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가? 드디어 여기까지 왔어. 올림픽이야.
떨려? 숨은...... 제대로 쉬어져?
옛날 생각을 해봐. 태릉 처음 들어왔을 때.
그래 좀 덜하지? 너 그때는 까무러치기 직전이었잖아 안 그래?
유도 자세 중에 예비 동작이라는게 있어
공격 들어가기 직전에 잡는 자세인데
그러다가 기술을 못 건다. 주구장창 기다린다.
그러면 허점이 많아져.
사는 게 원래 그렇잖아.
잘해보자 기가 빡 들어가 있는데
기회 못 잡으면 죽 되잖아. 힘 다 빠지고 바보 되잖아.
<3년동안 물나르고 연습상대만 해주는 후보 민기>
-나 양궁의 방수아. 너 누구니?
-홍민기. 유도
-대표니? 국대?
-아직.
-음..2진이구나. 메달은?
-후보가 무슨 메달을 따
-아니~ 내 메달~너 어제 운동장 벤치있는 데서 금메달 주웠다면서. 그거 내꺼거든? 주라.
-다 뒤져라 다 뒤져 방 키도 줄까?
태릉은 계급사회야. 신라시대랑 닮았어.
일단 여기까지 들어왔으니까 귀족은 귀족인데 다들 급이 달라.
먼저 제일 많은 놈들이 노메달 국가대표들. 올림픽 나가서 메달 하나 못따고 헛물만 켜다가
그냥 은퇴하는 거지. 불쌍한 6두품이야
그다음이 진골. 메달을 따긴 했는데 색깔이 조금 안 이쁜 놈들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메달 동메달 이런 거 안쳐주잖아.
그리고 제일 높은 곳에는 금메달이 있지 이른바 성골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어개씩 따면은 왕이고 신이지
한마디로 미친놈들이지.
나? 나같은 후보들은 천민이야. 백정.
그래도 백정들은 소만 열심히 잡으면 되잖아
우린 그걸 못한다니깐, 내 훈련을 못해. 허구한 날 남 뒷바라지에다가 동네 북이야 그냥.
-어때?
-뭐가?
-이쁘냐고 그 언니 방수아!
-아니~ 조금 떨리긴 하드라.
-폼은 니가 제일 낫다 야
-근데 쟤는 말이야 왜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왜 안되는거야 잘 하는데
-홍민기요? 실력은 되는데 불쌍한 놈이죠. 애가 운이 없어요
-아 시합때만 되면 아프다는 건 핑계 아니야?
-아니에요 진짜 죽어나요 애가 오죽하면 저놈 별명이 미친개에다가 불운의 사나이겠습니까. 아예 선발전을 나가질 못한다니까요
처음엔 폐렴걸려서 열이 40도가 넘었죠
그다음엔 토사 광란 때문에 위아래로 다 쏟아내고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죠
(민기 대사) 그다음엔 아예 교통사고가 났다니까 하필이면 선발전하는 바로 그날 그시각에
국대는 국 끓여 먹으라 그래. 제발 선발전 한번 나가나보자고.
네 운이 나한테 옮겨왔나보다. 선발전 못나간대 이상태로
운도 실력이라고?
지랄. 그건 니들 같은 새끼들이 더 멋있어 보이려고 만든 말인 거 내가 모를 줄 알고?
이 세상은 99% 노력만으로는 안 돼. 결국 모든 걸 결정짓는 건 1%의 운이야.
-가질려던건 아니고 내가 다음 달에 국대 선발전이 있는데 하도 운이 없어갖고 좀 빌릴까하고
-퍽도 잘났다 이 기지배야 솔직히 그게 솔직히 니꺼냐?
그 결승때 니 뭐 어디 중국? 걔가 실수로 7점 쏴 갖고 니가 얻었자내 거저 주운거잖아
-나그때 골드쐈는데?
-그럼 상대가 실수를 하는데 붕붕 날지 아주 컨디션 째졌겠지. 왜웃어.
-같잖아서
-선수보다는 인간이 먼저 되라그랬어 이사람아. 어디서 잘난척은
남들은 피죽같은 땀 뚝뚝 흘릴 때 지들은 양산에 분 처바르면서
장난감 활 픽픽 쏴대면서 딴 주제에. 양궁? 그것도 운동이냐 애들 장난에 레크레이션이지
-입술에 줄! 더 땡겨. 더 땡겨 힘 말고 느낌으로
-빌려줄게 운땜에 안된다면서. 이거 가지고 한번 해봐
-근데 이거 뭐 효과는 있냐?
-나도 시합전에 그거가지고 기도는 하는데 너무 믿지는 마. 운보단 실력이 먼저야
-그래도 선발전에 아예 나가보지도 못했다니까
-아픈것도 니가 불러들였을 수도 있다구 싹 다 컨트를을 했어야지
-야 근데 저거는 정말 어떻게 쐈냐 저렇게 멀리 있는데 보이냐? 집중이 돼?
-판때기잖아
-너도 늦기전에 빨리 나와 우린 여기까지야.
독해지라고 하는 소리다.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고.
-한번만 봐주십쇼 감독님.
-봐주면
- 선발전 나가서 꼭 대표가 되겠습니다.
- 봐주면은
-올림픽이요. 따겠습니다 금메달
-봐주면
- 글랜드 슬램이요. 다 딸게요.
-봐주면 이시키야
- 안지겠습니다 .죽어도요
-내달에 국내대회있지 거기가 네 선발전이다
너 거기가서 이기면은 내 직권으로다가 너 국가대표다. 대신 떨어지기만 해봐 넌 그날로 아웃이니까
-미친새키 이거 완전히 꾀병아니야
-아니 그럼 저야 좋죠. 신나죠. 아 나 안아... 나 괜찮네~ 아 난 또 아픈줄 알았지~
<수아의 말이 생각남> 판때기잖아
-어디가 내가 무슨 올림픽 위원장이냐
직권으로 대표를 시키고 안시키고 허게
느낌은 익혔지?
-그때 열 있었어
38.8도였다고
-나도 내일 선발전인데 느낌이 너무 좋네
그래서 내가 너한테 메달 돌려줬잖냐...
못받았어? 잠깐만
-너 메달 방수아한테 안줬냐?
-응
-왜?
-사랑한다고 말해
-정마루!!
-나중에 줘, 나 없어도 돼
확실히 난 그날 아프지도 않았고 컨디션도 좋았어.
어쩌면 불운은 그동안 내가 불러들인걸지도 몰라.
그렇다고 불운이 없어진건 아닐거야
나를 떠나 어디론가 간거겠지 어디론가.
-없어요? 국가대표증같은거?
-아 그러면은 대표가 됐다는 명함같은거라도 있을거 아니에요
-확인증은 있는데 그거라도 뽑아드려요?
-나 됐다 국대?
-축하해
-니네는 돈도 주냐 국대 되면?
-귀향비래 나 대표 떨어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