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은 사랑에 빠졌다. 희철은 아니었다. 지영은 3분 마다 거울을 보았고 11분 마다 핸드폰을 보며 웃기도 하였다. 희철을 하루종일 1분 마다 지영을 바라보았지만 지영은 알지 못했다. 카페가 한산해질 네시 무렵 7분에서 17분이 지나면 매일 병수가 왔고 드립 커피를 한잔 시켰다. 이미 지영이 드립 할 때 걷는 소매, 지는 햇살이 반짝이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팔과 손목의 연결선, 왼쪽 13도로 기울어진 허리와 23도로 기울어진 고개를 보기 위함이리라. 그럴 때면 희철은 병수를 의심키도 했으나 2초 후 이내 함께 감상에 빠지곤 했고, 지영은 핸드폰이 울릴 때 까지는 묵묵히 주전자를 시계방향으로 돌릴 뿐이었다. 그래 병수도 아니다. 저물어가는 하루에도 어제와 바뀐건 없다. 희철과 지영은 주문과 감사인사를 997+1번 나누었을 뿐이다. 달라진 건 지영은 113g 쪘고, 지영을 쫓는 희철의 눈이 조금 더 나빠지고, 희철의 머리 속에 사는 지영이 분명 사랑에 빠졌을 뿐이다. 희철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