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편의 내용은 다소 평범한 내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바로, 특이한 동기에 관한 내용이거든요... 하지만,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서울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워 줄수도 있을겁니다...
때는 1주차 훈련병 시절...
공군 훈련소 1주차때는 유난히도 기합을 심하게 주고, 많이 갈구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답니다...
일명 '솎아내기'라고 해서, 군생활을 견디지 못할것 같은 지원자들을 미리미리 걸러내자... 라는 의미로, 2~4주차에 비해, 유달리 더욱 힘겹게 만듭니다...
1주차에 적게는 200에서 많게는 500명 가량이 스스로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더욱 힘겨운건, 귀가자들을 바로 돌려보내지 않고, 훈련소 한켠에서 따로 생활하게 한다는거죠... 아주 편안한 환경에서 말입니다...
포기하지 않은 훈련병들을 꼬시는 겁니다...
너희들도 포기하면, 이처럼 편해질 수 있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 시기엔 누구나 나도 그냥 집으로 갈까?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본답니다...
하지만, 돌아가서도 육군으로 재입대하여, 또한번 훈련병 시절을 겪어야 한다는걸 상기하고는 이내 포기하고 말죠...
더군다나 귀가자들은 자신의 미래는 생각지도 못하고,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며, 남은 훈련병들의 심신을 더욱 어지럽히기도 한답니다...
저는 훈련소 시절이 즐거운 편이였습니다.
뭐... 그렇더라도, 다시 하라면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정말 최선을 다해서, 훈련소 생활을 소화했고, 동기들에게 인정도 받았었기에...(자대에 가보면 알게됩니다... 훈련소가 왜 편하다고 생각되었었는지를... 일단... 고참들과 같이 생활한다는것 자체부터도 지옥이더군요... 전 자대생활 쫄병시기에 무수히 많은 가위눌림과 귀신을 경험했습니다... 그만큼 스트레스의 정도가 다르죠...)
주변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거, 더구나 그 험난한 훈련소에서 인정받고, 내무실에서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즐겁게 지낸다는게 얼마나 큰 혜택이였는지...
물론 조교들이 가끔 순시를 합니다. 하지만, 요것이 제가 인정을 받게된 계기도 되었지요. 훈련소에서, 훈련이 없이 내무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엔 주로, 수양록이나, 편지를 쓰도록 되어있습니다.
피곤하다고 침상에 기대어 있다가는 단 몇명의 안일함으로, 한 내무반의 창문에 땀으로 김이 서릴 정도로 단내나는 기합을 받게 되는것이죠...
그런데, 저희 내무반은 가끔 침상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곤 했는데, 한번도 걸린적이 없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침상에 기대어 있다가, 번쩍하는 느낌이 들어서, 동기들에게 '이제 일어나자.'라는 이야기를 하고, 모두 정좌를 하면, 문앞으로 조교가 훑어보면서 지나가더군요...
저조차도 놀라고 신기했는데, 다른 동기들은 어땠겠습니까...
또 한번은 훈련대기시간에 암기사항을 외우게 하거나, 군가를 외우게 하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느낌이 오는 군가가 있었죠... 빠듯한 시간에 사정없이 1, 2절을 모두 외우고, 이제 내무실로 행군하는 시간...
그런데, 행군중엔 주로 군가를 부르면서 행군을 시키거든요. 몇개의 군가를 지나쳐, 순서로 보자면 뒷쪽에 있어서, 아직 외웠을리가 없을것 같은 군가를 부르도록 했습니다... 전 쾌재를 불렀죠... 아까 그 군가였거든요...
다들 어찌어찌 1절은 불렀지만, 2절이 문제였습니다. 당연히 1개대대 1000여명의 훈련병들이 꿀먹은 벙어리지만, 저혼자 죽자고 큰 목소리로 불러댔죠. 물론 우리구대 동기들은 저의 선창에 후렴구를 넣어주었구요... 그렇게해서 얻어진 결과는 저희 2중대 5구대만 내무반으로 열외... 나머지 훈련병들은 남아서, 또한번 쓴내나는 얼차려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일들이 몇번 반복되다 보니, 저희 구대 동기들은 절 무슨 아프리카 부족장처럼 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