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거진 10년에 60개국을 배낭여행 했었죠...
뭐... 이나라저나라에서 여행자금 모은 시간까지 합해서긴 해도 꽤나 긴시간 많은 곳을 여행했죠...
그러는 동안 강도를 10번은 넘게 당한거 같아요...
처음 당한 필리핀에서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총'을 처음 봤기에 패닉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로마, 스패인 등의 강도들이 칼을 들고 '돈내놔'라는 한글을 내게 보여줄때는 우습기만 했죠...
왜냐하면 예네들에게는 살인의 기운 혹은 상해의 기운은 커녕 경찰에 대한 긴장이 있고, 혹은 자신의 고객인 내가 다칠까 걱정하는 기운도 보였죠...
우째보믄 귀엽기도 했다니까요...
한번은 남아프리카에서 강도를 당했어요...
경제 수도인 요하네스버그 시내 한복판에 사람들이 드글드글한 곳에서 당했죠...
세명이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데 무슨 카메라 포커스 잡듯이 제눈에 띄더군요...
남아공에서 살던 제 사촌이 '남자 세명이 같이 걸오오면 무조건 반대로 튀어라'라고 노래를 불럿거든요?
근데 제 생각에는 한나라의 수도의 중심가 한가운데서 설마...라는 생각이 있었죠...
그들이 지나치는 순간 봐라...라고 생각할 즈음에 내 머리에는 권총이, 옆구리에는 칼이 있더군요...
더구나 옆구리의 칼은 이미 내 몸에 드러와 있구요...
티셔츠에 번져나는 피? 옆구리를 찌를 칼의 짜릿한 감촉??? 내 머리 옆의 권총???
이런 것들은 지금생각해도 별거 아니에요...
눈앞에서 정말 유쾌하게 생글생글 웃는 강도의 얼굴 뒤에서 피어나는 검은 오오라요...
정말 만화속에서 보던 그런 검은 오오라...
지나가면서 말하자면, 제가 칸첸충가라는 산에서 기절을 했어요...
그때 시야에서 왕관처럼 튀기는 우윳방울같은 검은 먹물을 봤거든요...
그 검은 우윳방울이 시야를 다 가리고 기절했거든요...
웃는 강도의 등뒤에서는 검은 우윳방울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희미하게 피어오르더군요...
아무튼 어찌어찌해서 살아났지만, 이 일이 트라우마가 된건지 강도는 물론 여행도 저어하게 되더군요...
문제는 술처먹고 퇴근하는데 일년에 한두번 정도 이런 검은 오오라가 있는 사람을 봐요...
지금은 사람많고가 문제가 아니라 바로 뒤돌아 도망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