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나는 역사를 잘 모른다. 역사 사료들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모르고... 단지 내가 알고 있는 지식만을 머릿속에 담고 있을 때 생기는 모순과 의문을 기술할 뿐이다... =====================================================
요즘 들어 한글은 수천년, 아니 만년 이전의 가림토 언어를 다시 정리했을 뿐이라는 소리를 하는 분들이 있다... 예전에 한글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세기의 천재 세종대왕께서 수년(5년 ~ 7년 정도였던 듯..)에 걸쳐, 눈까지 버려가며 악성 부스럼이 나면서도 전국 지방의 신하 및 자식들을 불러모아 발음을 연구하고, 신료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한글을 만들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세종대왕을 찬양하는 글 중에는 한글의 묘리를 두고 '하늘의 재주를 빌려온 듯 하다' 라는 표현이 있다고 하던데, 영화 풍운에서 어떤 문사가 천기를 누설하여 부스럼이 얼굴에 나던 장면이 생각났더랬다...
한글과 모양이 비슷한 가림토 언어가 있다고 해서 한글을 단지 '가림토 언어의 개정, 정리, 증보판'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소리일까? 나는 이 말을 "C, C++, Java, Basic은 모두 영어를 본받아 정리한 언어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for, main, if 등이 들어가 있으니 충분히 그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 전공이 아닌 분들을 위해 하나의 예를 더 비유하자면 '기하학은 미술로부터 파생된 학문이다' 정도로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무엇보다도 언어와 말은 백성의 대중성에 의해 그 생명력을 가진다. 가림토 언어가 한글에 필적할 만한 묘용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째서 그 이전에 가림토 어를 쓴 기록이 없을까. 물론 내 의견에 반대한다는 분들은 기록을 일본이나 중국 측에서 없앴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고구려, 백제는 한자를 썼을 것이며, 신라 시대에는 왜 이두를 만들었을 것이며, 황조가, 구지가, 악학궤범 등의 구전에 나오는 말은 전부 한자로 기록되었을까... 가림토 언어가 백성들에게서도 쓰이지 않고 정부의 공문에도 쓰이지 않았다면, 한자에조차 경쟁력을 잃을 정도였다면, 그것이 모양이 비슷하다는 걸 뺀다면 고대 이집트 석판의 요상한 문자들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조선시대 제왕학에 '가림토 언어'가 있었다면 모를까,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뜨고 천지인과 음양의 조화를 완벽하게 표현해 낸 한글을, 단지 모양이 비슷하다고 모방이라 한다면 ... 나는 감히 모든 프로그램 언어는 영어의 모조품일 뿐이고, 모든 인터넷 웹페이지는 최초의 웹 페이지를 모방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컨텐츠와 아이디어이지 외형이 아니다. 그리고 한글과 가림토 언어는... 전혀 다른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