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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한이 통하는 창
게시물ID : panic_848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14
조회수 : 4398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12/03 02:43:04
*오랜만에 뵙습니당^^
*불펌노~
 
 
 
 
 
 
차 사고가 아주 심하게 났었다.
나는 다치지 않았지만 아내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다행인지 아들은 살아 남았다.
살아 남았다고 하는 게 맞긴 할테지.
 
사고 당시 아들의 사타구니 쪽에 파편이 관통해 박혀 있었다.
병원에서는 다행이 출혈이 없어 기적이었다고 한다.
아이가 불에 타는 동안 내가 꼼짝도 못하던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그래, 나도 기적이었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아들은 뒷자석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다가오는 불길을 지켜봐야만 했다.
서서히 피부에서 기포가 생겨났고 찢어질듯 울부 짖었다.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분명 살려달라는 외침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피부가 타고 나서 살 속 수분이 끓어오르며 증기가 피어 올랐다.
면 소재의 옷가지가 속절없이 불에 타고 운동화는 녹아 내리면서 아들의 발을 뒤덮었다.
 
소방차가 오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소방관들이 나를 밀쳐내고는 포소화약제로 불을 껐다.
캠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아마 죽지 않았을까 지레 짐작했었는데.
소방관들이 맥박이 잡힌다며 차를 절단하고 아들을 구출했을 땐 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들이 살아있다니 어쨋거나 기뻤다.
같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화상병동에 입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전했다. 
피부의 90퍼센트가 타버렸지만 운이 좋았다고.
 
3년이 지난 지금 캠은 14살이 됐다.
사지가 잘려나간 전신은 마치 낙서로 가득한 구겨진 캔버스 같아 보인다.
화상이 뼈까지 침투해서 팔다리는 모두 잘라내야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아래턱이 포도상 구균으로 감염되는 바람에 그 역시 제거해야 했다.
혀와 치아도 모두 없애고 가슴 아래쪽 피부를 떼어내서 코가 있던 부위에 이식했다.
아들은 평생 고개가 굽어진 채로 살아야 한다.
그래도 두 눈만은 멀쩡했다.
아마 불에 타기 전에 양 손으로 가릴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운이 좋았다는 게 이거였나 싶다.
 
요즘 아들의 근처로 갈 때면 나를 향한 눈길이 불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뭔가 굉장히 말하고 싶은 것 같지만 그럴 리가 없다.
사고 이후로 의사소통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으니.
때를 기다리는 중인 듯 한데.. 대체 뭘 기다리는지..
짐작하고 싶지 않지만 여기저기서 증거가 눈에 띈다.
 
실은 요즘 매일같이 캠의 침대에서 시선이 닿는 마당 귀퉁이에 떨어진 불에 탄 새나 다람쥐의 사체를 치우고 있다.
자신이 불타고 있을 때 내가 그저 쳐다보기만 했을 때 기분이 어땠을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눈빛을 보아하니 잊지 않았나 보다.
 
 
 
 
 
출처 Windows to the Soul
https://redd.it/3tftg9 by iia
http://unsettlingstories.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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