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행복과 꿈들이 모두 컴컴한 실내에 묻혀버리는 그곳, 번식장.
지옥을 살아가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번식장 내에 조그마한 출입문 쪽 뜬장에 지내고 있어야만 문틈새로 가느다랗게 내린 햇볕을 특정 시간대에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절박할수록 평범한 것들을 동경하듯 아마도 그곳의 명당에 있는 아이를 모든 아이들은 너무나 부러워 했을테죠.
부러워 하던 시선 중 세나의 시선도 포함이 되어 있었습니다. 습하고 매쾌한 공기가 지배하고 있는 그 공간에서 공기마저 제일 맑은 곳이 그곳이었으니까요. 언제나처럼 눈뜨면 빛을 따라 그 곳으로 시선이 머물렀지만, 언제나 세나의 자리는 가장 후미지고 구석진 자리였습니다. 바뀔 날이 없었던 몇해를 보내오면서 점점 많은 것을 잃어갔고, 계속되던 출산의 고통도 너무나 익숙해졌습니다.
순간 순간 마음을 다해 아이까지도 돌보았지만, 이내 사람의 손길 몇번에 그 정성도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출산의 고통을 이겨내고 아이들과의 행복한 짧은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나면 덩그러니 남겨진 세나는 그 말 못할 공허함에 마음의 병까지도 얻게 됩니다.
모든 병의 근원은 마음에서 비롯되듯 세나에게도 피할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습하고 매쾌한 공기를 버티지 못한 피부에 진드기와 피부병이 동시에 생겨났습니다. 항상 가려웠고,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유일하게 의지하는 자신의 발톱은 몇년새 길게 자라나 날카로운 흉기가 되었습니다. 가려움을 해결하려 긁을때면 이따금씩 살갗이 벗겨졌습니다. 조금의 피가 몇방울 흐르고 나면 그 위로 딱지가 지고 그 딱지 위로 또다시 흉이 졌습니다.
점점 지쳐가던 세나가 낳은 아이에게도 이 몹쓸 병이 전염되었겠지요. 그리고 출산하는 아이의 수도 줄었겠지요. 그리고 욕심에 눈이 먼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사면서 이제 버려질 준비를 해야 했겠지요.
바깥 세상을 만나본 적 없는 아이를 그 누구도 반겨줄리 없습니다. 물론 선택권한도 없습니다. 개장수가 찾아오면 모진 운명에 자신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나는 좁은 케이지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실려서 개장수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바깥 외출이란 것을 알리 없는 세나에게는 무척이나 달콤하기만 합니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따뜻한 햇볕, 가슴 벅차도록 들이 마셔도 불쾌함이 없는 바깥 공기에 태어나 처음으로 밝은 표정을 해봅니다.
이를 알게 된 나주천사의집에서 그 좁은 케이지에서 자신의 운명도 모르는채 밝게 웃고, 들떠 있는 아이들을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세나와 다른 아이들의 삶이 새로 시작되었습니다. 다시 태어난 듯 모든 것이 처음부터입니다. 특히나 세나에겐 시작이 너무도 어렵습니다. 따뜻하게 다가오는 사람의 손길이 두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이미 망가져버린 피부는 여전히 자신을 괴롭히고, 살갗에 닿는 피부약은 쓰리기만 합니다. 이제 세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무거운 시작을 하려합니다.
피부가 좋아지고, 가려운 곳 하나 없이 세나가 누군가의 품으로 푸욱 안겨줄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길고 길었던 터널 같은 고통에서 벗어난 세나에게 희망을 선물해주세요. 선물해주신 희망의 콩은 세나를 비롯한 200여마리의 유기동물들에게 소중히 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