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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철]은 늘상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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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cw
추천 : 4
조회수 : 3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30 17: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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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철은 늘상 피곤하다. 새벽부터 부리나케 집을 나서, 아침도 거른 채 영어회화 새벽반 강의를 듣고 출근한 뒤 열정적으로 업무에 매달렸다. 달이 세상을 환하게 비출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늦은 지하철 안에서조차 바빴던 생활이 몇 년 째인지 가물가물하다. 휴일에도 잔업거리를 챙겨와 쉬지도 않고 일을 하는 통에 인간관계도 끊기다시피 했다. 그의 자못 치열한 일상을 멈춘 것은, 몇 년만에 월차를 내고 미뤄뒀던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들은 의사의 당부였다. 당신, 이렇게 계속 무리하다간 죽습니다, 라는.

  병원을 나서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억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자신은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남은 것은 지쳐 쓰러지기 직전의 몸과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정신, 그리고 늘어난 통장 잔고뿐이었다. 돈이 다 무슨 소용이고 성과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무엇보다 늘상 피곤한 게 싫었다. 진즉 건강도 찾고 취미생활도 할 것을. 마음을 바꿨다. 친구들도 다시 만나고 운동도 해야지.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이제부터라도 여유를 찾으며 살아야지.

  그런데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었다. 영어회화 새벽반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지영씨. 이른 시간에 결석 한번 없이 경쟁하듯 열심히 공부해서였을까. 서로 꽤 호감이 생겼고 식사라도 한번 같이 하자는 약속을 했었다. 마침 월차도 냈으니 오늘이 적당하다 싶었다.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했고 저녁이 되어 희철은 약속장소로 향했다.

  다음 날, 희철은 여느 때와 달리 9시에 거의 근접한, 지각을 간신히 면한 시간에 출근했다. 희철의 표정은 평소와는 뭔가 조금 달랐지만, 넘치는 피곤함을 얼굴에서 감추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주위 동료들이 걱정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 희철씨, 요즘 진짜 많이 피곤해 보여요. 건강검진 받는다더니 괜찮아요? "

  " 네... 많이 피곤하네요. 아주 많이... "
출처 아... 퇴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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