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일 MBC 뉴스데스크는 기획특집 기사로 우리 사회의 고절적인 병폐,사회 지도층의 특권주의에 대한 연속보도'를 하겠다며 그 첫 순서로 '특권없는 사회, 의원님은 투잡'을 보도했습니다. 여기에는 교수와 변호사를 겸직하는 의원들의 내용이 보도됐는데, 변호사 겸직의원이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른 보도였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이미 19대 국회 개원 후, 변호사 겸직을 하지 않기로 부산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휴업증명원'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세비 이외의 보수를 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MBC는 문재인 의원이 변호사를 겸직하면서 마치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인 양 보도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MBC는 부랴부랴 해당 동영상을 삭제하고, 다음날 문재인 의원은 변호사를 겸직하고 있지 않다는 단신 뉴스를 내보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은 '문재인도 별수 없이 특권을 누리는 정치인'이라는 낙인을 찍은 후 였습니다. ' 기자라면 절대 실수할 수 없던 오보'
이번 MBC 오보는 기자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이미 문재인 의원의 변호사 겸직에 관한 오보 소동은 지난 1월에 이미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월에 19대 국회의원 겸직현황을 발표했는데, 이 당시에 문재인 의원은 변호사를 겸직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 19대 국회의원 겸직신고현황. 휴업 중인 문재인 의원이 포함되어 있다. 출처: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당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국회 사무처의 자료를 토대로 19대 국회의원 겸직현황을 작성했는데, 이 당시 문재인 의원은 부산 변호사회에 휴업증명원을 제출했고, 이는 국회사무처에는 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회 사무처는 지난 과거의 자료로 문재인 의원이 변호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자료를 정보공개센터에 준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의 자료를 가지고 다수 언론이 문재인 의원을 변호사를 겸직하고 있는 의원으로 소개하자, 문재인 의원은 즉각 보도 자료를 통해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었습니다.
▲2013년 1월 25일에 문재인 의원실이 언론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
문재인 의원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들은 문재인 의원의 변호사 겸직이 오보였다고 밝혔으며, 또한 정정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대선이 끝났지만 대선 주자였던 문재인 의원의 보도자료는 정치부 기자들에게는 빅이슈입니다. 일개 블로거도 모니터링하고 있는 보도자료를 (아이엠피터는 민주당을 비롯한 새누리당 등의 보도자료를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 MBC 기자가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법조인 중 황교안 법무장관을 검색한 내용. 출처:로앤비
아이엠피터도 기본적인 포스팅 쓰기의 시작을 보도자료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보도자료를 그대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가장 중요한 팩트 검증을 매번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물에 대한 검증과 검색은 기본입니다.
특히 인사 정책이나 검찰 수사 문제를 파헤칠 때면 그 분야 사이트에서 해당 인물의 자료를 수십 개씩 찾아봅니다. 이번에 MBC 기자가 '특집 기획기사'를 작성하면서 문재인 의원에 관한 팩트를 확인해보려고 했다면 아주 간단했습니다.
▲부산지방변호사회 홈페이지에서 문재인 의원을 검색한 화면,출처:부산지방변호사회
문재인 의원은 부산에서 활동했던 변호사입니다. 그렇다면 해당 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 가면 자료가 다 나옵니다. 대한민국 변호사 협회는 지방별로 변호사 현황을 공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변호사가 아닌 자나 정직, 자격 박탈자가 변호사 업무를 진행하며 의뢰인들에게 돈을 받는 등의 사기 행각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아주 간단한 사실을 MBC 기자는 왜 몰랐을까요? 아니 이것을 전혀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특집기획 기사는 1~2년차 신입 기자들이 작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오보라고 보기에는 기자가 제대로 취재를 하지 않고 뉴스를 내보낸 것이고 한국기자협회 특종상까지 받았던 베테랑 기자가 이런 정보를 사전에 몰랐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습니다.
' MBC의 문재인 죽이기, 정말 지독하고 뻔뻔했다'
요새 대안언론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 이유는 지난 대선에서 대한민국 언론이 보여준 행태가 거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홍보팀의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MBC가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한 마디로 문재인은 죽이고 박근혜는 띄워 주자는 방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MBC의 문재인 죽이기는 대선 이전부터 이미 시작됐었습니다.
▲ 2012년 4월 뉴스데스크의 지지율 관련 보도. 출처:MBC 노조
MBC는 지난 4.11총선 직전에 각 지역별 후보들의 지지율을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했습니다. 지지율 격차에 따라 1위 후보를 2위 후보보다 더 큰 사진으로 배치했는데, 유독 문재인 후보만이 손수조 후보와 동일한 사진으로 배치했습니다.
지지율이 비슷해서 저렇게 했을까요? 아닙니다. 당시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를 보면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를 20% 넘게 앞서고 있었습니다. 송파병의 새누리 김을동 후보와 민주당 정균환 후보의 격차는 겨우 7%에 불과했지만, 새누리당 김을동 후보의 사진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사진을 보면 증명사진과 같은 화면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손수조 후보의 CG화면이 밝게 웃는 모습인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무뚝뚝해 보입니다.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던 KBS와 SBS에서는 밝게 웃는 사진을 사용했던 점과 비교해보면 MBC가 고의적으로 문재인 죽이기에 앞장 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MBC의 문재인 죽이기는 대선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유세 장면은 항상 리액션샷이 풍부하지만,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유세 화면은 늘 빈자리를 골라 보여줘 썰렁한 느낌을 주도록 유도합니다.
화면에 나오는 문구를 보면 '노무현 정권 때 서민 가장 큰 피해'라는 식으로 새누리당이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처럼 강조하면서 민주당은 '이해찬 사퇴 열흘 만에 재등장'과 같은 문구로 낡은 정치 집단이라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원래 선거보도준칙에 따르면 선거 기간 후보자의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선거준칙이 유독 박근혜 후보에게는 잘 지켜지지만, 문재인 후보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MBC는 화면 편집을 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는 최고의 베테랑들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경험이 없거나 역량이 떨어진 인력을 동원해 성의 없는 영상으로 내보냈습니다.
' 문재인 죽이기는 그저 문재인이 죽어야 끝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MBC의 계속되는 문재인 죽이기를 보면서 그저 야당 후보가 당해야할 업보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MBC는 언론사입니다. 언론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의무가 있는 곳입니다. 또한, 언론은 권력의 하나가 될 정도로 막강한 파괴력을 가진 집단이기에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할 책임 또한 있습니다.
▲12월 12일 MBC 뉴스데스크 기사. 출처:MBC 뉴스데스크
2012년 12월 12일 대선 마지막을 향해 가던 시점에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집니다. 이날 MBC는 '대선 막바지 흑색선전 공방'이라는 기사를 내보냅니다. 이 기사를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보도내용: 대선 막바지 흑색 선전 공방 ▶ 아예 제목부터 국정원 여직원 대선 개입이 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보도
보도내용:오피스텔 거주자는 국정원 직원인 20대 여성, 내부는 책상과 옷장, 컴퓨터 등을 갖춘 전형적인 자취방 ▶마치 이 오피스텔이 여성이 사는 평범한 자취방에 불과하다고 오히려 스스로 국정원 여직원 보호
보도내용:선관위는 제보자인 민주당 당직자와 함께 내부를 조사했지만 제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고 물증도 없었다고 밝혔다.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개입이 사실이 아님을 단정함
보도내용:문재인 후보 측은 이미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해당 오피스텔의 이름과 호수, 거주자 가족의 얼굴까지 여과없이 공개한 상태 ▶ 여성의 자취방까지 들어가고 인권을 유린한 파렴치한 사람으로 문재인 후보를 매도
MBC는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목부터 시작해서 많은 부분을 국정원 대선개입은 없었고, 이는 문재인 후보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 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검찰은 국정원 대선 개입을 수사 중에 있으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사건은 MBC가 주장했던 물증도 없는 여성 인권을 유린했던 흑색선전이 아니라 국가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정원 사건이 왜 중요한지는 문재인 의원의 발언으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문] 잘못된 과거와 용기 있게 결별하십시오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입니다.
저는 검찰이 이 사건을 역사적 책무감으로, 어느 사건보다 신념을 갖고, 반드시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도 검찰도 국정원도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처리가 매우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측면 때문입니다. 하나는 이번 수사로 국가정보기관과 수사기관에 의한 대선 여론조작과 정치개입 같은 사태가 또 다시 반복될지, 아니면 종지부를 찍게 될 수 있을지 판가름 날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이번 수사로 검찰이 스스로의 명예와 법질서를 함께 지킬지 아니면 다시 정치 검찰로 예속될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입니다.
먼저 이미 확인된 사실만 놓고 봐도 원세훈 전 원장의 국정원은 헌정파괴와 국기문란에 가까운 일을 저질렀음이 드러났습니다. 국가정보원법상의 정치관여죄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해당하는 행위가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수사를 가로막아 진실을 은폐 왜곡하거나 부당한 수사 발표를 하게 한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꼭 필요한 것은 국민의 주권행사를 왜곡시키는 그와 같은 행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따라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서 과감하게 최고책임자를 단죄해야만 합니다. 국정원을 오직 국익에만 복무하는 정예정보기관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또한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비극의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중요한 기회입니다. 그런 일을 단죄한다해서 정권의 정당성이 흔들린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과거와 용기 있게 결별하는 것만이, 정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세우는 방법입니다.
다음으로 법질서와 정의는 국민들에게 강요해서 바로 서는 일이 아닙니다. 수사기관이나 권력기관 스스로가 정의로워져야 가능합니다. 검찰의 명예와 자존심, 검찰권 독립도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검찰 스스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미 이 사건은 경찰 수뇌부가 전체 조직의 자존을 저버리고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정권 앞잡이 노릇을 하다 커진 일입니다. 검찰도 같은 길을 걷는다면, 더 큰 불신과 저항에 부딪힐 게 뻔합니다.
그러면 모든 수사기관, 모든 권력기관이 법의 정의를 팽개치는 꼴이 됩니다. 법질서와 정의는 추락하게 됩니다. 새로 출범한 정부와 대통령에게 족쇄가 되고,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위기가 올지도 모릅니다. 대통령도 법무부도 검찰도 잘못된 과거와 용기 있게 결별한다는 각오로 각자의 정도를 걸어야 법의 정의가 바로 섭니다. 정권의 신뢰도 높아집니다.
가는 길은 달라도 저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의 정의를 위해서도, 대통령과 정부와 검찰과 국정원이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도, 이 사건이 아주 중요한 시금석입니다.
부디 이번 사건에 대한 정의로운 법 집행에 정치적 피해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제가 가장 먼저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는 점을 진심어린 충정으로 말씀드립니다.
문재인 의원이 밝혔듯이 제대로된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는 다시금 나올 수 있는 권력기관의 선거 개입을 막는 일이자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만약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이런 일들을 다시 겪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을 들고 나온 이후로 그 여직원이 고도의 정치개입을 했었다는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검찰 수사가 정말 중요합니다.
문재인 의원은 자신을 범죄자로 둔갑시키고, 자신을 파렴치하게 여성 인권을 짓밟고 무뚝뚝한 사람으로 만든 MBC에 강력한 항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강력하게 나간다면 오히려 기성 언론이 한 번에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에서 경험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런 MBC의 문재인 죽이기가 단순히 정치인 문재인을 죽이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언론은 세월이 지나도 그 공격 대상만 바뀔 뿐 여전히 그 자리에서 언론 권력을 행사하며, 대한민국의 정의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충남도청 신청사 기자실, 9개 언론사가 독점사용하기로 했다. 출처:오마이뉴스 심규상.
요새 아이엠피터는 언론사 설립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출입처마다 전용 공간과 봉투와 대접을 받고 어디서 커피 마시다가 오면 책상에 놓인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기자와 그 기사를 적당히 마사지하면서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하는 언론사 데스크들의 막강 파워가 부럽냐고요?
'기자증' 하나 가지고 모든 특권과 혜택, 그리고 취재원들에게 대접받는 기자들을 부러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국회가 됐던, 정부청사가 됐던 들어가서 취재를 하고 보도자료를 얻고 싶어도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를 대하는 기자들은 '어디서 네까짓 것이 까부냐'입니다.
대한민국은 보도자료 하나 얻으려고 해도 '기자증'이 없으면 국민의 알 권리조차 무시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그 알권리가 '너희가 알아야만 하는 얘기만 쓸 수 있는 특권'에 지배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노무현 죽이기'에 당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문재인 죽이기'를 경험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언론 권력이 얼마나 지독하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권력자들과 결탁하여 죽이려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 발전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항상 귓가에 맴돕니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를 보려면 지금 우리의 언론을 보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론을 향해 사실에 충실하고 공정하고 책임 있는 언론이 되라고 소리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