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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네티즌이 아니다
게시물ID : sisa_6287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enier_1789
추천 : 1
조회수 : 38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27 22: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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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우리나라 언론 수준이 북한과 거의 동급이거나 어쩌면 그보다 더 못한 수준으로 저열하다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딱히 관변 언론이라서가 아니다.

사람의 의식은 언어라는 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현상에 어떤 언어를 붙이느냐에 따라 그 성격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다. 
내용으로 '프레임'을 만드는 것보다 더 앞선 차원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프레임'에 걸려 들고 만다.

대표적인 용어가 '네티즌' 혹은 '누리꾼'이다.

인터넷 보급과 함께 등장한 네티즌이라는 단어는 그 당시에는 적절한 표현이었다.
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인터넷 이용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컴퓨터는 능숙히 다루는 세대들의 전유물이었으며
그들이 인터넷에 형성하는 여론은 '소수 의견'으로 취급해도 타당했다.

국립국어원은 한술 더 떠서 '꾼'이라는, 일반 사회에서는 다분히 비하의 의미로 통용되는 말을 갖다 붙였다.
서양에서는 '시민'으로 취급되던 이들이 한순간에 '꾼'으로 전락된 것이다.

문제는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여전히 저 두 용어를 언론에서 남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어떻게 여전히 네티즌과 일반 시민을 구분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인터넷은 삶의 일부다.
인터넷이 아니면 타인과의 소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우리 생활에 녹아들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의견은 과거와는 달리 소수가 아닌 거의 모든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다.

그런데 언론은 여전히 '한편 네티즌들은'이라는 표현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일부 '매니아'들의 의견인양 깎아내린다.
이는 의도 했든 의도치 않았든 간에 '네티즌'이라는 용어를 쓰는 순간 이루어지는 일이다.
'네티즌'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일부'라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사실 전체든 일부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단 한 명이라도 '시민'의 의견이다.
그 한 명은
어두운 방구석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며 하루 종일 인터넷과 해킹을 하고 있는
구시대적 네티즌의 전형적인 인물일 수도 있지만,
그냥 우리 바로 옆에 있는 평범한 시민일 수도 있다.
아니 사실 그쪽일 확률이 월등히 높지 않다.
(사실 그 전형적인 네티즌도 시민 중 한 사람이지만)
 

비슷한 예로는 '뿔났다'는 표현이 있다.
모 드라마의 제목으로 쓰인 뒤 너무 많은 언론이 이 표현을 생각 없이 써댄다.

'뿔났다'는 성이 났다는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런 표현을 쓰는 건 그 모양새 혹은 상황을 좀 더 희화화하거나 덜 심각한 것으로 취급할 때 뿐이다.
즉 상대방의 분노를 그저 '토라졌다'거나 '화가 났다'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때나 쓰는 말이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보면 하나같이 그렇게 쉽게 넘길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정부의 FTA 대책 마련이 소홀하다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농민들이 '뿔난' 건가?
파리 테러에 교황청도 '뿔난' 건가?
농약 급식 때문에 관계자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하는 학부모들은 '뿔난' 건가?

무언가에 대한 정당한 분노와 심각한 이의 제기를 어떻게 '뿔났다'는 귀여운(?) 표현으로 두리뭉실하게 만드는가.
사람들이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갖지 못하는 데에 과연 언론의 이런 표현들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네티즌이 아니다.
누리꾼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시민일 뿐이다.

우리는 뿔난 게 아니다.
우리는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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