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은 유시민이 진술서에 동지들 이름 77명을 나열해 그 중 18명의 동지들이 수배되었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이 국방부와의 소송을 통해 확보한 전두환 정권의 비밀 책자 '제5공화국 전사'에는 '대학생 학원사태 주동자 배후체계도'와 '각 대학 학원사태 주동자 계보'가 실려 있다. 여기에는 전국 26개 대학의 교수와 학생 458명이 등장한다. 서울대 조직에는 이해찬, 유시민, 심재철, 김부겸 등이 적혀 있고, 경희대에는 문재인 등이 적혀 있다. 이외에도 왠만한 이름들은 모두 등장하고 있다. 5월 초, 전두환은 보안사 정보처장 권정달에게 시국수습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체계도와 계보는 5월 6일과 5월 15일에 작성됐다. 5월 17일, 신군부는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단행했다. 그리고 그날 이 체계도와 계보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예비검속하기 시작됐다. 유시민도 그날 서울대 총학생회실에서 검거됐다. 문재인도 그날 예비검속으로 체포됐다. 유시민이 나열한 77명은 이 체계도와 계보에 이미 등장하고 있고 5월 17일부터 검거됐거나 도피 중이었다. 77명 중 검거 안 된 18명은 이후 수배가 떨어졌다. 5.18 기록에 따르면,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동시에 예비검속이 시작되었으며, 학생들은 검거되거나 피신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심재철은 '유시민이 진술서에서 학우들의 행적과 학생운동권 내부 움직임 등을 상세히 진술해, 수사 초기 신군부의 눈과 귀를 밝혀줬다'라고 주장한다.
5월 6일, 5월 15일 작성된 보안사의 '대학생 학원사태 주동자 배후체계도'와 '각 대학 학원사태 주동자 계보'에는 학생운동권의 인물들에 대한 세세한 사찰 내용까지 기록되어 있다. 유시민이 체포된 5월 17일 이전에 이미 보안사는 학생운동권 조직과 내부 동향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달 간, 유시민은 그런 수사관들로부터 진술을 강요 받았다. 유시민은 수사관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을 탐지하면서, 그들을 속이는 게 중요했다고 한다.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이다. 내가 1980년 3월 심재철 의원을 처음 만난 대목부터 완전히 창작이었다"며 "합수부 수사관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도록 성의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유시민은 말한다. 수사관들을 속인 유시민의 글재주가 뛰어났다고 봐야 한다.
심재철은 '유시민이 작성한 진술서가 다른 학우들에게는 직접적인 위협의 칼날이 됐다'라고 주장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돼도 안 한 헛소리다. 당시 학생들은 체포되면, 비밀조직은 감추고 모든 일은 학생회와 같이 공개된 조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진술해야 한다는 '보안수칙'을 공유하고 있었다. 유시민은 비밀조직인 '무림'과 '서울대농촌법학회'와 관련해 한마디도 진술서에 적지 않았다. 유시민은 심재철(서울대 총학생회장), 신계륜(고래대 총학생회장), 이해찬(서울대 복학생협의회장) 등 공개된 학생회 인물들 77명만 진술했다. 진술서가 '보안수칙'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운동권 학생들과의 신의를 배신한 것도 아니며 가치있는 진술을 한 것도 아닌 것이다. 유시민의 진술서는 '보안수칙'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심재철은, 유시민이 진술서에서 수십 번 나를 언급해서 기소되고 처벌받게 된 거처럼 말한다.
심재철은 시위 주동자로 이미 신문에도 여러차례 보도되었던 인물이다. 심재철이 김대중으로부터 총학 선거자금 2백만 원을 수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심재철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원 계보도에도 이미 나와 있으며 학내 프락치로부터 세세히 사찰 당하고 있었다. 유시민이 진술해서 심재철이 기소되고 처벌 받은 게 아니라 그는 이미 시위 주동자로 처벌을 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유시민이 78번 심재철의 이름을 진술했을 망정, 유시민은 이미 공개된 심재철의 행보를 진술했을 뿐이다. 보안수칙에 따라서. 총학생회장 심재철도 '보안수칙'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