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들의 삶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힘들다. 힘든 사람이 어디 공돌이 뿐이겠냐마는 대학원까지 진학할 생각을 갖고 있는 예비 랩돌이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하루에 3~4개의 과제를 동시에 진행하는 삶이 아직도 8년 넘게 남아있다는 사실이 영 실감나지 않는다.
이런 쳇바퀴같은 삶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 공돌이들이 여러 온라인 게임에서 다수 발견되는 이유는 그들이 학업을 소홀히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겨운 솔로잉도 과제보단 즐겁고 만랩 보스몹도 중간고사보다야 가볍다.
그 외에도 알코올로 상처난 영혼을 소독하는 공돌이, 마나포션으로 정신력을 충전하는 공돌이가 있다. 하지만 간혹 가다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는 공돌이가 있다. 바로 여자친구가 있는 공돌이다.
여자친구가 있는 공돌이는 매우 희귀하다. 공돌이가 여자친구를 사귈 능력이 있는가는 둘째치고 일단 교내에 여자가 없기 때문이다. 종합대학에서도 공대와 인문대는 사바나와 놀이동산만큼이나 분위기가 다르다. 공대 단과대라면 이미 군대와 비슷해서 축제때 와 주기만 한다면 듣도 보도 못한 여자 연예인이라도 팬이 되어버린다.
희귀성 때문일까. 많은 공돌이들은 여자친구 사귀기를 꿈꾼다. 그러나 공돌이에게 여자친구는 사치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여자사람 친구는 든든한 전우이지만 여자친구는 사치다. 아니, 적이다. 학업에 지친 나를 더욱 힘들게하는 적이다.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라.
공대생들의 가장 큰 약점은 솔루션이 없으면 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일단 생각해보라. 왜 여자가 화가 났을까? 솔루션은 요 밑에 있다.
누가 작성했는지는 모르지만 정확한 풀이방법과 수치까지 적혀있는 매우 이상적인 솔루션이다. 과정은 생략하고 마지막 두 줄에 집중해보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관찰자에 따라 그 해석이 상이하게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공대생은 이런 경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대생(男)은 가뜩이나 과제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공대생이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은 양자역학 문제를 하루에 하나 꼴로 더 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듭 말하지만 공대생은 아무리 완벽하게 문제를 풀어내도 솔루션이나 해답지를 통해 답을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한 생물이다. 완벽하게 식을 세워도 계산기 버튼 하나를 잘못 누르면 오답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생기는 온갖 문제들에 대해서는 솔루션은 물론이요 연습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간간히 선배들의 족보가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그것도 믿지 마라. 그 족보도 솔루션 없이 작성된 답안일 뿐더러 채점조차 되어있지 않은, 그저 "난 그때 ~라고 써 냈어"라는 무용담에 불과하다.
따라서 공돌이가 대학생활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포기"다. 짧게는 4년, 혹은 4+2년, 통합이라면 4+5년, 최대 4+2+3+10년동안 자진해서 여자친구를 만드려는 노력을 하지 마라. 그녀와 우리의 관계는 Orthogonal하다. 포기해라. 포기할 줄 알고 돌아서는 남자의 등은 아름답다. 우리에게는 소나와 아리가 있지 않는가. 이미 그들에 대해서는 솔루션까지 등장했다. 겁내지 마라. 그대는 공돌이다.
ps. (1051시)솔루션에 나와 있는 서운함의 수치는 8-16-32-64-128로 증가하고있다. 그냥 지나치지 말자. 저것이 이상적인 솔루션이라고 말한 이유는 공학적인 측면에서 매우 아름답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