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동포간담회서, YS-DJ의 경제실정 부담 우회비판 [프레시안 전홍기혜/기자] 칠레를 공식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오후(한국시간 19일 오전) "다음 대통령에게는 너무 어려운 숙제를 넘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YS.DJ, 다음 시대에 숙제 한 가지씩 꼬박꼬박 넘겨"
노 대통령은 이날 숙소인 산티아고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저는 풀어야할 숙제가 조금 있고 잘 풀어내겠다"고 현 경기불황이 지난 정권이 넘겨준 과제임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예전 지도자들이 실책이 더러 있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씩은 다했다"며 자신은 업적만 남기고 실책은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유당 시대를 완전히 독재시대, 식민지에서 해방됐지만 암흑시대로 생각했는데 그때에도 토지개혁, 농지분배를 했다"며 "이는 정말 획기적인 정책이고 역사를 바꾼 사건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그 뒤 하나하나 다 얘기하지 않더라도 독재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으면서도 한편으로 산업화 과정을 이뤘다"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부독재시대에 대해서도 긍정적 측면을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김영삼 전대통령, 김대중 전대통령은 더 설명 안해도 한몫씩은 다 잘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들은) 다음 시대에 숙제를 한 가지씩 꼬박꼬박 넘기긴 했다"며 IMF 사태, 카드정책 등 경제실정을 지적했다.
"국민들이 지도자 시원찮아도 다 극복"
노 대통령은 또 "국내에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이 많고, 자유로운 국가여서 말들도 많다"면서 "저도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듣다 보면 슬슬 걱정된다"며 국내의 비판적 여론에 대해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해외나들이 하면서 큰 소득을 얻었고, 결론은 한국은 자신있다, 저도 잘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깎아서 제가 좀 시원찮아도 한국은 잘될 것만 같다"며 "국민들이 지도자가 시원찮아도 다 극복한다"고 국민역량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 정치에 대해 "나 스스로 정치에 대해 제일 불만이 많은 사람이었고, 그때그때 불만을 갖고 때론 직업을 덮어놓고 투쟁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이 되기 전 언제부턴가 어디가서 얘기하면 한국 정치를 자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든 저로서는 세계일류 지도자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치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고 있고 국민들 역량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말 유능하다"고 밝혔다.
또 노 대통령은 "어디 가나 교포들이 제일 인상깊다"며 "집 떠난지 열흘이 안돼 동포를 만나니 반가운데 여러분은 고국에서 사람이 오면 반갑겠다. 대통령이 왔으니 기절해야겠다"고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남극 세종기지에 전화를 걸어 윤호일 세종기지 대장 등 대원들을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19일 오전(한국시간 19일 밤) 라고스 대통령과 한국-칠레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한-칠레 FTA, 한국의 UN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