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번식장에서의 최악의 삶.
하루가 시작됩니다. 날이 밝았지만 변함없이 어두운 공간입니다. 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의식이 생기고부터 늘 지내왔습니다. 어쩌면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났을 수도 있습니다. 함께 해왔던 익숙한 그 공간은 발을 잘못 딛게 되면 발이 푹 빠져버리는 뜬장입니다. 뜬장의 쇠창살과 쇠창살 사이에는 거미줄이 아닌 아이들의 오래된 배변물들이 그 사이로 완벽하게 떨어지지 않고 이따금씩 걸려있습니다. 긴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인듯 배변물들은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그런 바닥에 아이들은 몸을 뉘이고 잠을 청하며, 간지러울 때에는 힘을 다해 몸을 비비기도 합니다. 물론 배변물을 제외하고도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도록 만들어진 어두컴컴한 실내가 전부인 번식장 건물은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도 막아버렸습니다.
이개혈종을 앓다 수술없이 터져버린 몽룡이의 귀
귀털 관리와 귀청소를 세심히 해주어야 하는 슈나우저들에게 그런 환경이 가져다주는 것은 하루내내 긁어도 없어지지 않는 가려움이었습니다. 몽룡이의 귀는 심하게 진드기가 쌓여 갔습니다. 태어나 귀 청소는 고사하고 귓털마저 뽑아본 적이 없는 귀를 한번도 잘라준 적이 없는 기다란 발톱으로 긁어대는 수밖에 없었던 몽룡이. 부족하다 싶으면 뜬장에 부비기도 했겠지요.
몽룡이 귀의 모세혈관은 파열되었고, 연골막 사이로 혈액이 고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만두처럼 부풀어오른 몽룡이의 귀, 이 아픔을 누가 알아줄까요?
수술을 하여도 고인 피를 빼기 위해 수술한 자리는 쪼그라들어 흉하게 변하고 마는 것이 이개혈종인데요. 누군가의 관심도 받을 수 없었던 아이는 수술을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부풀어 오를 대로 올라서 터져버린 몽룡이의 귀.
상품가치를 잃은 것처럼 내팽개쳐지는 모진 운명.
귀전체가 원래 크기의 반도 되지 않는 크기로 쪼그라들어버렸습니다. 긴 털에 수북히 둘러싸여서 피가 흐르는 아픔도 숨겨져 버립니다.
쪼그라들어버린 귀 사이사이 공간으로 더 심하게 귓병이 발생되고 아이의 가려움은 전보다 더 심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기 위해 버텨야 했고, 종견의 운명을 살아가야 했습니다.
뒤늦게 발견된 몽룡이의 귀는 번식장 업자에게 그저 상품으로써 불충분해 보입니다. 아이의 뒷 목덜미를 잡아 온기가 없는 더 차가운 공간으로 빼버립니다. 이제 그 곳을 떠날 수 있게 되었지만, 컴컴한 실내에 감춰졌던 아이의 삶을 누구도 알 리 없습니다. 그저 마지막으로 개장수에게 이용될 운명만이 남은 것이지요.
좁은 케이지에 여러 아이들과 함께 끌려가는 길인데도, 바깥 공기와 마주한 몽룡이는 햇볕이 따사롭다는 사실에, 난생 처음 청량한 공기에 들뜰 수 있었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몽룡이를 위해... 천사들을 위해...
개장수에게 도착해서 잠깐의 대기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서도 바깥 구경을 이리저리하던 아이들. 이 아이들을 위해 나주천사의집에서 구조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구조한 아이들의 모습은 수북히 쌓인 털에 가려 많은 아픔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몽룡이의 털을 밀어내던 순간에야, 몽룡이의 귀 끝을 잡던 순간이 되어서야 아이의 슬픈 눈이 이야기 했던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오랜 고통으로 몇 년을 건너뛰어 늙어버린 아이들의 몸과, 특히나 잘못보면 반이 잘려나간 것처럼 보이는 몽룡이의 귀를 누군가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안아주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가슴이 아픈데요.
부디 오늘도 가족이라는 어쩌면 저만치 먼 꿈을 꾸는 몽룡이에게, 그리고 슬픈 이별이야기로 아픔으로 도배되었던 지난날을 평생 동안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살아가야하는 200여마리의 유기동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세요. 희망의 콩은 200여마리의 유기동물들에게 소중히 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