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daum.net/miraculix 공병호 박사에게 보내는 반론. 진중권
1. 낼 수 있는 사람은 돈을 내게 해야 한다?
그런 논리라면, 초중고등학교에 대한 무상교육도 마땅히 철회해야겠지요. 설마 강남 사람들이 애들 초중고 등록금을 못내겠어요? 그런데 이 주장은 내가 이미 기고문에서 반박한 건데 왜 반복을 하는 건지.... 아울러 1년에 2조원이 들어가는 사안이라고 하셨는데, 오세훈안과 곽노현안의 차이는 관점에 따라 660억에서 1000억의 차이. 그러니 0원과 2조원을 비교할 게 아니라,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2조원과 1조9천억 사이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지 마세요.
3. 4대강 사업과 디자인 서울이 미래 경쟁력이다?
이건 그냥 농담 하신 것으로 치겠습니다. 다만 현정권 들어와 한국의 IT 경쟁력이 세계3위에서 16위로 떨어진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오세훈의 디자인 정책에 관한 언급은 홍수난 광화문 광장과 처참한 세빛 둥둥섬의 사진들로 대체하고자 싶군요. 그거 복구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해마다 얼마나 예산이 들어갈까요?
아울러 부자 감세로 인한 세입손실 "96조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4. 하이에크는 이렇게 말했다?
전세계에서 신자유주의 물러간 지가 언젠데,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도 신자유주의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아직도 하이예크 타령하십니까.
미국의 경우 민주당 정권에서 이룩해놓은 재정건전성을 부시 정권이 전쟁과 부자 감세로 다 까먹었죠. 부시 정권이 복지를 늘리다가 재정 파탄을 만났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습니다. 그 짓하다가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거죠. 아직도 미국은 부시 정권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 정권에 들어와 재정건전성이 대폭 악화됐죠. 근데 그게 이명박 정권이 복지 지출을 늘려서 벌어진 일입니까? 지금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4대강 사업이 22조, 감세로 인한 재정손실 96조, 아라뱃길로 인한 1조 5천억의 손실, 한강 르네상스니 디자인 서울이니 하는 수 천억씩 들어가는 과시성 사업으로 인한 재정 적자입니다. 물론 이 사업들은 고용창출효과도 거의 없었고, 그것은 지금의 돌아선 민심이 증명합니다.
이런 쓸 데 없는 데에 들어가는 돈을 아껴서 복지 부문에 쏟는다면, 거기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아울러 복지도 이제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과 더불어 고용을 창출하고 가치를 산출하는 새로운 차 세대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한국은 오이시디 최고의 자살율을 기록하며 무섭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국방비 지출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논점이 됩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감안한다 해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복지후진국이라는 사실은 오롯이 남습니다. 선진국은 그냥 숫자만 갖고 되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누리는 삶의 질이지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정치의 목적이 아닐까요?
5. 빚이 문제다?
한국은 대외의존성이 강하다? 원래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던 것이 누구였는지 묻고 싶군요. 외채가 많다? 그 문제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 '빚'은 복지지출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니까요. 혹시 한국 정부가 외국에서 돈 빌려다 복지에다 썼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전국을 둘러 보십시요. 텅빈 지방공항, 호화찬란한 지자체 청사들, 인천에 새로 지은 유령도시, 거대한 공구리로 변한 4대강, 아라뱃길이라는 공구리 물길 등등...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을 악화시킨 주범이 무엇인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더 이상 이렇게 가서는 안 되는 겁니다.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죠. 이미 한나라당의 절반 이상도 거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니 감세정책을 철회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오고....
마지막으로, 요즘 절망에 빠진 서민들이인터넷에 장기를 판매하겠다는 글을 올렸다고 적발되는 건수가 예년에 비해 두 배 가령 늘었다고 하더군요. 공 박사님은 아직도 장기의 자유로운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십니까?