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셨습니까? 10분만에 4골이 터지고 역전, 재역전, 핸드볼 논란, 비디오 판독,극장 골, 오프사이드 번복, 그리고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축구에서 가능한 모든 드라마가 한 경기에 다 담긴 그런 경기였죠. 그런 경기에서 2골이나 넣은 손흥민 선수가 저는 참 반가웠습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축구팬이었던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듣기 싫었던 건 <세계의 벽>이란 말이었습니다. 국제 경기에서 지고 나면 항상 하는 말 <세계의 벽> 경기에 지면 한 동안 분하고 억울하고 그런 후 어떻게 다음에 이길까를 말해야 하는데 경기 끝나는 즉시 자신의 열세가 하나의 당연한 질서나 되는 것처럼 <세계의 벽>이란 말은 어찌나 빨리 하는지, 스스로 세계의 변두리로, 조연으로 알아서 자기를 비방하는 그런 변방 의식, 그 낮은 자존감이 패배를 받아들이는데 숙달된 그런 마음이 저는 지겹고 싫었습니다.
온몸으로 그런 쪼그라든 마음을 부정하는 손흥민 선수가 저는 반가웠습니다. 객관적인 기량의차이, 있을수 있죠.당연히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없죠. 당연히 저는 항상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지레 겁먹고 스스로 쪼그라 들어서 싸우기도 전에 이미 지고 있는 마음을 보고 싶지 않은 겁니다.
손흥민 선수 고기 많이 먹고 힘내라..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