난이 동반될 것 같았다

그녀는 그토록 따라다닌 가난이 싫어 사랑을 버렸다

그녀는 또다시 따라다닐 가난이 싫어 사랑도 버렸다


이별 통보는 생각보다 쉬웠다

4년의 만남도 가난이 싫어 쉽게 무너진다

난 더이상 사랑만 뜯어먹고 살 순 없다

서로의 갈림길 안에서 그가 들은 한마디였다

다른 남자가 생겼다

온전히 수용하고 만다

그는 그녀와 나눌 가난이 싫어 사랑을 버렸다

그는 그녀에게 나눠줄 가난이 싫어 사랑도 버렸다


비가오면 항상 그녀와 김치전을 먹었다

아무런 얘기 없이 부침가루를 사가면 그걸로 되었다

그런 추억은 가난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 기억은 가난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약속도 맹세도 향수도 온기도 도무지 서툴다

가난은 그런 것이다

나는 가난이 싫다

가난이 싫어 사랑을 버렸다

가난이 싫어 사랑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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