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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을 먹기는 했으나...
게시물ID : diet_836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까미이모
추천 : 8
조회수 : 3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28 10: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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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아침부터 싸래기 눈이 내립니다.
토요일에도 일하는 직장인이라 나와 앉아있긴하지만 오늘같은 날은 길에 다니는 사람도 없이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합니다.

어제 할머니 고객 한분이 시골집에서 만든 고추장 두통을 팔아야 하는데 팔데가 없다며 저한테 한통만 사달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식단이 바뀐 후로 된장, 고추장 먹을일이 거의 없어서 마트에서 사다놓은 제일 작은 사이즈 고추장도 한구석에서 썩어가는 중이라 사실 고추장이라는 물건이 저한테는 그야말로 쓸모없는 음식에 가깝지만, 어렵사리 말씀을 꺼내셨을 것을 알기에 제가 사드리마 말씀드렸습니다.

바지런하신 할머님께서 오늘 제가 출근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고추장통을 들고 입장하셨습니다.
시골에서 직접 키운 찹쌀, 고추를 직접 손질해서 며칠전에 갓 만들어온 고추장이랍니다.
그간 할머니가 수시로 시골에 다녀오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 재미나게 해주신 터라 그 고추장의 원산지는 표기없이도 믿을만한 국산인 건 확실합니다.
조금 찍어 맛을 보니, 아뿔싸... 
제 입맛에는 매워도 너무 맵습니다. 
원래도 매운 걸 못 먹는 입맛인데 식단을 바꾼 이후에는 매운 걸 거의 못 먹는 입맛으로 바뀌었거든요.
아마도 저는 이 고추장 못 먹을 듯 싶습니다.
그래도 어쩌나요? 3만원짜리 고추장 한통을 덜렁 사고 말았습니다.

할머니께서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십니다.
말로는 오늘 집에서 노는 손주 주려고 만들었다고, 그김에 조금 가져 왔다며 따뜻할 때 먹어보라고 작은 통을 하나 내미십니다.
열어보니 감자부침.
원래는 애호박전과 더불어 너무나 좋아하던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안 먹은지 3년도 넘은 음식입니다.
맘속으로는 사뭇 당혹스러웠지만, 내숭의 여왕답게 어마어마한 리액션으로 감자전을 환영했습니다.
굳이 따뜻할 때 먹어보라는 할머님 말씀에 못이겨 한 조각 입에 넣는 순간, 순식간에 그 한통의 감자부침을 다 비우고야 말았습니다. ㅠㅠ
신발도 튀기면 맛있을거라더니, 적절한 기름과 고온의 콜라보는 정말 어떤 음식도 미치지 않을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폭신한 감자, 적당한 두께가 주는 식감, 거기에 살짝 둘러입은 밀가루피에 적절하게 묻은 기름, 적당히 따뜻한 온도
뭐 하나 빠지지 않은 완벽하게 조화로운 감자부침입니다.

비록 제 리스트에 불량식품으로 등재되어 이제는 가급적 피하는 음식이 되었지만, 맛있는 건 역시 맛있는 겁니다.
눈 오는 적막한 아침, 따뜻한 고객할머님의 마음까지 얹어서 예상치못한 끝내주는 아침식사응 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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