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거짓말하는 신
게시물ID : religion_113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qing香
추천 : 6
조회수 : 50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2/06 05:17:43

이 글은 제가 쓴 책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겁니다.

 

13. 신의 거짓말

Q 거짓말하는 신이라면 그 신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얼마 전, 동유럽의 작은 나라 몰도바공화국에서 세례(침례)를 받던 아기가 질식해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어. 세례를 행하던 성직자는 곧 실형에 처해질 거라더군.

‘신은 왜 죄 없는 아기를 죽였나?’ 하는 얘기를 늘어놓으려는 건 아니야.

생후 6개월도 안 된 아기가 사망한 사건을 통해 같이 고민해보자고.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아기의 죽음에 신이 개입했든지, 개입하지 않았든지 둘 중 하나겠지?

 

1. 아기가 죽은 것과 신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2. 아기가 죽은 것도 신의 섭리다.

 

이건 논리의 문제가 아니니까 가슴으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과연 기독교인이 믿고 의지하는 신의 성품은 둘 중 어느 쪽이야?

 

신이 아기의 죽음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운동경기에서 골을 넣었다고 신에게 감사 기도 하는 것도 부질없는 짓이고, 병 걸린 가족이 나은 것도 신에게 감사할 필요가 없고, 부도날 뻔한 회사가 다시 살아난 것도 신에게 감사할 필요가 없어.

신은 인간 세상에 관여하지 않으니까 당신이 골을 넣은 것도, 병이 나은 것도, 회사가 부도나지 않은 것도 신과는 상관없는 일이 되거든.

 

아기가 죽은 게 신이 개입한 일이라면 인간의 머리로는 아기의 죽음에 담긴 신의 계획을 이해할 수 없겠지.

다윗의 경우처럼 부모의 죄 때문에 신이 아기를 죽였을 수도 있고, 아기에게 세례를 행한 성직자의 죄악 때문에 아기가 죽었을 수도 있어. 하여간 인간은 신이 왜 죄 없는 아기를 죽였는지 알 수 없어. 이게 종교인의 마음가짐이지.

 

많은 종교인이 2번을 선택할 거야. 인간 세상을 방관하는 신을 믿고 싶진 않을 테니까.

그래서 이슬람교도는 ‘인시 알라’,즉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라고 신앙 고백하는 거지.

 

사랑의 하나님이 왜 세례 받던 아기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종교인이 신앙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신을 신뢰하기 때문이야. 우리는 벌레 같은 인간이라 신의 뜻을 알 수 없지만, 분명 신에겐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운(?) 계획이 있을 거라고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거지.

 

나 역시 어린 시절 기독교인으로 살아갈 땐 신의 섭리를 신뢰했어.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신은 우주를 창조하기 전부터 내 삶에 계획하신 게 있으리라고 기대했단 말이지. 목사들이 그렇게 가르치니까.

 

그렇다면 신이 지금 나에게 일대일 화상 채팅 하며 신뢰를 심어주진 못해도 신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의 내용만큼은 신과 동일한 신뢰성을 보여줘야 해. 성경에서 신이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말이지. 벌레만도 못한 인간 사이에서도 약속을 깨면 신뢰가 깨지는데, 신이 약속을 저버리면 안 되잖아.

 

그런데 신이 인간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어떨까? 난 예수의 부활을 이성으로 비판하고 싶지 않아. 이 장에서 비판하려는 건 예수가 제자들에게 약속한 내용이야.

「마태복음」 16장을 보자고.

 27 내가 천사들과 함께 아버지의 영광으로 올 것이다. 그때 내가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아 주겠다.

28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여기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죽기 전에 내가 하늘나라의 왕으로 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위 구절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리기 전에 제자들을 모아놓고 한 약속이야.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사흘 만에 부활했다가 심판의 날에 천사들과 함께 이 땅에 내려올 것이라고 약속한 내용이지.

 

28절을 보면 알겠지만 예수는 그 심판의 날이 길어야 수십 년을 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어.

그러니까 제자들 중에 몇 명은 죽기 전에 심판의 날 천사들과 함께 재림한 예수를 볼 거라는 얘기지.

 

이 내용은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도 기록되었어.

그런데 결과는?

제자 중 누구도 재림한 예수를 본 사람이 없는 건 물론이고, 예수의 죽음 이후 2000년이 다 되어가도록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이 땅에 오지 않았어.

 

나는 신호를 위반한 적도 있고, 거짓말을 해본 적도 있으며, 심지어 술 먹고 길바닥에 누워본 적도 있는 평범한(?) 사람이야.

나야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다 쳐도 신이라면 언행에 조금도 거짓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믿던 신은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않는, 거짓말하는 신이었어. 그것도 그냥 약속이 아니라 ‘분명히’ 오겠다고 한 약속을 깨뜨렸지.

 

다른 번역 버전의 성경에선 ‘진정으로’ ‘진실로’ ‘I tell you the truth’라고 표현되었어.

‘성경을 말씀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저건 하나의 비유다’라고 말할 기독교인도 있겠지.

하지만 이 구절은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해석이 없기 때문에 목사들 사이에서도 골칫거리인 부분이야.

 

지금도 세계 곳곳엔 시한부 종말론을 믿는 교파들이 있어. 주류 교단에서는 이들을 이단이라고 하지.

그들은 예수가 재림할 날짜를 지정하고, 그날 인류에 심판이 내릴 거라고 철석같이 믿어.

 

과거에도 종말론자들이 예수가 재림할 날이라고 지목한 날짜가 수차례 있었지만, 보다시피 지구는 여전히 아무 탈 없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어. 그리고 예수가 죽은 뒤 2000년 동안 인류는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날개 달린 천사를 목격하지 못했지.

 

초대교회 사람들은 예수의 부활 이후 개인의 재산을 바치고 공동체 생활을 했어.

자기 땅 판 돈을 다 바치겠다고 해놓고 일부만 내놓은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당했지.

물론 이건 돈을 바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죽였다는 해석이 맞을 거야.

신은 인간이 자신에게 약속한 것을 죽음을 통해서라도 받아내는 분이거든. 그런데 자신이 인간에게 한 약속은 왜 지키지 않는 거지?

 

초대교회 사람들이 세기말적인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수가 곧(!) 오리라는 믿음 때문이었어.

예수가 제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 이 땅에 올 거라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자기 재산을 다 팔아서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초대 교인들은 물론이고 예수의 제자들조차 예수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조만간, 길어봤자 수십 년 안에 심판의 날이 올 거라고 확신했단 말이야.

 

사도바울에 대해 설명할 때도 잠깐 언급했지만, 왜 초대교회 시절에 상당 기간 동안 예수의 가르침이 문서화된 성경으로 기록되지 않았는지 알아? 예수의 제자들조차 어차피 곧 재림이 있을 건데 기록 따위를 남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거야.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신학자들의 해석이야).

 

그러다가 예수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적도 없는 바울이 사도를 자처하면서 등장하고, 여기저기 편지를 보내 ‘이것이 예수가 준 가르침’이라고 설교하니까 예수의 수제자들은 뒤늦게 복음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예수는 제자들이 다 죽을 때까지 오지 않았어.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2000년이 흐른 지금도 예수는 오지 않고 있어.

 

주류 교단에 속한 기독교인은 가끔 뉴스에 나오는 시한부 종말론자들을 이단으로 규정짓고 경멸하지?

그런데 예수의 수제자들이 이끌던 초대 교인들도 현대의 시한부 종말론자들과 똑같이 자기 재산 다 바치고 공동체 생활을 했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당시 유대인도 당신들이 이단을 바라보는 것과 똑같은 시선으로 초대 교인들을 경멸했던 거야.

 

자기가 한 약속을 깨고 오지 않는 예수를 믿던 초대 교인들의 신앙이 2000년이 흐른 지금의 기독교야.

금방 돌아오겠다는 예수의 말만 믿고 재산을 다 팔아 바치며 공동체 생활을 한 초대 교인들과 1992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다미선교회의 시한부 종말 사건이 뭐가 다른지 난 잘 모르겠어.

그 이단(?)들이 시한부 종말론을 신봉하는 모습과, 약속을 깨고 2000년 동안 오지 않는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주류 기독교인의 신앙은 뭐가 다른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한 짝사랑의 여인이 전화나 문자 메시지 한 통 없이 자정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하나뿐이야. 당신이 버림 받았다는 것.

 

금방 오겠다고 약속해놓고 2000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신을 기다린다면 신에게 버림 받았거나, 신은 존재한 적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맞지 않을까?


자유사상가 <불루칼라>님 글.

출처 : http://freethinker.kr/theory/123527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