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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야근은 뻘글이지요-7
게시물ID : freeboard_11303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다흘린달빛
추천 : 1
조회수 : 15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28 02:10:24
꺼림칙한 공기를 뒤로 하고 밤공기를 들여 마셔본다.
속이 뚫리는듯하게 차가워진 공기는 코끝에서 시큰거리며 재채기를 부른다.
"에...."
재채기를 마중갔던 감은눈은 이내 실망하고, 코를 손으로 부비며 간질거림을 잡아본다.
저벅거리며 걷는 발자국이 무겁게도 내리 쉬는 한숨으로 연기를 그리며 가로등 불빛 사이를 가른다.
"툭...딸그락..."
무거웟던 발끝에 채였던 한숨의 끝자리에 뭔가 모를 물건이 지나간다.
휴대폰...
'에? 내꺼?'
급하게 허벅지를 움켜쥐어 보지만 애석하게도 손안에 있던 녀석이 저만치 가 있는듯 하다.
'하.....'
땅을 향하던 한숨이 하늘을 찌를 듯이 그림을 그리며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저벅이며 주으러 가는길이 마냥 기분 좋지는 않다.
주워든 녀석을 매만져 주지만 이미 생겨버린 상처가 쉬 나을 생각을 하지않는다.
다행하게도 액정에 주름이 지는 것으로 끝인듯하다.
정류장으로 건너가는길에 편의점에 쉬고 있는 캔커피중에 따뜻한 녀석을 꺼내 찬공기를 쐬어준다.
"얼마에요 사장님?"
"1000원이요"
이내 천원짜리 한장을 건네 받은 사장님은 피곤한듯 내려앉은 목소리로 화답한다.
정류장 인근에 사람들이 없기에 버스를 기다리며 물어든 담배가 아침보다 눈초리가 덜하다.
10여분 정도 남은 시간을 달래줄 커피에 몸을 맡기며 움츠러든 어깨와 손을 펴본다.
나지막한 불을 비추며 오는 버스를 반갑게 맞으며 찬바람에 울음지었던 눈초리를 매만진다.
따스한 버스 안에 띄엄띄엄 앉은 머리들이 여간 피곤해 보인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렇게 보이겠지.
"웅...웅...웅..."
별안간 휴대폰이 허벅지를 울린다. 잔잔하던 버스의 정적이 깨졋다.
'무한동력'
업무를 마친 시점에서 이 이름을 본다는것은 꿈에서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그것은 현실이었다.
내리 깔리 한숨 위로 전화를 받아본다.
"네...김준원입니다 파트장님..."
"준원씨...오늘 업무 실적 자료 나한테 보내 줬어? 메일에 안들어 와있네?"
집에는 일을 하지 말고 쉬어라. 너만 일하고 다른 사람은 일을 시키지마 제발.
"아니요 사내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럴리가? 내가 외부로 돌려놓은게 있는데 거기로 안들어 와있어...확인 한번 해볼레?"
그러니까 너만 일을 하고 일을 시키지 마라고 제발... 이 기계같은 놈아...
"보낸 내용을 확인은 하겠습니다만 지금은 힘들듯 합니다. 내일 확인 해드리겠습니다."
"사내 메일 휴대폰에 연동 안해놨어? 준원씨 안되겠네 일을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이 되겠어..."
내 돈 주고 내가 산 휴대폰에 그런 잡스러운걸 받기가 싫어서 그래...
"얼마전에 개인적으로 구매한 기계라 보안이나 등록이 안되서 그렇습니다. 내일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내일 꼭 확인해주고 퇴근전에 항상 보내고 가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요."
끊어 받은 검은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은 참으로 초라한 모습이었다.
차마 욕이 혀끝에서 맴돌았지만...소리죽여 한숨이 되어 나왔다.
씁쓸하게 더 이상 주름지게 만들기 싫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우겨 넣으며 
차가운 공기를 다시 마주하는 정류장에서는 한산한 가로등 불빛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출처 해야할일이 태산 같은데 일하기 싫은 내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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