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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 은 또 나이를 먹었다.
게시물ID : readers_229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으쌰으썅
추천 : 6
조회수 : 29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1/30 11:00:06


겨울이 왔음을, 그녀는 담배 연기가 스치는 코 끝이 시리다 못해 매워질 때쯤 알아챈다.

매년 찾아오는 겨울의 추위는 언제쯤 익숙해지려나. 적응의 동물이라는 인간은 왜 늘 더위에 숨 막혀 하고 추위에 몸을 떨 수 밖엔 없는 걸까.

소복이 쌓인 눈 위에 다 태운 담배를 툭- 떨어트려 더러운 흰 운동화 코끝으로 짓밟고 비빈다. 까만 구정물이 묻은 담배. 오염, 이라는 단어가 생각났고 문득 나이 들어버린 제 처지가 생각이 났다.


늙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지만, 누군가가 나보다 더 늙었다고 해서 지금의 제 나이가 반짝반짝 빛나는 젊음의 시대를 거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관적으로 나는 늙었다. 담배를 한 번 더 꾹 발로 누르며 중얼거린다.

그것은 생각보다 처연한 일이 아니다.

현실이라는 날 선 공간에서 나이라는 것은 사치였다. 중요한 것은 들숨 날숨으로 연명하는 1초의 찰나와 그 것이 쌓여 생긴 오늘 하루였다.

살아내야 하는 1초의 순간들이 감내야할 것엔 나이란 없다.

사람들은 다 그렇게 늙어가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숨이 멎어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지장이 없을, 어느 한 순간에 깨닫는다. 나는 늙었다. 내 젊음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그라 들었다. 내 손엔 나이테처럼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다. 그러니 슬프고 허망하다.


그녀에겐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시리도록 하얀 눈이 가져다 주는 허상일까, 허세일까, 허구일까.
그냥 추운 겨울, 지나다니는 사람 드문 어느 인도 위에서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나이를 먹었다. 늙었다. 시간이 흘렀다.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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