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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의 군사적 충돌과 사드에 관해서..
게시물ID : military2_11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krondor
추천 : 11
조회수 : 1571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7/03/04 17:23:26

원래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파생된 이슈지만
그거보다는 미국-중국의 관계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그런 관점에서 한번 다뤄보고자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군사적 동향이란 것의 정확한 예측이란건 사실상 불가합니다.
국제관계에서 얘가 이렇게 하면 쟤가 저렇게 하고 등등의 예측능력이란건 삼국지 소설이나 음모론자들 망상속에서만 가능하죠.
저는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예상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 군사적 세력 동향에 영향을 줄 만한 요소들이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다"라는 걸 한번 짚어보자는 것이 제 의도입니다.
 
 
 
(1) 일단, 동북아 균형자론

 90년대까지는 한국군은 북한만을 상대하기 위한 군대였을 뿐, 
 그 외의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양학당하기 딱 좋은 수준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한국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장비 현대화를 박차를 가했지만 일본같은 나라에선 "그래봐야 한국군"이란 시각이었을 정도죠.
 이 시기에 진보단체로부터의 비난공격도 거세던 시기였습니다.
 '군대가 있어서 한반도 전쟁위협이 존재한다'던가, '한국의 군비증강이 동북아 전쟁위협을 증가시킨다' 
 등등의 말도 안돼는 헛소리들은 걍 Dog 사운드로 넘겨버릴 것들이었습니다만

 "한국이 군사력을 증강시킨다고 해서, 주변 강대국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느냐? 무한대의 국방예산이 필요하잖느냐?"
 라는 반문은 중요한 것이었고... 지금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저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이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상대방의 팔과 다리정도는 잘라낼 실력은 되어야 한다."

 동북아 4강은 필연적으로 서로서로를 견제할 수 밖에 없는 사이인지라
 만약 한국과 전쟁하겠다고 덤비다가 팔다리 잘리는 피해를 입고나면, 
 설령 한국에게는 이기더라도 그 다음엔 나머지 강대국들에게 쫄려야 하는 처지가 되기 쉽상이었으니까요.
 이래서는 한국을 상대로 무력을 앞세운 강요를 하거나, 전쟁해서 승리한다는 게 아무런 이익이 없게 됩니다.
 한국을 상대로 무력을 휘두른다는 선택카드는 버려질 수 밖에 없는거죠. Profit!

 노무현 대통령이 국방력 강화를 진행하며 동시기 제창된 동북아 균형자론도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군이 성장함에 따라, 동북아에서는 먼저 한국에게 전쟁거는 놈이 압도적으로 불리해지는 판세가 된 겁니다.
 
 
 
(2) 중국의 성장

 소련이 몰락하고 중국이 급성장하게 되면서 한반도의 안보환경도 바뀌게 됩니다.
 이전 냉전시절엔 북쪽에서 다가오는 소련의 고성능 장비들이 위협이었지, 
 중국의 짝퉁 복제품 무기들은 물량이 어마무시하다는것만 빼면 참... 그랬습니다.
 한국으로서도 북쪽(북한, 소련)으로부터의 위협이 아닌 서쪽(중국)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해서는 그저 그랬죠.

 그런데 중국보다 훨씬 우수했던 이라크군이 걸프전에서 순삭당하는 걸 본 후 중국군은 현대화 개혁을 서두르게 됩니다.
 노통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외치던 시절 즈음이면 중국 공군은 중무장 전폭기들의 작전반경내에 한반도를 집어넣게 됩니다. 
 주한미군이 중국군의 실제적 타격거리에 들어가버린다는 걸 미국에서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아래 그림은 중국 전폭기들의 작전반경을 나타낸 겁니다.)
    02_전폭기 작전반경.gif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한국보다는 일본쪽에 군사적 자원이나 인프라를 마련하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습들이 나타납니다.
 아무리 중국보다 미군이 우수하다고 해도 한반도에 있는 미군은 피해가 심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노통땜시 미국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자시고 그런거 없어요. 
  미국에서 자기네들 군인들이 중국의 직접타격라인에 놓이는 걸 싫어했을 뿐.)

 중국의 군사력 성장이 빨라질수록,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뒤에 숨는게 이익이 되었습니다.
 중국이 한반도를 가로지르지 않는 한 일본 열도에 앉아있는 미군 세력을 어찌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전쟁을 치른답시고 괜히 북부 주력군대를 소진했다간, 그 다음에 미군이 빈집털이 들어올 기회 생길 게 뻔했으니까요.

 미국으로서는 자기네 군대를 빼는 대신 한국의 군사력이 강해지길 바라는 구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야 중국이 한국에 대한 무력투사를 포기하거나, 설령 중국이 한국을 침공해 이기더라도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될 꺼니까요.
 한반도 뒤쪽 일본열도에 앉아있는 미군으로서는 팝콘이나 튀겨먹으며 중국군의 힘이 빠지길 기다리면 되는 상황인거죠.

 한국으로선 이런 구도를 피하기위해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주한미군이 중국에게 뚜드려맞는 상황이 생겨야 미국으로서도 느긋하게 팝콘 튀겨먹는 게 아니라 팔 걷어붙이고 한반도 방어전에 덤벼들테니까요.
 아무리 중국군에게 큰 피해를 강요할 수 있다고 해도, 한국 혼자서 맞상대 하는 거랑 미군과 손잡고 상대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3) 중국의 A2AD, 그리고 탄도미사일 세력.

 이제 그 말 많은 A2AD 입니다.
 중국은 1차 도련선에서 한반도를, 2차 도련선에서 일본 열도를 자기네 세력권에 넣고 미군의 접근 가능성을 제거시키고자 합니다.
 즉 첫번째로 한반도를 군사적으로 제압하고 그 다음엔 일본 열도를 군사적으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운거죠.

 그런데 문제는 한국군이 그렇게 만만한 놈이 아니란 겁니다.
 중국군이 한국을 어찌해보겠답시고 덤비다가 팔다리 잘리는 불구가 되고나면 미국이 얼씨구나하고 빈집털이 덤벼들겁니다.
 중국으로서는 최소한의 시간과 최소한의 피해로 한반도를 제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성장 목표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상대국가에 대해서 그런 신속한 전격전이 가능합니다.
 빠방한 고성능 공군/해군력과 정보전 자산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있거든요.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이라크 등등을 상대로 몇십년째 밥먹듯이 해온 짓거리가 그거니까요.)

 하지만 중국은 미군처럼 공군/해군으로 상대방을 쓸어버린다는 게 불가능합니다.
 물론 열쉬미 빠닥빠닥 국방비를 폭포수처럼 쏟아부어가며 공군과 해군을 키우고는 있지만 한번에 한반도를 덮쳐보겠다고 덤비기엔...
 어우, 한국군 무서워요. 중국 최고 전폭기들을 동원한다고 해도 한국군의 최신예기들과 덤벼서 이길 수 있을지는 고개 갸우뚱갸우뚱 한 판국입니다.
 게다가 이 한국놈들은 F-15K 같은 장거리 투사 플랫폼에다가 500km 사거리 순항미사일들까지 차곡차곡 재고로 쌓고 있습니다.
 압도적으로 한반도를 밀어버리긴 커녕 잘못하면 중국 영토내 중요 시설물들이 피투성이가 될 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한반도에 핵탄두를 날려본다?
 미국의 핵 전력에 비해서 중국의 핵 전력이란 걸 비교하면 "미국형님, 충성충성충성..." 하고 기어야 할 만큼 차이가 큽니다.
 만약 중국이 먼저 한반도에 핵무기를 쏜다면,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 당위성을 얻게 됩니다.
 귀찮게 항공모함 보내고자시고 할 거 없이 버튼 몇 개 눌러 버린 다음 날이면
 중국은 공손한 자세로 협상테이블에 기어올라와야 암말 못하고 계약서 사인해야 합니다.
 (멸망하느냐 아니냐의 최후순간이 아닌 이상,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핵전을 할 역량이 안됩니다.)

 그렇다면 남은 수단은 딱 하나.
 공군이 아니어도 상대방의 주요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수단... 
 아군의 병력희생 없이 상대방을 때릴 수 있는 수단...
 " 탄도미사일 "

 중국은 대량의 탄도미사일을 쏟아부어 한국군을 마비시킨 후 재빨리 해군과 공군을 동원해서 마무리 짓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요르실드님과 자주 언쟁했던 부분이고, 너무 탄도미사일 만능론을 주장하는 거 아니냐라며 비판해온 사람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동원할 탄도미사일의 규모란게 절대로 만만한 규모는 아닙니다.
 중국 공군과 정보전 역량이 미국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닌 한, 
 중국은 앞으로도 미친듯이 탄도탄을 찍어내듯 생산해서 한반도를 겨눌 겁니다.
 
 
 
(4) 한반도 대응.

 지금쯤이면 상당히 불쾌하게 느끼실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반도를 포기하고 일본에 숨어서 중국 힘빠지기만을 기다리는 미군을 위해 한반도가 희생당해야 할 판국이란 얘기를 했으니까요.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그게 가장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괜시리 자기네 병사들 목숨 버려가며 소모전을 할 필요가 없죠.

 그럼 한국은,
 미국을 포기하고 중국편에 서는게 답인가?
 한반도 다음의 중국 목표는 일본열도 제압입니다.

 일본 열도까지 잃게되면 미국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허용하게 되므로 
 물러나지 않고 중국과 전면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그 전면전의 한복판이 한반도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반도는 그냥 중국의 세력확장과 미군의 반격이 충돌하는 한복판이 한반도가 되는 거죠.
 한국이 중국편에 붙은다고해서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게 아닌 상황인 겁니다.
 (오히려 중국애들은 자기네 본토가 타오르는 전쟁이 아니니까... 안심하고 싸우는 전쟁이 될 겁니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무력진출을 시작하는 아예 처음단계부터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구도를 만드는 게 최선입니다.
 그래야 중국으로서도 더더욱 큰 부담을 느끼고 군사력 진출이라는 선택을 아예 포기하거나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우리쪽의 피해가 덜 할 테니까요.

 즉 흔해빠진 주한미군 인계철선 얘깁니다.
 한반도 내에 미군이 있어야 걔네들도 뒷전에서 오징어나 뜯는 게 아니라 허겁지겁 달려올테고
 중국으로서도 무력진출이 매우 부담스러워집니다.
 
 
 
(5) 사드문제

 이제 사드나 동북아 MD 얘기나올 차례가 되었습니다.
 
 미국애들도 빤히 압니다.
 공군의 역량이 딸리는 중국이 쓸 수 있는 방안이란건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한반도를 기습적으로 쓸어버리는 것 뿐이라는 걸.
 따라서 한반도가 그렇게 한방에 쓸려나가길 미국은 원치 않습니다.
 미국이 착하고 선해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중국이 쉽게 한반도를 제압하질 못하고 만신창이가 되어야만 미국이 유리해지니까요.
 (사실 중국 탄도미사일 세력 성장에는 일본이라고 해서 꼭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한국으로서도 주한미군 애들을 계속 붙잡아놓을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래야 중국은 1차 도련선 확보를 위한 무력진출을 선택하기엔 부담이 너무 커지고, 결국 처음부터 포기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이 아무런 우산도 없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유지시키려 할 리는 없습니다.
 우리가 미군들을 한반도 지역내에 붙잡아두려면, 한반도에 앉아있게된 미군이 우산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왜 중국이 사드에 대해서 심기 불편해 하는지, 
 또 과연 사드가 동북아에서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지 높이는 지는 충분히 판단될 수 있다고 봅니다.
 
 
 
PS.
 혹시나 해서 다시 적습니다만, 
 저도 앞으로의 국제정세가 위의 시나리오대로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변수가 많으니까요.

 그보다는 현재 어떤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느냐,
 또 그러한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느냐를 한번 검토해보자라는 관점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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