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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아파트 관리사무소
게시물ID : panic_113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르테
추천 : 2
조회수 : 151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1/27 12:06:16
4~5년 전 일입니다.
제가 전에 살던 아파트 관리 사무소 지하 1층에는 에어로빅 교실이 있었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장소에 사방이 거울로 뒤덮여 있고, 작은 샤워실 옆에는 커튼으로 가리곤 하던 탈의실이 있었습니다. 설명만 들어도 아시겠지만 굉장히 소소한, 그런 곳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선 오전에 에어로빅을 배우셨고, 언니와 저는 에어로빅 교실의 마지막 시간(밤)에 배우곤 했었습니다.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도 했지만 꽤나 재미있길래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었습니다. 밤이고 지하라서 빛은 전혀 들어오지 않아 정말 눈이 캄캄했지만 양초까지 없어 어찌할 도리가 없이 강사님과 저희(에어로빅을 배우던 사람들)들은 체조하던 상태로 멈춘 채 불이 다시 켜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많아서 딱히 무섭지는 않았지만 무심코 거울을 올려다보니 뭔가 이상한 게 보였습니다. 거울에 비친 탈의실 앞에 뭔가 하얀 물체가 앉아 있었습니다. 혹시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뒤를 돌아보았는데 탈의실 앞에 하얀 물체가 있는 게 확실했습니다. 분명 제 기억에는 정전 되기 전에 그런 물체는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정전이라서 (특히 지하층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탈의실 앞에 있는 하얀 무언가는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하얀 물체는 하얀 소복 같은 치마 옷자락이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하얀 물체는 뚜렷해졌고 어느새 하얀 물체는 검은 긴 머리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의 형상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아니 변해 있기보다 원래부터 그런 형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르게 점점 그 여자가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굉장히 두근두근해졌고… 

그런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 어머니께서 양초를 들고 내려오셨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만 정전이 된 게 아니라 아파트 전체가 정전이 되어서 저와 언니를 걱정하신 어머니께서 내려오신 것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어머니께서 오시자 정선이 풀려 다시 환해졌고 아까 본 여자도 사라졌습니다. 불이 들어오자마자 전 탈의실 앞에 가서 하얀 옷을 찾아보았지만, 널브러진 옷가지나 가방 등등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주 깨끗한 바닥이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하얀 옷을 입고 바닥에 앉아 절 쳐다보았던 그 여자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출처]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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