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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게시물ID : car_743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가을
추천 : 3
조회수 : 8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26 02: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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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라는게 얼굴을 맞대지 않는 공간이다 보니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혹 틀리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평소에 표현할 수 있는 화보다 더 많은걸 표출할 수 있는 곳이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아닌가 싶네요.
 
저는 전남 광주에 살고 있는 평범한 서른두살이구요.
하는 일은 교통사고조사직을 5년 정도 했습니다.
이 일을 해오면서 정말 많은 사고들을 다루었고
1년 정도면 보통 1000건에서 1200건정도의 사고들을 처리합니다.
 
제가 적발한 음주사고 혹은 위장사고(보험사기)등으로 면허가 취소되거나
몇백 혹은 그 이상의 금액들을 벌금으로 낸 운전자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정신적으로 굉장한 스트레스와 협박들에 시달리며
육체적으로도 힘들죠...
 
겉으로 보기에는 허울 좋은 보험사 명함을 파고 일을 하고 보수도 자격요건에 비해 많이 받는 편이라
주변에서는 마냥 편한 일로 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뭐 이렇게 글을 쓰는 요지는 딱 한가지 입니다.
얼마전 신호없는 T자형 교차로에서 무리하게 좌회전하여 들어오는 차량 때문에 사고가 날뻔했다는 어떤 분의 글 때문입니다.
 
영상을 보고 저는 딱 한가지 생각만 했습니다.
 
"사고 안나 다행이네."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여러분들께서 사고가 발생하여 가입된 종합보험에서 현장출동팀을 보내준다고 하여 오는 인원들 혹은
그 이후에 여러분들께서 통화하시는 대물이나 대인 담당자들이 늘 이야기 하지만 바퀴가 굴러가고 있는 사고에서 100% 사고는 없다고 하지요.
 
자 그럼 신호없는 교차로에서 직진 차량과 좌회전 차량이 사고가 발생하였을때 누가 피해자일까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대로 직진차량과 회전차량의 사고에서는 직진차량이 피해자가 될 것 입니다. 물론 유형은 다양합니다 꼭 직진차량이라고 해서
피해자가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사고가 발생하고나서 여러분들은 보험사에 전화를 할 것이고 이래저래 협의가 잘 안된다면 경찰서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망자사고 즉 사망사고현장에 나간 횟수가 5년동안 약 3~4회 정도 됩니다.
 
5년이면 적어도 5천건의 사고를 처리했는데 사망사고 출동횟수는 왜 이렇게 적냐구요?
사망하신 분들은 현장에서 보험접수를 하실 수 없거든요.
 
 
이쯤에서 제가 나갔던 현장 한가지를 말씀드릴게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한지 1년여정도 지났을 시점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출동관할지 끝자락에서 난 사고였죠.
그곳은 시골길로 인적도 드물고 가로등도 거의 없는 한적한 국도였고 비가 오는 날이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하고 저는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어떻게 상황을 정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군요.
큰 덤프트럭 후륜바퀴에는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살점과 피들이 잔뜩 묻어있었습니다.
 
기억을 하기 싫어서 그런지 지금은 그 이미지만 강렬하게 떠오르네요.
 
 
사고내용은 이러했습니다.
 
그곳은 편도 1차로만 있는 시골 국도였고 덤프기사가 차고지로 사용하는 곳은 좌회전이 안되는 중앙선이 있는 곳이였습니다.
덤프기사는 비가 오는 그 국도를 따라가던 중 자신의 차고지로 들어가기 위하여 좌회전을 하였고 갓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던 두 형제 중
한명을 덮쳤습니다.
 
그 아이는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후송하였다가 그곳에서는 수술이 불가하다는 말을 듣고 서울로 후송을 갔으나 그 곳에서도
다리 접합은 힘들었고 다리를 절단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사고현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마치고 관할경찰서에 가니 덤프기사와 교통조사담당관이 마주 앉아있는 광경을 바라보았습니다.
 
덤프기사는 넋이 나가있더군요.
조사관은 중앙선침범이 인정될 경우 10대중과실 사고에 해당되기 때문에(그 당시에는 10대중과실만 존재했습니다.)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후송된 피해자는 다리를 절단해야 할 상황이라며 말하는 조사관의 표정도 씁쓸하더군요.
 
일의 특성상 경찰서를 자주 방문하는데 인피가 미미한 교통사고에서 마주하던 조사관이 아닌 한 사람의 사람으로써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안타까워 하는 한 사람의 사람을 그 날 보았습니다.
 
그 이후로 제가 하던 일에 대해 생각을 달리 하게 됐습니다.
 
나는 돈을 벌고자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일생이 바뀌는 순간이 될 수도 있구나...
 
제가 그 분의 글에 다소 공격적인 단어로 방어운전을 강조했던건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누가 피해자 가해자냐를 떠나 사고라는 것은 인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재해입니다.
 
그러나 자연적인 재해와는 달리 사람이 충분히 예방할 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
 
위에 적었던 사망사고 나가보면 사고내용에 대해 따지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이미 운전자는 죽어있기 때문에 말이 없습니다.
 
제가 사고현장에서 다투는 운전자들에게 꼭 하던 말이 있습니다.
 
"그나마 사고가 경미하여 이렇게 두분이서 다투기도 하고 화도 낼 수 있는겁니다"
 
당신의 소중한 가족이 동생이 그 사고로 인하여 운명을 달리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든 과실 조금 덜 가져가려고 싸우는 모습 상상할 수 없을겁니다.
 
2~3년전 지역뉴스에 나왔던 운남동 4중추돌 현장에 제가 있었습니다.
 
화물 탱크로리 차량이 가장 뒤에 있었고 가장 앞에는 몇톤인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큰 트럭이였고
가운데 두 차량은 1톤 화물차량이였습니다.
 
가장 앞서 달리던 트럭에서 적재물이 떨어졌고 이를 보고 순차적으로 급정차를 하였지만
가장 뒤에 달리던 탱크로리 차량이 앞서가던 차량들을 추돌하였고 가운데 두 1톤 화물차량에 타고 있던 탑승객들은
큰 부상을 입었고 운전자는 다리를 절단하여야 했습니다.
 
운남동은 편도 4차선이지만 인근에 신도시와 공단들이 있어 차량통행량이 굉장히 많은 곳입니다.
 
사고가 일어난 차량들의 공통된 과실은 안전거리 미확보였으며 과속이였습니다.
 
물론 나에게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사는게 사람이죠.
 
뭐 쓰다보니 감정이입이 많이 돼 하고자 하는 말이 자꾸만 퇴색되는거 같아 이만 줄이렵니다.
 
인명을 앗아가는 사고에는 후회뿐입니다.
 
늦은 시간에 댓글들을 확인하던 중 뭣도 모르는 멍청이가 댓글을 단다고 하기에 홧김에 글을 써내려온게 사실입니다만
 
 
제가 하고자 했던 말은 이전에도 지금도 분명합니다.
 
 
"누가 잘했냐 잘못했냐보다는 당신의 그리고 상대방을 목숨을 지키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제가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지금껏 겪어왔던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통사고 처리방법과 보험사의 무분별한 과실협의  그리고 일부 
소비자들의 무지함과 횡포에 대해 글을 적어보고 싶네요.
 
 
문제의 본질을 봐야하는데 누군가의 잘못만을 밝혀내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썪어가고 있는데 누군가 그 문제를 책임지고 물러나기만을 바랍니다...
정작 본질은 내버려둔체...
 
두서 없는 글 여기까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무쪼록 다가오는 2016년에는 상대방의 무지 또한 이해하는 저를 포함한 여러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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